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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로페즈의 투혼, 기아에게 18년만의 삼중살을 선사했다

by 스포토리 2011.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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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명승부가 펼쳐졌습니다. 독주 태세를 갖춘 SK와 상대 전적에서 절대 열세를 보이던 기아의 경기는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근성 앞에서 행운도 기아 편이라는 것을 알려준 오늘 경기는 기아에게는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로 다가왔습니다.

김주형의 부활타, 로페즈의 투혼이 기아를 살렸다




절대 강자이자 기아에게 압도적인 승률을 보여 왔던 SK가 홈에서 위닝 시리즈를 기아에게 빼앗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듯합니다. 좀처럼 연패를 당하지 않는 SK에게 주말 2연전을 기아에게 내줬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일요일 경기는 투수들의 멋진 호투들이 이어진 경기였습니다. LG의 새로운 희망 박현준이 다승 선두에 올라서는 호투를 선보였고 두산의 김선우는 첫 완봉 승을 거뒀습니다. 명품 에이스 류현진은 팀과 상관없이 3승을 올리는 호투를 선보였습니다. 이들의 호투보다 오늘 멋진 투구는 승리와는 상관없었던 로페즈였습니다.

초반 로페즈는 다른 날과 달리 볼이 높게 형성되며 쉽게 경기를 풀어가지는 못했습니다. 1회 시작과 함께 사구로 발 빠른 정근우를 내보내고 수비불안 등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무실점으로 잘 막은 기아는 2회 초 기회를 만들어냈습니다.

기아는 차일목의 2루타에 이은 김주형의 2루타로 비교적 쉽게 1득점을 했습니다. 기선을 잡기는 했지만 3회 정근우가 안타를 치고 도루와 포구 실수를 틈타 3루까지 달린 덕분에 만든 기회에 박정권의 적시타로 1-1 균형을 잡게 되었습니다.

기아와 SK의 득점은 여기에서 끝이었습니다. 기아는 3번과 4번인 이범호와 김상현의 맥없는 플레이로 인해 많은 기회를 날려버렸습니다. 어제 경기에 이어 이범호는 오늘도 자신에게 주어진 결정적 상황에서 삼진과 병살로 이어지며 결정적인 기회들을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이범호와 김상현이 자신에게 주어진 다섯 번의 기회를 모두 무안타로 기회를 놓쳐버리며 로페즈가 승리할 수 있는 기뢰를 날려버렸습니다. 김상현이야 워낙 믿기 힘든 경기를 해왔기에 큰 미련을 가질 수 없었지만 이범호에게는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너진 기아 타선을 홀로 버티고 있었던 그가 SK 3연전을 기점으로 타격 페이스를 잃어버리고, 배팅 포인트까지 놓치면서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기아에게는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SK전에서 15타석 1안타(홈런)는 최악일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의 15타석 거의 대부분이 득점권 찬스였다는 사실입니다. 15번의 기회 중 절반만 그가 안타를 쳐줬다면 기아는 상당히 많은 득점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는 선발 투수들에게 좀 더 안정된 피칭이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줄 수 있었다는 사실이지요.

중심타자인 이범호와 김상현이 무용지물 같은 존재가 되다보니 점수를 뽑아내는 것은 그만큼 어려워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동안 긴 침묵의 시간을 보내던 김주형이 기아가 올린 2득점을 모두 뽑아내며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득점이라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9회 말 투아웃에 로페즈를 교체하기 위해 올라온 이강철 투수고치에게 강하게 자신이 마무리하겠다는 로페즈의 투혼이었습니다. 이미 한계 투구를 넘긴 상황에서 한 방이면 경기가 끝이 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기겠다는 투지를 불태운 로페즈의 모습은 기아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명장면이었습니다.

조범현 감독으로서는 교체를 위해 올려 보낸 이강철 코치가 교체를 하지 않고 내려와 의아해 할 정도였습니다. 강한 의지를 보인 로페즈는 실점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이닝을 마무리하며 강렬한 포효를 했습니다. 9이닝 동안 125개의 공을 던져 8안타, 2사구, 5삼진, 1실점을 한 로페즈는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무기력 증에 빠진 기아에게 혼을 심어주었습니다.

이런 열정적인 로페즈의 모습에 10회 초 임한용이 기가 막힌 번트안타를 치고 도루를 하면서 분위기를 이끌며, 득점찬스까지 만들어내는 등 투지 넘치는 모습은 비록 득점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보기 좋았습니다. 이런 기아의 분위기는 11회 2사 1, 2루 찬스에게 김주형의 회심의 안타로 1점을 뽑아내며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이현곤의 오버런에 이은 아웃만 없었다면 더 좋은 기회를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만들어내는 기아의 모습은 기존의 그들 모습과는 너무 달랐습니다.

기아의 이런 투혼은 11회 말 절체절명의 순간 기적 같은 행운으로 다가왔습니다. 마무리를 해줘야 하는 유동훈은 무사 1, 3루 위기를 내주며 상대 SK가 희생타만 쳐도 동점으로 갈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오늘 2안타를 쳤던 조동화가 친 공을 투수 유동훈이 잡아내고 곧바로 3루로 던져 아웃 시킨 후, 1루로 던져 18년 만에 처음으로 트리플 플레이를 완성하며 귀중한 1승을 올렸습니다.

3루수였던 이범호마저 삼중살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던 상황에서, 기적과도 같은 일이 기아에게 일어날 수 있었던 원인은 하나였습니다. 이런 결과까지 이를 수 있도록 해준 인물은 바로 선발투수 로페즈였습니다. 득점 기회가 번번이 무산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주었기에 가능한 승리였기 때문입니다.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던 한 타자를 남긴 위기 상황에서 투혼을 발휘해 아웃을 잡아내며 포효하던 로페즈의 모습은 과거 해태 타이거즈 시절 용맹한 호랑이를 보는 듯한 짜릿함이었습니다.

아직 완성형은 아니지만 완벽하게 돌아온 선발진과 투지를 통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타자들로 인해 기아가 반전을 꾀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다음 주중 돌아올 이용규가 합세한다면 절망에 빠져있던 기아도 희망가를 부를 수 있을 듯합니다.

로페즈의 강력한 투지가 잠자던 호랑이들을 깨워 승리로 이끌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말썽꾸러기였던 로페즈가 개과천선하더니 국내 선수들도 하지 못했던 일을 해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자신의 승패와 상관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투지를 불태우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기아가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매 경기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기아와 SK의 일요일 경기는 올 시즌 내내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명승부였습니다. 연장전까지 펼쳐진 이 경기는 1점 승부의 달인인 SK를 1점차로 이긴 기아에게는 보약과도 같은 경기였습니다. 질긴 야구를 하는 SK를 상대로 투지와 열정을 쏟아 부은 기아는 오늘 최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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