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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삼성vs기아-졸전 속 빛난 김진우의 열정과 역투가 아름다웠다

by 스포토리 2012.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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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의 연패 속에 담긴 초라함은 현재의 모습만이 아니라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마저 힘겹게 한다는 사실이 두렵습니다.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처지가 된 기아로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하지만, 이어지는 졸전은 많은 이들이 등을 돌리게 하고 있습니다.

 

차려진 밥상을 뒤집는 타자들, 열정이 남달랐던 김진우의 호투가 외로워보였다

 

 

 

 

 

경기에서 지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어떻게 졌냐가 중요한 것이겠지요. 두산과의 마지막 2연전에서 보인 기아의 모습이 아쉽고 안타까웠던 것은 승부수를 띠워야 하는 경기에서 보인 무기력함이었습니다. 떨어지는 변화구에 추풍낙엽이 된 기아의 타선은 무슨 집단 최면이라도 걸린 듯 무기력하기만 했습니다.

 

올 시즌 기대가 컸던 윤석민의 아쉬운 투구도 답답함으로 다가왔습니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그저 그런 성적을 올린 윤석민을 탓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가 기아의 에이스이기 때문입니다. 에이스가 흔들리면 다른 선발들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윤석민의 올 시즌 투구는 아쉽기만 합니다. 투수 4관왕 여파가 독이 되어 왔다는 점에서 올 시즌보다 다음 시즌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은 존재하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윤석민을 제외하고 서재응, 소사, 앤서니, 김진우로 이어지는 선발 라인업은 우승 팀 선발과 다름없습니다. 비록 승수가 문제이기는 하지만, 터지지 않는 타선으로 인해 올리지 못한 승수를 생각해보면 기아의 선발 라인업은 모두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할 수 있는 실력이라는 점에서 든든합니다. 문제는 이런 라인업이 다음 시즌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우려이지요. 앤서니는 기아에서 재계약을 하면 남을 가능성이 100%입니다. 문제는 소사에 대한 일본 팀들의 관심이 크다는 사실과 후반기 들어 호투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승수 쌓기에 실패하고 있는 소사가 기아가 아닌 일본 팀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점입니다.

 

오랜 시간 방황하며 야구를 떠나있었던 풍운아 김진우는 작년 시즌 극적으로 합류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겨울 훈련에서 선동열 감독이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선수였다는 사실이 올 해 성적에서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시즌 중 부상으로 잠시 쉬기는 했지만 이후 마운드에서 보여준 김진우는 진정한 괴물의 복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말입니다.

 

부동의 1위 삼성과의 경기에서도 김진우의 공격적인 피칭은 빛을 발했습니다. 비록 5회 2사에 주자를 둘 내보낸 상황에서 이승엽에게 적시타를 내주며 실점을 하는 대목이 아쉽기는 했습니다. 4회에도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은 후 두 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고, 볼넷으로 만루를 만들어주는 위기 상황도 있기는 했지만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김진우의 모습은 매력적이었습니다.

 

김진우는 7과 1/3이닝 동안 131개의 투구로 5안타, 3사사구, 8삼진, 2실점을 하며 시즌 5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2실점을 하고 패전 투수가 되는 상황이 당혹스럽기는 하지만 그의 역투가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기아의 현재 상황과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어지는 득점 기회에서 허무하게 물러나는 타선. 이런 상황에서도 부동의 1위 팀인 삼성 타선을 상대로 호투를 벌이는 것은 쉽지 않은 투구입니다. 더욱 120개를 훌쩍 넘긴 상황에서도 1-0 상황에서 자신이 좀 더 책임을 지겠다며 나서는 모습은 대단한 열정으로 다가왔습니다.

 

8회 마운드에 올라 박한이와 끈질긴 승부에서 삼진을 잡아내며 환호하던 김진우의 모습에서 야구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 느껴진 것은 당연했습니다. 야구에 대한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김진우. 선동열에 이어 최고의 투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천재. 그런 재능을 프로 데뷔 첫 시즌부터 유감없이 보여주었던 김진우. 큰 성공을 보장되었지만 방황으로 인해 야구 인생을 낭비했던 풍운아 김진우가 야구에 대해 얼마나 큰 애정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오늘 경기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공하나 하나에 열정을 담아 던지고, 실투를 하고 나서는 자신이 잘못한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해답을 찾아가려 노력하는 모습들이 그대로 전해지는 김진우의 호투는 반갑고 고맙기까지 했습니다. 배영수의 6이닝 무실점 호투에 이은 11승도 대단한 역투이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김진우의 모습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저 편견에서 오는 애정만은 아니었습니다. 

 

기아는 배영수를 맡아 1회부터 기회를 잡았습니다. 2사이기는 하지만 김원섭이 볼넷을 얻어 나가고 나지완이 바깥쪽으로 빠지는 공을 툭 가져가 안타를 만드는 기교는 2사 1, 3루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최근 다섯 경기에서 안타가 없는 안치홍은 그 좋은 기회를 무산시키고 말았습니다.

 

오늘 경기를 포함한 최근 다섯 경기에서 19타수 무안타에 허덕이는 안치홍의 모습은 아쉽기만 합니다. 충분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재능을 그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사실은 본인만이 아니라 팀에게도 큰 부담으로 다가오니 말입니다. 더욱 키스톤 콤비인 김선빈의 최근 활발한 타격과 비교되고 있어 그 아쉬움을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

 

1회 득점에 실패한 기아는 3회에도 좋은 기회를 잡았습니다. 선두 타자인 이용규가 안타를 치고 나가 도루까지 성공시키며 무사 2루 득점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김선빈이 우익수 깊은 타구를 날렸지만 이용규가 3루로 진루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김원섭의 좌전 안타에 무리하게 홈으로 달리다 아웃되는 상황은 기아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김원섭의 좌전 안타로 아무리 발이 빠른 이용규라고 하지만 홈까지 들어오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깊은 안타이거나, 좌우로 흘러가는 타구가 아닌, 좌익수 최형우 앞에 떨어지는 평범한 안타에 홈까지 내달리는 것은 그저 무리수였으니 말입니다. 더욱 다음 타자가 4번 타자 나지완이라는 점에서 1사 1, 3루 상황에서 기회를 엿보는 것이 더욱 현명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이 주루 플레이는 아쉬웠습니다.

 

6회 선두 타자인 김선빈이 3루타를 치며 무사 3루라는 완벽한 득점 기회를 잡은 상황도 아쉽기만 했습니다. 전진 수비를 하던 배영섭이 아쉬운 수비를 하며 단타를 3루타로 만들어주는 상황은 분명 기아에게는 호재였습니다. 하지만 3번 타자인 김원섭이 내야 타구도 만들지 못하고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나며 불안은 다가왔습니다. 나지완은 유인구에 속아 삼진을 당하고 안치홍은 평범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며 무사 3루 기회에서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한심한 기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8회 초 허무하게 대량 실점으로 하고 5-0까지 멀어진 상황에서 맞이한 8회 말 공격에서 선두 타자인 이용규가 안타를 치며 기회를 잡은 것은 반격의 시작으로 다가왔습니다. 도루까지 더했지만 무사 2루 상황에서 믿었던 김선빈이 진루타도 아닌 삼진으로 물러나는 장면은 답답했습니다. 3, 4번 타자가 삼성 마운드의 난조로 연속 볼넷을 얻어내며 만든 1사 만루 상황은 추격전의 시작이었습니다.

1사 만루 상황에서 안치홍은 자신의 타격도 하지 못한 채 어정쩡한 스윙으로 삼진으로 물러나고, 대타로 나선 최훈락마저 가운데 직구를 헛스윙하며 1사 만루에서 단 1점도 뽑아내지 못하고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무득점 경기를 한 기아는 26이닝 무득점이라는 한심한 기록을 연장하게 되었습니다.

 

핵심 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 백업 멤버들이 주전으로 뛰는 상황. 시즌 후반 들어 체력적인 문제로 백업 선수들도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서기 힘들어지자 벌어지는 이 한심한 행태는 기아의 현실입니다. 다음 시즌 과연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알 수는 없지만 현재의 모습에서 미래의 가능성을 엿보기는 무척이나 힘들어 보입니다.

 

기대를 모았던 한승혁은 오늘 경기에서도 무기력한 피칭으로 대량 실점을 하며 신인으로서 한계만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부상 치료로 1년을 보내고 올 시즌 처음 프로 마운드를 밟은 한승혁에게서 가능성을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겨울 훈련을 통해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순위 싸움에서 밀린 현재 기아의 신인 선수들은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할 것입니다.

 

노경은의 떨어지는 공에 속수무책이던 기아가 배영수의 떨어지는 공에도 한심한 타격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답답합니다. 마치 프로 첫 시즌을 보내는 신인들처럼 변화구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기아의 타선은 경악스러운 수준이었으니 말입니다.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서 기아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김진우가 승패와 상관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 사력을 다하는 모습처럼 선수 개개인이 최선을 다하는 방법 외에는 존재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면 다음 시즌을 위해서라도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할 것입니다. 부담에서 나오는 긴장 역시 선수 스스로 풀어내야만 하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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