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시상식이 이어지는 계절입니다. 은퇴한 야구인들의 모임인 일구회에서 올 해 대상 수상자로 비야구인인 허민 고양 원더스 단장이 선정되었습니다. 프로야구 선수도 코치나 은퇴 선수도 아닌, 독립리그 야구단 단장이 일구회 대상을 수상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희망 없는 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준 허민에게 대상 수상은 당연했다
국내 최초의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허민 단장이 야구단을 만든 이유가 홍보를 위함이나, 재산적 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단하게 다가옵니다. 야구를 하고 싶어도 더 이상 야구를 할 수 없었던 선수들에게 다시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도 고양 원더스의 존재감은 충분합니다.
일구회에서 홈런, 타점, 장타율 등 시즌 3관왕을 차지했던 박병호가 최고 타자상을 수상했고, 시즌 17승으로 다승 1위에 오른 장원삼이 최고 투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정규리그 신인상을 수상했던 서건창에게도 일구회 신인상이 주어지며 수상자 모두에게 행복한 기억을 남겼습니다. 하이라이트였던 일구회 대상에 프로야구 선수와 관계자가 아닌 독립리그 단장에게 주어졌다는 사실은 대단함으로 다가옵니다.
프로야구와 아마야구만 존재하는 대한민국에 독립구단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야구를 할 수 있는 무대가 좁은 상황에서 야구를 하고 싶은 선수들이 갈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10개의 구단으로 늘어난다면 현재보다는 더욱 많은 선수들이 프로선수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겠지만, 현재 야구인들에게 취업난은 극심한 편이니 말입니다.
직장인 야구로 만족할 수 없고, 여전히 선수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이 바로 고양 원더스였습니다. 독립리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대한민국에 독립 구단이 생긴다는 사실은 당혹스럽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김성근 전 SK 감독이 고양 원더스의 감독으로 부임하면서부터 그들의 도전은 많은 이들에게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만화 '외인구단'의 이야기가 현실이 되듯,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던 많은 선수들이 고양 원더스 선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지옥과도 같은 전훈을 통해 프로 2군 리그에서 경기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야구만 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고양 원더스. 연봉 1억이 아닌, 1천만 원을 받으면서도 야구를 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모인 이 선수들의 투지와 패기는 좋은 성과를 남겨주었습니다.
고양 원더스는 엘지에 좌완 투수 이희성을 시작으로, 내야수 김영관, 기아에 외야수 강하승을, 넥센에 외야수 안태영을 보내며 그들이 목적으로 했던 임무를 충실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구단이 만들어지자마자 잠재력을 갖춘 선수들이 그들이 꿈꿔왔던 프로선수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고양 원더스는 중요한 존재감을 가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선수들을 위해 풀어준 고양 원더스의 정책 역시 반가울 수밖에는 없습니다. 구조적으로 상위 리그인 프로야구 구단의 팜 시스템 역할을 할 수밖에는 없다는 점에서 고양 원더스가 화수분 야구를 꾸준하게 해줄 수만 있다면 이 팀의 존재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가질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천만 원 정도 밖에는 안 되는 연봉을 받는 선수와 억대의 코칭스태프들. 이런 괴리감을 통해 비난을 하는 이들이 있기는 합니다. 기왕 야구단을 만들어 억대 코치들을 모시고 왔으면 선수들에게도 좀 더 안정적인 연봉을 줘야 하는 것은 아니냐는 반론이 그것입니다. 그 발언은 당연합니다. 결코 야구단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아무나 할 수도 없는 야구단은 창단해 운영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선수들에게 최소한의 현실적인 연봉을 줘야 하는 것은 아니냐는 주장은 당연하니 말입니다.
고양 원더스를 단순하게 연봉으로 이야기할 수가 없는 것은 그들 스스로 화수분 야구를 주창했고, 이를 통해 벌써 4명의 프로야구 선수를 배출했다는 점에서 연봉만으로 그들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의 마이너리그가 그렇듯, 프로와는 분명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과도한 금액을 요구한다면 구단 운영 자체가 문제가 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KBO의 지원이나 선수를 내보내며 추가적인 비용을 버는 구조가 아닌 상황에서 충분한 연봉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은 아쉬운 일이 될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최고의 코치진을 구성하지 못하면 그나마 독립구단의 위상마저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비즈니스 마인드의 결과물이라고 밖에는 이야기 할 수 없을 듯합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조건임은 분명하지만, 고양 원더스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들은 없을 것입니다.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꿈을 잃은 수많은 야구 선수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준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누구라도 꿈꾸는 자에게는 희망이 있음을 증명해주고 있는 고양 원더스의 존재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프로야구 10구단도 환영할 일이지만, 고양 원더스처럼 독립 구단들이 좀 더 늘어나 보다 많은 이들이 꿈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야구 인프라도 더욱 확장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일구회에서 비야구인이자, 프로야구 구단도 아닌, 고양 원더스 단장에게 대상을 수여한 것은 바로 이런 인프라 구축에 큰 힘을 쏟은 노력에 대한 감사일 것입니다. 크게 빛나지 않고, 많은 이들이 주목하지 않지만 야구인들에게 너무나 소중한 꿈을 꿀 수 있게 도와준 고양 원더스의 대상 소식에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내는 것은 바로 이런 가능성에 대한 도전을 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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