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과 김상현, 정작 2군행은 김상현이다
팀의 에이스를 과감하게 2군으로 내려 보낼 감독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아마 김성근 감독이나 되니 이런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었을 듯합니다. 더욱 2연승으로 자신의 투구 패턴들을 찾아가며 호투하기 시작한 팀의 에이스를 생각이 많다는 이유로 2군으로 보내는 김감독의 결정이 대단할 뿐입니다.
"이럴 때 어떤 방법을 써야, 광현이에게 도움이 될지 고민했다. 현재 선발투수가 부족한 팀 상황을 생각하면 김광현을 1군에 두는 것이 좋다. 하지만 지금은 광현이가 심리적으로 휴식을 취해야할 때다. 결국 오늘 2군에 내려보내기로 결정했다"
"혼을 내려는 것이 아니다. 광현이도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으니 생각이 많아지는 것 아니겠나. 1군과 떨어져있다보면 정신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
마운드에서 생각이 많다는 것은 타자와의 승부에서 밀릴 수밖에는 없습니다. 김감독의 말처럼 에이스다운 피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니 마운드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이런 고민들은 다시 경기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에이스 김광현의 모습이 정상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2군으로 내려 보낼 정도는 아니었음에도 김감독이 초강수를 두었던 이유는 팀이 3연패를 당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승승장구하고 독주 태세를 갖춰나가던 SK가 지난 기아와의 홈경기를 시작으로 3연패에 빠지며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투수진보다 빈약해진 타격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 정도로 투타 불균형은 문제는 심각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팀이 정상적으로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김감독이 상징적인 김광현을 2군으로 내려 보내며 SK 선수들 전원에게 경고를 날린 셈입니다.
팀의 에이스를 최악의 상황이 아님에도 2군에 내려 보낼 정도라면, 누구라도 2군으로 강등될 수도 있음은 선수들에게 강한 동기부여를 해줄 수밖에는 없습니다. 더욱 탄탄한 팀워크로 압도적인 1위를 했던 만큼 정신력을 고취한다면 다시 한 번 페이스를 끌어올릴 수 있는 팀이기에 김감독의 강수는 여유 있는 SK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기아의 김상현은 최악의 빈타에 허덕이면서도 줄기차게 중심타자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언젠가는 터지겠지. 오늘이 아니면 내일은 조금 좋아지겠지 하면서 버틴 시간이 벌써 한 달이 넘었습니다. 올 시즌 30경기에 출전해 홈런 2개에 14타점, 1할 6푼 7리의 중심타자는 초라함을 넘어 민망한 수준입니다.
개인적으로 그가 2009년 기아를 우승으로 이끌던 시절로 다시 돌아오기를 고대하지만 현재의 타격 페이스나 정신 상태로는 더욱 힘들게 할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김광현에게 정신적인 휴식이 필요한 게 아니라 김상현에게 정신적인 휴식이 절실하다는 것은 대다수의 팬들이 느끼는 생각일 겁니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중심타자에 서는 김상현으로 인해 타격의 흐름은 끊기고 공격 기회가 무산되면서 팀 역시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그를 고집하는 조범현 감독의 고집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는 김상현 선수에게 실전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시켜주겠다는 의도를 넘어서 스스로 자멸하도록 이끄는 것으로 밖에는 안 보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타격 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자신감이 떨어진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경기에 출전해야만 하는 것은 고역일 수밖에 없습니다. 단기간에 자신만의 타격 페이스 찾기 힘든 상황에서는 팀의 사기와 변화를 위해서도 김상현은 2군에서 자신을 추스르고 타격 밸런스를 맞추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감독이 김광현이 미워서가 아니라 애정을 가지고 살핀다고 이야기했듯 조범현 감독이 팀의 장타자인 김상현은 위한다면 빠른 시간 안에 그를 2군으로 내려보내 타격감과 자신감을 모두 높일 수 있도록 조처를 해야만 합니다. 타격의 중심에서 상대 투수들의 먹잇감이 되어버린 김상현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영원히 치유불가한 병에 빠져버릴 지도 모를 지경입니다.
김감독의 과감한 선택은 SK 선수들에게 위기감과 함께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는 분위기 전환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독주 태세를 갖추며 안일해진 경기력에 집중력을 높이고 다시 승리를 위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독려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많은 기아 팬들은 김상현이 3할 타율에 36개의 홈런을 치던 2009년 모습을 회복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처럼 팀 패배의 주범처럼 여겨지는 상황에서 그가 회복을 하기는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정신적인 압박에서 자유롭게 벗어나 자신의 타격 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절실한 게 사실입니다.
김상현이 현재처럼 빈타에 허덕인다면 그 자리를 누가 대신해도 큰 공백을 느낄 수는 없습니다. 시즌 시작과 함께 한 번도 위력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없기에 시즌이 중반으로 넘어가기 전에 김상현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특단의 조처를 취해야만 합니다. 그것이 곧 김상현 본인이나 기아가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조범현 감독에게 절실한 것은 과감하게 에이스를 2군으로 보내는 김성근 감독의 결단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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