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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이승훈 5000m 12위 소감이 불편하고 안타까운 이유

by 스포토리 2014.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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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유력한 메달 후보였던 이승훈이 5000m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12위로 마감했습니다. 메달을 기대한만큼 메달권에 들어서지 못한 것이 아쉬운 것은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승훈 선수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건만 침울하게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기는 현실은 불편하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최선을 다한만큼 당당하면 그만이다

 

 

 

 

최선을 다해도 안 되는 일은 있습니다. 더욱 저변 확대가 되지 않은 종목의 경우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는 지점들을 자주 발견되고는 합니다. 엘리트 체육으로 국제 대회에서 좋은 기록을 세우는 것이 대단하고 놀라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 뒤에 드리운 어둠 역시 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항상 논란이 되고는 했었습니다.

 

 

개막 전부터 논란과 화제가 교차하던 소치 올림픽은 시작되었습니다. 화려한 개막식에서 오륜기가 사륜기가 되는 사고가 있기는 했지만 화려한 문화를 자랑하는 러시아의 힘을 느끼게 하는 개막식은 분명 흥미로웠습니다. 개막식을 마치고 본격적인 동계올림픽이 시작되었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낯선 경기들은 큰 반항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다음 대회가 평창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동계올림픽 종목들은 여전히 우리에게는 낯선 종목들일 뿐입니다. 그나마 초특급 스타들이 존재하는 피겨나 스피드스케이팅, 그리고 쇼트트랙 등이 주목을 받을 뿐 다른 종목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지상판 방송들이 특별 편성해 방송을 하는 것과 비교해 효율은 떨어져 있을 뿐입니다.

 

시작 전에도 그랬지만 국민들의 관심은 김연아의 금메달 2연패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방송사들 역시 김연아를 위해 모든 것을 맞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평범한 대중들에게 소치올림픽은 그저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에만 맞춰져 있을 뿐입니다.

 

김연아와 이상화의 올림픽 2연패만이 아니라 봅슬레이(루지, 스켈레톤 등) 종목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처음으로 모든 출전권을 따냈다는 사실은 대단합니다. 하계 올림픽과 달리 동계 올림픽은 모든 종목에 기술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기술력이 곧 메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동계 올림픽은 각국의 첨단 기술이 집약된 대결의 장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연습장 하나 갖추지 못한 대한민국에서 봅슬레이 팀들이 보여준 대단한 성과는 금메달 못지않은 쾌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BMW, 페라리 등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이 자사의 명예를 걸고 봅슬레이 제작에 나설 정도로 기술의 힘이 중요한 이번 대결에서 그들이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알 수는 없지만, 올림픽에 도전하는 그들의 노력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아 마땅합니다.

 

 

이승훈의 경우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가 메달 권에 들지 못하고 12위에 그치기는 했지만, 그는 건장한 대단한 외국 선수들과 경쟁에서도 당당했습니다. 타고난 힘의 차이가 결정적일 수밖에 없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 12위를 차지한 것은 나쁜 결과라고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충분히 메달권 진입이 기대되었던 선수라는 점에서 작은 아쉬움은 존재하지만 그가 풀 죽어 "죄송하다"는 말을 건넬 정도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메달을 따지 못하면 그간의 노력이 아무런 의미도 없어진다는 현실 속에서 선수들로서는 당연할지 모르지만 이제는 이런 중압감에서 벗어나야만 할 시대입니다.

 

국가 대항전이라는 점에서 국가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올림픽이 가진 한계입니다. 그리고 그런 국가주의가 애국심의 발로를 요구한다는 점도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보다 당당하게 자신의 노력에 대해 만족해야만 하는 시대가 왔음을 잊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은 자신을 응원하던 팬들만이 아니라 스스로도 불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 경기에서 결과는 그 어떤 것이어도 상관없다는 점에서 이승훈의 소감은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154cm 밖에 되지 않는 외소한 체격으로 건장한 선수들이 즐비한 크로스컨트리 종목의 국가 대표를 하고 있는 이채원 선수는 이번 스키애슬론에서 54위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가진 외국 선수들과 대결을 하면서 죽을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한 그의 도전은 그 자체로 아름답기만 했습니다. 아이의 엄마인 그녀가 보여준 그 대단한 도전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여자 모글 프리스타일에 출전한 서정화 선수 역시 1차 예선에서 연습 도중 부상으로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2차 예선에 출전한 그녀는 최선을 다했지만 만족스러운(우리의 시선으로) 성과를 내지는 못했습니다. 사촌 동생인 서지원 역시 세계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후 밝게 웃으며 자신은 최선을 다했기에 만족한다는 서정화의 모습은 당당해서 보기 좋았습니다.

 

결선에도 올라서지 못한 결과는 아쉽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주눅 들거나 울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황급히 인터뷰를 마무리하지도 않았습니다. 서정화는 자신이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음에 만족했습니다. 물론 누구에게나 한 번 주어질지 알 수 없는 대회에서 아쉬운 성적을 남긴 것이 안타까울 수도 있지만, 스스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만족한다는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게 다가왔습니다. 그녀가 승부욕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경기에 임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는 사실이 반가웠습니다.

 

경기 결과는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경기에 최선을 다할 뿐 결과는 그 이후 얻어지는 과정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소치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이승훈처럼 절망을 해서도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죄송하다는 말은 스스로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때나 해야 할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승훈의 인터뷰는 그저 안타깝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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