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vs엘지, 조영훈의 만루 홈런이 5연승과 엘지 전 스윕을 이끌었다

삼성에서 트레이드 되어 온 조영훈이 잠실에 와서 3경기 연속 장타를 때려냈습니다. 기아 공격력에 활기를 불어넣던 그는 오늘 경기에서 결정적인 순간 생애 첫 만루 홈런으로 기아에게 엘지 전 스윕을 만들어냈습니다. 5연승으로 엘지와 순위 바꾸기에 성공한 기아는 투타가 안정을 찾아가며 급격한 상승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조영훈의 만루 홈런과 김선빈의 솔로 홈런 장타력이 살아났다

 

 

 

 

 

경기는 초반부터 쉽게 결정이 났습니다. 5연패에 빠진 엘지 선수단은 단체 삭발을 감행하면서 더 이상의 연패를 막아보려는 의지까지 보인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경기에서 기아를 상대로 완벽한 투구를 보였던 선발 우규민이 1회부터 얻어맞기 시작하며 초반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기아는 1회 시작과 함께 이용규가 안타로 진루를 하고 김원섭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얻고 이범호의 안타에 이은, 최희섭의 적시타로 2-0까지 앞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기아의 상승세는 2회에도 이어졌습니다. 1사후 차일목이 볼넷을 얻어나간 후 신종길의 안타에 이어, 이용규가 적시 2타점 2루타를 치며 점수 차는 2회에 4-0까지 벌어졌습니다.

 

 

전날에도 폭발했던 기아의 타선은 오늘 경기에서도 초반부터 터지며 5회와 8회를 제외하고 매 이닝 득점을 올리는 엄청난 파괴력을 선보였습니다. 올 시즌 잔루가 많고 적시타가 부족해서 지는 경기가 많았던 기아는 언제 그랬냐는 듯 주자가 나가면 득점에 연결시키는 능력이 부쩍 상승한 모습으로 엘지를 압박해왔습니다. 이미 4회 7-2까지 벌어진 경기는 쉽게 뒤집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나마 극적인 상황이라고 한다면 5회 엘지가 박용택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올리며 경기를 7-3까지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중반으로 넘어가며 최소한 동점이 가능한 점수 차까지 접근한 엘지로서는 올 시즌 후반기 좋은 득점력을 보여준 것처럼 반격이 예상되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의 영웅이 된 조영훈은 이런 엘지의 바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우규민이 물러나고 올라온 이성진은 생애 두 번째 1군 무대에서 호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볼로 만들어진 1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조영훈이 맞는 순간 홈런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한 타이밍에서 이성진의 몸쪽 약간 높은 볼을 통타해 넓은 잠실 우측 폴대 옆으로 넘어가는 공은 기아의 승리를 확신시켜주는 만루 홈런이었습니다. 그동안 장타와 홈런이 터지지 않아 고생이 심했던 기아에게는 반가운 홈런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6월의 사나이로 불리며 삼성에서도 많은 홈런을 쳐주던 조영훈이 기아로 트레이드되어 첫 홈런은 자신의 생애 첫 만루 홈런으로 기록한 것은 극적이었습니다. 엘지와의 잠실 경기에서 첫 날 극적인 3루타와 둘째 날 2루타에 이어 세번째 경기에서 극적인 만루 홈런까지 친 조영훈은 이번 스윕의 일등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홈런 한 방으로 11-3까지 달아난 기아였지만 엘지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너무 큰 점수 차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진 김진우를 상대로 엘지 타선은 6회 시작과 함께 연속 안타와 볼넷으로 만루를 만들어냈습니다. 무사 만루 상황에서 엘지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대타로 나선 윤요섭을 강력한 속구로 삼진 처리하는 과정은 압권이었습니다. 비록 만루 상황을 만들어주기는 했지만 멋진 삼진으로 돌려 세우는 장면은 매력적이었으니 말입니다. 

 

문제는 김진우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박경태가 희생 플라이와 장타를 맞으며 김진우가 내보낸 선수 모두를 불러 들였다는 점입니다. 11-3이었던 경기는 갑자기 11-6까지 좁혀지며 다시 경기 흐름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전 이닝에서 조영훈에게 만루 홈런만 맞지 않았다면 점수는 7-6이 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조영훈의 홈런 한 방은 기아에게 중요했습니다.  

 

엘지는 9회 마지막 공격에서 2득점을 하며 추격을 계속했지만 초반 너무 벌어진 점수 차를 좁히지는 못했습니다. 기아가 18안타를 치고, 엘지가 14 안타를 쳤지만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이유는 바로 사사구였습니다. 엘지는 무려 8개의 사사구를 내주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고, 이렇게 나간 선수들이 거의 모두 홈을 밟았다는 점에서 패배의 원인을 너무 많은 사사구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엘지의 선발 우규민은 5이닝 동안 96개의 투구로 12안타, 3사사구, 7실점으로 하며 시즌 3패째를 당했습니다. 각도 좋은 변화구로 전 기아와의 승부에서 완벽한 투구로 승리를 올렸던 우규민이지만 믿었던 커브의 각도가 밋밋하게 들어오며 기아 타자들에게 난타를 당하는 상황은 안타까웠습니다. 

 

4승을 올린 기아의 김진우는 5와 1/3이닝 동안 94개의 공을 던져 9안타, 2사사구, 3삼진, 6실점을 했습니다. 6회 마운드에 오르기 전까지 3실점을 했던 김진우가 너무 큰 점수 차로 제구력 난조를 보였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퀄리티 스타트로 승리를 얻어낼 수도 있었으니 말이지요. 

 

2군에 내려갔다 올라온 후 좋은 피칭을 보이던 박경태가 지난 경기부터 다시 부진한 투구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과 양현종 역시 직구 스피드와 제구가 좋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잦은 실점 투구를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기아의 과제로 남겨졌습니다. 

 

기아는 잠실벌에 와서 장타가 완벽하게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여기에 중심타선이 조금씩 폭발하기 시작했다는 점 역시 고무적입니다. 더욱 조영훈과 김선빈의 홈런으로 홈런 갈증이 심각했던 기아에게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이용규와 최희섭이 3안타 경기를 했고, 김원섭은 4타수 4안타 맹타를 휘둘렀습니다.

 

김선빈과 이범호, 조영훈이 멀티 안타 경기를 하며 테이블 세터와 중심 타선으로 이어지는 타순이 강력해졌다는 점은 기아의 상승세가 반짝이 아닌,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게합니다. 조영훈이 트레이드되며 최희섭이 쉴 수 있었고, 윤완주가 유격수 수비에 나서며 좋은 활약을 보여 김선빈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선수가 모든 경기를 소화해내기 힘들다는 점에서 백업 멤버들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조영훈의 트레이드로 이런 흐름이 가능해질 수 있었다는 점은 중요했습니다. 여기에 이순철 수석코치가 부진한 타선을 위해 직접 타격 코치 역할까지 맡으며 팀 타선이 완벽하게 달라졌다는 점 역시 고무적입니다. 이 수석이 타격 코치를 맡으며 장타력이 살아나고 득점력이 늘었다는 점에서 그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새삼 느끼게 해줍니다. 

 

대전에서 최하위 한화와 주말 3연전을 앞두고 있지만 우천으로 모두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아쉬운 기아입니다. 한껏 물오른 타격감으로 연승을 이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5연승을 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며 자신들의 모습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합니다.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기아가 과연 2게임차라는 가시권에 들어온 빅4에 합류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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