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기아 한화전 스윕 9회 11안타 9득점, 신종길 신들린 맹타와 선동열 감독 선택 아름답다

by 스포토리 2013. 4. 5.
반응형

기아와 한화 경기는 사제지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선동열 감독과 김응룡 감독이라는 대결 구도는 다양한 재미를 던져주었습니다. 올 시즌 한화는 과거 해태 사단들 스타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도 기아와 한화의 대결은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 9회 나온 상황은 프로야구 사상 가장 진기한 기록이었습니다.

 

선동열 감독의 배려는 모욕이 아닌 최선이었다

 

 

 

 

도미니칸 친구인 소사와 바티스타의 대결은 흥미로웠습니다. 같은 나라 출신답게 그들의 투구 스타일은 비슷했습니다. 빠른 볼을 중심으로 상대를 윽박지르는 투구를 하는 이들의 대결은 큰 기대를 하게 했습니다. 개막 4연패에 빠진 한화로서는 1선발이 나선 오늘 경기는 꼭 잡아야만 했습니다.

 

책임이 너무 무거웠던 듯 바티스타는 1회 등판과 함께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선두 타자인 이용규에게 초구 사구를 내주더니, 2번 타자인 신종길이 멋진 번트 안타로 무사 1, 2루를 만든 상황에서 이범호가 적시타를 쳐내며 쉽게 선취점을 뽑아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바티스타가 던진 공이란 4개였습니다.

 

 

실점 후에도 나지완과 최희섭이 연속 사구를 맞으며 밀어내기 사구라는 신기한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1회 극심하게 흔들리며 2-0으로 앞선 기아는 하지만 아쉬웠습니다. 심하게 흔들린 바티스타를 상대로 1회 2득점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이라면 최소 5점 이상은 뽑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1회 기회를 살리지 못한 기아는 살아난 바티스타와 완전히 밀리는 경기를 해야 했습니다. 마치 다른 투수가 된 듯 강한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커브들을 이용해 기아 타선을 13개 삼진을 잡으며 외국인 투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웠습니다.

 

바티스타는 6과 1/3이닝 동안 120개의 투구로 6안타, 5사사구, 13삼진, 3실점을 하며 자신의 몫을 해주었습니다. 1회 불안한 피칭만 없었다면 기아의 승리는 힘들었을 정도로 바티스타의 투구는 한화의 유일한 희망임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소사는 1회 팀이 2득점을 해주었지만, 초반 흔들리는 모습으로 아쉬움을 주었습니다. 절친의 페이스를 따라가듯, 1회 시작과 함께 이대수에게 안타를 맞고 오선진에게 사구를 내주며 흔들렸습니다. 김태균의 적시 2루타로 실점을 하며 불안함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후속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으며 위기를 벗어났습니다.

 

2회에도 연속 안타를 맞으며 실점을 한 소사는 바티스타처럼 안정적인 투구로 한화 타선을 압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바티스타만큼의 삼진은 아니지만 8이닝 동안 8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한화 타선을 잠재웠습니다. 소사는 8이닝 동안 117개의 공으로 7안타, 4사사구, 8삼진, 2실점을 하며 승리투수가 되었습니다. 개막전 경기에서 아쉬움을 보였던 소사는 한화를 상대로 다시 살아난 구위를 보여주었다는 사실은 반가웠습니다.

 

기아와 한화의 경기 하이라이트는 바로 9회였습니다. 한 점 차이로 앞서 간 기아는 안승민을 상대로 다시 살아난 타격감을 선보였습니다. 1사 후 9번 타자 김선빈으로 시작된 안타는 한 이닝 최다 안타인 11개를 기록하며 9득점을 하며 한화를 초토화해 버렸습니다.

 

이용규와 신종길이 연속 3루타를 기록하고, 나지완이 희생플라이로 안타가 끊기기는 했지만, 기아의 타선은 다시 폭발했습니다. 연속 7안타를 쏟아내며 한화를 멘붕으로 이끈 기아 타선은 두려울 정도였습니다. 신종길은 한 이닝에 두 개의 안타를 치는 기록도 만들어낸 기아의 9회는 놀라웠지만, 선동열 감독의 굳은 표정은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말도 안 되게 무너지는 한화 마운드를 보며 끊임없는 안타를 쳐내던 기아 타자들에게 긴급하게 과도한 베이스 러닝을 하지 말도록 지시했습니다. 정상적이라면 충분히 득점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3루에서 주루 코치가 홈으로 들어서려는 김상현을 막을 정도였습니다. 신종길도 2루타가 가능한 안타를 치고도 1루에 머무는 등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이상한 경기가 이어졌습니다.

 

선동열 감독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은 명확했습니다. 자신의 스승인 김응룡 감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기 위함이었습니다. 9회 폭발하며 승리가 확정된 상황에서 더는 비참한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프로로서 그런 행동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선동열 감독의 행동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은 그가 보인 은사에 대한 예의가 충분히 감동으로 다가왔으니 말입니다.

 

승부는 승부일 뿐이지만 과도함으로 비참함을 선사할 필요는 없다는 선 감독의 판단과 선택은 어쩌면 프로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선 감독의 선택을 반갑게 받아들이는 것은 승패와 상관없는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신종길은 다시 한 번 대단한 타격감을 보여주었습니다. 6타수 4안타, 4타점, 2득점을 올리며 최근 타격감이 얼마나 좋은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김주찬이 부상으로 장기 결장이 확정된 상황에서 신종길이 강한 2번 타자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사실은 반가웠습니다.

 

3월 31일 2타수 1안타를 시작으로 4월 3일 한화 경기에서 5타수, 4안타, 6타점을 쓸어담은 신종길은 오늘 경기에서도 4안타, 4타점을 올리는 대단한 기록을 보여주었습니다. 두 경기에서 8안타, 10타점을 올렸다는 사실은 놀라운 기록이었습니다. 지난 시즌 맹활약을 기대했던 신종길은 시즌 시작과 함께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2군으로 내려가야 했습니다.

 

과도한 관심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멸했던 신종길이었지만 올해는 달랐습니다. 김용달 타격 코치가 들어오며 변화가 시작된 기아에서 최희섭과 신종길은 확실한 변화를 보여주었습니다. 과거와 달리 타격에 조바심이 없고, 힙턴이나 타격 시 향상된 기술은 달라진 신종길을 확인하게 했습니다. 끝까지 볼을 보며 안정적인 타격 자세에서 나오는 신종길의 모습은 기존의 그는 아니었습니다.

 

신종길의 타격감이 시즌 내내 유지된다면 그의 전성시대는 곧 올 해가 될 것입니다. 개막 이후 전승을 이어가고 있는 롯데와 주말 3연전을 준비하는 기아가 과연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궁금합니다. 운이 좋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롯데가 물오른 타격감을 보이는 기아에 맞서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팬들은 많은 기대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선동열 감독의 배려 야구는 오직 김응룡 감독과의 대결에서 보인 것이 마지막입니다. 단단해진 기아가 지난 시즌 아쉬운 승부를 보였던 롯데를 상대로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