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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기아의 패배보다 이범호의 부진이 끔찍하다

by 스포토리 2011.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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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가 접전 끝에 선두 SK에 1-2로 패했습니다. 점수만 보면 박빙의 경기이자 투수전으로 흥미롭게 보이지만 기아가 왜 형편없는 팀이 되었는지 잘 보여주는 경기이기도 했습니다. 홀로 기아 타선을 이끌던 이범호에게 우려했던 문제가 발생했고 이는 기아의 패배보다 더욱 큰 상처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집중견제를 받는 이범호, 부담감이 그를 무너트리고 있다




오늘 경기는 SK로서는 져도 좋다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기아로서는 최고의 카드 중 하나인 트레비스를 내세웠기에 꼭 잡아야만 했던 경기였습니다. 주말 경기에 필승 카드를 준비한 SK와 상대하기 위해서는 오늘 경기가 무척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범호는 다섯 번의 타격에 모두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가 나가 있을 정도로 기회가 많았습니다. 1회 고효준이 연속 사구로 무사 1, 2루를 만든 상황에서 커브 볼에 삼진으로 물러난 그는 3회 초에는 병살, 5회 초에도 병살, 7회에는 펜스 상단을 맞출 수 있는 공이 잡히며 절호의 찬스를 놓치기까지 했습니다. 9초 2사 1, 2루에서 마지막 찬스는 다시 한 번 이범호에게 주어졌지만 그는 투수 앞 힘없는 땅볼로 물러나며 기아의 1-2 패배를 그저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SK와의 오늘 경기처럼 집중적으로 이범호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도 드물었을 겁니다. 다섯 번 모두 득점권에 주자가 나간 상태에서 타점 1위인 이범호에게는 절호의 찬스가 아닐 수 없었으니 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여준 타격은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삼진과 두 번의 병살은 팀의 사기를 떨어트리는데 혁혁한 공헌을 했습니다. 이범호의 타격에 문제가 있기 보다는 해결사가 전무한 기아에서 자신이 아니면 결코 득점을 올릴 수 없다는 중압감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4번을 맡고 있는 김상현이나 그 외 타자들이 누상의 주자를 불러들일 거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자신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만 한다는 부담은 정상적인 타격을 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두 번의 병살 역시 든든한 4번 타자가 있었다면 볼을 골라 나갈 생각을 하고 스트라이크 존을 좁혀 공격 찬스를 노리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아니면 득점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주자를 불러 들여야만 한다는 중압감은 볼에도 배트가 나갈 수밖에 없도록 했습니다.   

오늘 경기의 분수령이었던 7회 홈런까지는 힘들었지만 펜스 상단을 맞추며 역전이 유력했던 상황에서 SK 안치용의 환상적인 수비는 기아에게는 절망을 안겨주었습니다. 메이저리거급 펜스 플레이 이후 곧바로 이어진 중계 플레이는 병살로 이어졌고 이 상황을 끝으로 기아는 더 이상 역전을 꿈꿀  수 없었습니다.

 

호투하던 트레비스는 6 3/2이닝 동안 125개의 공을 던져 3안타 4사구, 7삼진 2실점 1자책으로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주었습니다. 1회부터 찾아온 득점찬스에서 한 번도 득점을 올리지 못하는 기아 타선을 보면서, 흔들림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한 그는 다시 한 번 호투하고도 패전 투수가 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선발투수가 아무리 잘해도 무승부밖에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팀 타격이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결코 승리를 할 수 없는 게 야구입니다. 오늘도 안타 7개, 사구 8개를 얻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단 1점을 얻는데 만족해야만 하는 기아로서는 결코 이길 수 없는 경기만 하고 있는 셈입니다.

기아는 올 시즌 압도적으로 잔루가 많은 팀입니다. 그 말은 득점 기회에서 선수들이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오늘 경기만 봐도 그 수많은 기회에 한 번만 정상적으로 공격이 터져주었다면 기아는 쉽게 SK를 이겼을 겁니다. 하지만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에서도 득점을 얻기 위한 공격이 아닌, 야구의 기본도 잊은 듯한 타격은 기아를 허망하게 만들 뿐이었습니다.

SK의 김성근 감독의 용병술은 조범현 감독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요? 그저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완성된 선수들이 많아서 이긴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을 겁니다. 조범현 감독이 SK를 맡으면 당연히 현재처럼 독주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절대 그럴 수 없을 겁니다.

시즌 초반 여러 가지 문제로 과연 SK가 우승을 노릴 수나 있을까라는 의구심은 4월을 넘기며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김성근 특유의 끈끈하고 독기 품은 야구는 상대 팀들을 압도했고 26경기 만에 20승을 기록하면서 올 시즌 역시 SK의 독주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답이 없는 김상현과 수비 공격 모두 안 되는 김주형은 공격의 맥뿐 아니라, 팀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존재들입니다. 생각하는 야구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듯한 그들의 플레이를 보면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을 교체해줄 선수가 없다는 것이 기아의 진정한 문제입니다.

 

조범현 사단이후 몰락한 2군은 더 이상 희망의 공간이 아닌, 또 다른 절망의 공간입니다. 퓨처스 리그에서도 절망의 기록을 쓰고 있는 기아 2군은 현재 기아의 어려움보다 더욱 심각하게 다가옵니다. 2군 리그에 타격에서도 꼴찌를 달리며 눈에 띄는 선수조차 찾아보기 힘든 기아로서는 대안도 방법도 없는 상황입니다.

속수무책으로 부상당하는 선수들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일까요? 코칭스태프들의 역할 중 하나가 선수들이 시즌 내내 좋은 몸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부분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실려 나가는 상황은 결과적으로 선수 관리를 하지 못한 코칭스태프들의 태만에서 그 문제를 찾아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기아의 모습을 보면 허망하게 지는 것만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라도 되는 듯 무력함이 극대화한 모습입니다. 이겨야겠다는 패기도, 프로선수로서의 간절함도 없는 그들은 이미 경기 시작 전부터 패배를 생각하고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후속 타자들의 몰락으로 인해 과부하가 걸린 이범호마저 흔들리게 된다면 기아는 결코 이길 수 없는 팀이 되고 말겁니다. 강력한 대응과 조치들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기아에게 희망을 찾아 보기에는 힘겨운 시간일 듯합니다. 코칭스태프의 무능이 팀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모습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전략, 전술도 전무하고 팀의 사기를 돋우는 능력도 보이지 못하는 무능한 스태프들. 많은 기아 팬들이 조범현 사단의 퇴단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이지요. 과연 기아의 몰락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팀의 패배보다 더욱 절망스럽게 다가오는 이범호의 부진이 장기화되지 않기만을 기대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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