프로야구조작논란 섣부른 의혹제기가 아닌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프로야구 경기조작 논란이 일며 엘지의 특정 선수 두 명이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사실이라면 이는 참혹함을 넘어서는 충격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국민 스포츠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야구가 승부조작에 연루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는 치명타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브로커의 주장만으로 마녀사냥을 해서는 안 된다




천 만 관중 동원이 그저 요원한 게 아닌 현실로 다가온다는 사실은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꿈과도 같은 일입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를 함께 한다는 일이기에 행복할 수밖에는 없는 일이지요.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스포츠가 주는 그 본연의 재미를 야구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스포츠의 재미는 정정당당한 대결에서 나오는 긴장감과 카타르시스일 것입니다. 그런 행복을 느낄 수 있기에 많은 이들이 스포츠 종목들에 열광하는 것일 테니 말입니다. 

순수한 열정으로 대결을 하는 스포츠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조작이 개입된다면 순수성을 잃은 대결은 무의미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승패가 조작된 경기에서 재미를 찾을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승패 조작을 통해 이득을 얻는 부류를 제외하고 이렇게 조작된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자는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국대 경기에서만큼은 온 국민이 열광하는 축구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일어나자 많은 이들은 경악했습니다. 관련된 선수와 감독 등이 연이어 자살을 하고 관련자들은 영구제명을 당하는 사건은 당황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국민 스포츠이자 거대한 팬 층을 거느린 축구에서 승부조작이 진행되어왔고 그 가담자들 중에는 유명한 국가대표 출신들도 관련되었다는 사실은 충격 그 이상이었습니다.

2011년 프로축구는 승부조작이라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건으로 초토화가 되어 버렸습니다. 당시 다른 프로 스포츠에서도 유사 사건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들이 많았지만 설마하는 분위기와 그래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인 믿음은 이를 무시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프로배구에서 승부조작이 적발되며 논란은 다른 종목으로 급격하게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승부조작이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여겨지던 야구까지 그 불똥이 튀면서 논란은 상당히 오랜 시간 국내 프로 스포츠를 위협할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시작한 내용에서 구체적으로 누군가가 언급되고 이런 사실은 급격하게 여론을 만들어 사실관계가 정확하게 나오기도 전부터 그 선수는 이미 범죄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엘지 단장이 급하게 일본 전훈장으로 건너가 1시간이 넘게 이야기를 나눴지만 사실무근이며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다는 말로 브로커의 발언을 부정했습니다. 물론 축구 승부조작 사건에서도 최성국은 기자회견까지 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국대를 지녔던 그가 승부조작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수사결과 그는 승부조작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드러나고 축구계에서 영구퇴출 되었습니다.

물론 현재 논의되고 있는 그 선수가 승부조작에 관여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무근 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엘지 선수에 대한 보도 이후 유사 사건에 대한 심층 보도를 다룬 언론에서는 실제 선수 인터뷰를 통해 이런 승부조작이 제법 오랜 기간 이어져 왔던 일상의 모습이라는 내용을 내보냈습니다. 

이 보도를 보신 분들이라면 유명한 선수들마저 이 사건에 연루되고 조폭들이 개입된 범죄라는 인식을 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축구와 다름없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수없이 많은 이들이 연루되었을 개연성이 높고 이로 인해 프로야구계가 작년 프로축구계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후폭풍을 맞이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란 우려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KBO에서는 언급된 선수와 직접 통화를 했지만 인터뷰 자체를 한 적이 없고 자신의 전화번호도 아니라는 사실을 밝혔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 관계에 대해 확인 후 허위 제보자를 찾기 위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하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만간 사실관계는 밝혀질 듯합니다. 

문제는 경기 조작과 관련해 분명히 선수들과 브로커들의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넥센의 문성현은 직접 자신에게 제안이 들어왔지만 거절했다는 말로 실체가 있음을 증명했으니 말입니다. 두려운 것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사실무근이었다면 해프닝일 수밖에 없지만 실제 접촉 사실이 있는 선수가 있었다는 것은 많은 선수들에게 유사한 제안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억측은 문제이지만 최성국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일방적인 주장만을 믿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범죄를 일으킨 브로커가 특정 선수를 지목하고 있다면, 대질심문이든 범죄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들을 통해 철저한 수사를 해야만 할 것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피해가지 말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 더 이상 유사 사건이 일어날 수 없도록 철저하게 뿌리 뽑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를 어설프게 감추려 한다면 더욱 큰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기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철저하게 가려내야만 할 것입니다. 

누군가를 지목해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미 조작을 위한 선수 접촉이 사실로 드러난 만큼 문 선수에게 연락한 브로커가 누구인지를 밝혀내고, 그가 다른 선수에게도 연락을 했다는 이 역시도 수사의 대상이 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더욱 이런 브로커들이 얼마나 존재하고 사설 배팅 업체에 대한 적발과 감시 역시 더욱 강화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수요가 만들어낸 불법이라면 그 수요를 막거나 없애버리는 방법만이 가장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 될 테니 말입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실체와 함께 범죄 사실에 대한 명확한 증거와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설픈 마녀사냥은 지양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의심만 가지고 누군가를 벼랑 끝에 내몰아서는 안 됩니다. 이 역시 범죄와 다름없으니 말이지요. 조금은 차분하게 검찰 수사를 기다리는 것이 중요할 듯합니다. 다만 프로 스포츠 전체가 사설 배팅업체의 주요 수익구조라는 점이 이번 기회에 확연하게 드러난 만큼 이런 업체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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