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vs기아, 이종범 은퇴식 빛낸 기아의 기막힌 역전승

이종범의 은퇴식이 예정되었던 엘지와 기아의 광주 경기는 여러 가지로 흥미로웠습니다. 경기 전 은퇴식은 시작되었고 이종범의 상징인 영구결번 7번과 그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 기아 선수들의 모습은 이종범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팀은 엘지를 상대로 역전을 하며 5연승을 달리며 5월 대반격이 이제 시작임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소사의 성공 가능성과 살아난 기아 타선의 응집력이 5연승을 이끌었다

 

 

 

 

한국 무대에 첫 선을 보인 소사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6이닝 동안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들을 했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소사를 대비해 왼손 타자들을 집중적으로 배치한 엘지 타선을 상대로 쉽지 않았지만 최소 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한 그가 기아의 선발 한 축을 지금의 모습으로 지켜준다면 기아의 선발은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을 듯합니다.

 

한국에서 첫 경기가 이종범의 은퇴 경기라는 점에서 소사가 많은 부담을 가졌을 듯합니다. 경기 전 식전 행사도 많았고 자신의 등번호가 아닌 은퇴하는 선수의 등번호를 달고 경기를 하는 만큼 그 부담은 어떤 경기보다 크게 다가왔으니 말입니다. 더욱 다른 외국인 투수를 대신해 영입된 만큼 첫 경기에 감독과 팬들에게 자신의 강렬함을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결코 쉬운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첫 타자인 양영동을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좋은 출발을 했던 소사는 최근 엘지에서 타격감이 제일 좋은 이병규에게 2루타를 맞고 박용택에게 볼넷을 내주며 결코 쉽지 않은 1회를 소화해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보여준 소사의 위기관리 능력은 의외로 괜찮았다는 점에서 그의 다음 경기가 무척이나 기대되었습니다.

 

최근 연승을 하면서 타격의 응집력이 살아난 기아는 1회 이용규의 몸에 맞는 볼에 이어 김선빈이 보내기 번트를 하고, 김원섭이 적시타를 쳐서 득점을 하는 과정은 자연스러웠습니다. 이범호의 잘 맞은 타구가 투수 직선타가 되며 병살처리된 것이 아쉬울 정도로 1회 기아의 공격은 매끄러웠습니다.

 

기아의 안타수가 엘지보다 적은 8개에 그쳤지만 효과적인 공격으로 경기를 이겼다는 점에서 기아의 최근 상승세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는 명확해졌습니다. 엘지는 한 경기에서 만루 기회만 4번이나 얻었지만 득점이 5점에 그쳤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1-0으로 뒤진 엘지는 3회 선두타자가 안타를 치고 2번 이병규가 볼넷을 얻은 상황에서 이진영의 절묘한 번트가 안타가 되면서 첫 번째 만루 기회를 잡았습니다. 무사 만루 상황에서 엘지의 4번 타자인 박용택과 대결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승부는 중요했습니다. 만약 엘지에서 가장 잘 맞는 박용택이 적시타를 친다면 기아는 초반 쉽게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 말이지요.

 

다행스럽게 1루 강습으로 홈에서 주자를 아웃시킨 상황은 소사의 위기관리 능력을 조금은 엿볼 수 있게 한 대목이었습니다. 물론 다음 타자인 김용의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동점을 만드는 과정은 아쉬웠지만 추가 안타 없이 희생 플라이로 2실점 하며 마무리하는 모습은 좋았습니다. 무사 만루 상황에서 2실점은 양호했으니 말입니다. 역으로 엘지로서는 초반 기아를 상대로 대량 득점도 가능했다는 점에서 3회 공격은 아쉽기만 했습니다.

 

역전을 당한 기아는 4회 선두 타자인 최희섭이 2루타를 치며 기회를 만들고 안치홍이 번트로 만든 1사 3루 상황에서 임정우의 폭투로 동점을 만드는 상황까지만 좋았습니다. 충분히 역전을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상대를 압도하지 못한 공격은 아쉬웠으니 말이지요. 최근 연이은 홈런으로 좋은 타격감을 보인 최희섭은 기교적으로 밀어쳐 2루타를 만드는 과정은 최근 그의 경기력이 얼마나 좋은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단타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을 2루타로 만든 것이 결국 동점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최희섭의 타격 기술과 허슬 플레이가 중요했던 4회였습니다. 5회 수비에서는 박용택의 날카로운 타구를 날렵하게 잡아 아웃시키는 장면에서 공수가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은 고무적이었습니다.

 

역전을 시킨 기아의 5회 공격에서는 다시 살아난 달리는 야구의 진수를 보여주었습니다. 선두 타자인 이준호가 안타를 치고 김선빈의 좌익수 짧은 안타에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3루까지 달리는 모습은, 활기찬 달리는 야구의 즐거움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는 후속 타구에 병살이 아닌 쉽게 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는 점에서 발 빠른 야구와 센스를 갖춘 과감한 주루 플레이가 기아가 연승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점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엘지는 6회 2사이지만 만루 기회를 만들었고 상대는 전 타석에서 안타가 있었던 양영동이었지만 동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2루 땅볼로 물러나는 장면은 아쉬웠습니다. 6회까지 세 번의 만루 기회에서 3회 2득점을 빼면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기만 했습니다. 그나마 7회 다시 찾아온 만루 상황에서 이병규가 적시타를 치며 역전을 시키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면 엘지의 공격은 심각한 부진에 빠질 수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한국 무대에 첫 선을 보인 소사는 6이닝 동안 119개의 투구로 7안타, 3사사구, 6삼진, 2실점으로 승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기대에 부응하는 투구를 보였다는 점은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초반 투구 수가 너무 많아 고전할 수밖에 없었던 점은 그가 풀어가야 할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직구의 스피드는 150km를 가볍게 넘겼지만 변화구 제구가 완벽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소사가 기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변화구의 제구력을 좀 더 가다듬어야만 할 듯합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이후 다른 팀들이 소사를 철저하게 분석하게 나온다는 점에서 다음 등판에서 현재의 문제점들을 보완하지 않는다면 의외로 난타를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은 불안한 요소입니다.

 

소사가 나름 호투를 한 것과 달리, 양현종은 어제에 이어 오늘 경기에서도 첫 타자는 완벽하게 잡고 두 번째 타자를 터무니없는 볼로 볼넷을 만드는 과정은 당혹스러웠습니다. 두 경기 연속 비슷한 패턴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양현종의 선발 복귀가 상당히 오래 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니 말입니다. 긴 이닝 투구로 이런 문제점을 고칠 수도 있겠지만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는 양현종의 투구는 아쉽기만 했습니다.

 

오늘 엘지와 기아의 경기는 흥미롭기만 했습니다. 선취점으로 앞서가던 기아는 엘지의 3회 공격으로 역전을 당하고, 4회 동점을 5회 역전을 만드는 타격 응집력을 보이는 과정은 재미있었습니다. 멀찍이 앞서가지 못하고 한 점 차 승부를 벌이던 두 팀은 7회 엘지가 만루 상황에서 2점을 뽑으며 역전을 하자, 기아는 곧이은 공격에서 2사 후 이용규가 볼넷을 얻고 김선빈이 안타를 치는 상황은 중요했습니다.

 

엘지 불펜에서 가장 믿을만한 존재인 유원상을 김선빈 상대로 내보냈기 때문입니다. 이전 등판까지 엘지의 철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유원상은 엘지가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카드였습니다. 그런 유원상을 상대로 김선빈이 안타를 친 상황은 그를 흔들리게 만들었습니다. 이어 김원섭이 역전 3루타를 치며 엘지의 마지막 희망인 유원상을 완벽하게 무너트리는 장면은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이런 의외의 변수는 기아에게도 일어났습니다. 엘지가 유원상이 철벽이었다면 기아에게는 박지훈이 가장 믿을만한 불펜 자원이었습니다. 그런 박지훈이 역전을 한 8회 등판해 선두 타자 오지환에게 안타를 맞고 볼넷, 폭투 등이 이어지며 동점을 허용하는 상황은 당혹스러웠습니다. 어제 경기에서 완벽한 피칭으로 기아 승리를 지켰던 박지훈이 이렇게 무너질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 유원상과 박지훈. 양 팀이 자랑하는 불펜의 핵심이 실점을 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도 역전에 역전으로 이어진 오늘 경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 것은 분명했습니다.

 

기아의 타격 응집력과 승리에 대한 열정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점은 동점이었던 8회 선두 타자 김주형이 안타로 포문을 열고 안치홍의 볼넷과 안치홍의 우익수 깊은 플라이로 만든 2사 3루 상황에서 송산이 몸 쪽 높은 속구를 노려 역전 2루타를 만드는 과정은 최고였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공을 완벽한 타이밍에 역전타로 만드는 모습은 기아가 최근 얼마나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니 말입니다.

 

여전히 조금은 불안하기는 했지만 한기주는 3일 연속 등판하며 1점차 승부에서 세이브를 올리며 팀의 5연승과 이종범의 은퇴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경기가 모두 끝난 후 하늘에서 내려온 이종범을 위해 그라운드의 불이 꺼지고 야광봉만이 가득한 야구장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종범신이라고 불렸던 이종범의 은퇴를 함께 하기 위해 모여든 수많은 팬들과 함께 만든 은퇴식은 야구 선수라면 누구라도 부러워할 정도로 성대하게 개최되었습니다. 그가 비록 선수로서 삶을 마감하기는 했지만 그를 여전히 사랑하는 수많은 팬들이 존재하고 있고 그의 선수 생활 마감을 이렇게 화려하고 의미 있게 만들어주었다는 점에서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최고의 스타였습니다.

 

타이거즈 역사상 최초의 은퇴식이었고 영구결번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타이거즈가 이종범에게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그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합니다.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양산되고 기록들을 만들어낸 타이거즈가 그동안 은퇴 경기와 영구결번 하나 없었다는 점에서 이종범에 대한 예우는 예상도 할 수 없었던 최상이었습니다.

 

비록 이제는 선수로서 그라운드에 나설 수는 없지만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입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이종범의 말처럼 지도자로 다시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입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그의 은퇴식을 더욱 아름답고 의미 있게 만들어준 흥미로웠던 역전 경기는 기아 선수들이 떠나는 선배를 위한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타선의 응집력과 선발 투수들의 호투가 어우러진 기아는 일요일 경기에 서재응을 내보내며 두 경기 연속 스윕을 노리게 되었습니다. 지난 경기에서 좋은 피칭을 했던 서쟁응이 선발 투수의 역할을 잘 수행해 낸다면 기아의 최근 경기력으로 봤을 때 두 경기 연속 스윕도 가능해 보입니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