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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모태범 500m 4위와 안현수 동메달 소치올림픽이 낳은 아이러니

by 스포토리 2014.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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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스케이팅의 기대주였던 모태범이 네덜란드의 벽을 넘지 못하고 4위에 그쳐 메달 획득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모태범과 함께 출전했던 이규혁과 김준호, 이강석 등은 하위권으로 처지면서 세계의 높은 벽을 체감하게 했습니다. 러시아 쇼트트랙 사상 첫 메달은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 빅토르 안의 몫이었습니다. 스케이팅을 하고 싶어 귀화를 해야만 했던 안현수의 눈물이 만든 메달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는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모태범과 이규혁, 김준호와 이강석, 그리고 안현수 모두 잘했다

 

 

 

 

올림픽 6회 연속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이규혁은 이번 에도 메달과는 멀었습니다. 30대 후반의 나이로 체력이 가장 중요한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열 살 이상이나 차이 나는 선수들과 경쟁에서 이긴다는 사실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그에게는 나이와 메달은 무의미했습니다.

 

모태범은 김연아와 이상화 등과 함께 올림픽 2연패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 중 하나였습니다. 그만큼 세계적인 실력을 갖춘 선수였고, 세계선수권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었었다는 점에서 500m는 기대되었습니다. 하지만 소치 올림픽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네덜란드 대표팀의 강력함은 결과적으로 거대한 벽으로 다가왔습니다.

 

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도 알 수 있듯 메달은 결국 마지막에 결정되는 어쩔 수 없는 순서가 만든 결과일 뿐입니다. 우리 선수들이 메달을 딴다면 그건 국민들에게는 보너스 같은 선물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비난을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들이 올림픽을 위한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올림픽을 위한 국가대표가 되었다는 것은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칠 정도로 노력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모태범의 4위 기록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힘겨워할 이유는 아닐 것입니다. 열심히 해도 결과가 원하던 것과 다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나 후회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후회보다는 다음 경기에서 다시 한 번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스피드 스케이팅의 경우 한 종목에만 출전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종목에 출전이 가능하고, 그렇게 연습을 해온 만큼 1,000m에서 다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기회는 존재합니다.

 

대한민국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쇼트 트랙 1,500m는 참혹했습니다. 준준결승에서 한국 대표선수 둘이 넘어지는 참사도 존재했고, 이제는 러시아 대표가 된 안현수의 벽에 밀려 결선에 진출하는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1,500m가 외국 선수들에게 보다 유리하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결과라고도 생각되지만, 주종목도 아닌 1,500m에서 동메달을 딴 안현수를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합니다. 

 

안현수가 러시아 국적을 가지고 올림픽에 나서야 했던 것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그대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큰 논란이 일었었습니다. 올림픽 3관왕 선수였던 안현수는 부상 후 힘겨운 재활의 시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스케이팅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행복했었던 그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몸담고 있던 성남시청 쇼트 트랙 팀이 해체되면서 그에게는 그 어떤 선택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스케이팅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안현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러시아에서 그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사실도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쇼트트랙의 영웅인 안현수가 그가 가장 서고 싶은 대한민국의 국가대표가 아닌 러시아의 국가대표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실 속에서는 우리 사회의 병패가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파벌과 특정 학교의 학맥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는 일반인들도 알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안현수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저 스케이트를 타고 싶은 그에게 대한민국은 그저 잔인할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안현수의 메달에 환호를 보내는 것은 그의 인간승리가 주는 감동도 있지만, 이런 사회적 문제에 대한 비난이 함께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사회적 모순이 결국 한 선수를 몰아냈고, 그런 그가 포기하지 않고 러시아의 국기를 달고 다시 올림픽에 나서 러시아 쇼트트랙 사상 첫 메달을 선사했습니다. 

 

"오늘의 동메달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러시아에 첫 쇼트트랙 메달을 선사했다는 것도 특별하다"

"오늘의 동메달에 실망하지 않는다. 남은 종목을 편히 치를 수 있고, 500m와 1,000m, 5,000m 계주는 체력 부담이 적은 만큼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으리라 본다"

"(불편하게 비쳐지는 것이) 후배들에게 미안하고 안타깝지만 서슴없이 지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즐겁게 올림픽을 치를 것이다"

 

안현수 빅토르 안은 메달 획득 후 인터뷰에서 복잡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러시아로 귀화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한국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즐겁게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의 마음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 역시 분명할 것입니다.

 

러시아에게 첫 쇼트트랙 메달을 선사했던 빅토르 안은 남은 종목에서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그가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알 수는 없지만, 한국 대표 선수들과 흥미로운 재미를 보여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러시아 국기를 들고 메달리스트로서 환호를 보내던 그의 모습에서 그저 행복하지만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했을 듯합니다. 그가 느끼는 복잡함은 우리들 모두가 느끼는 감정일 테니 말입니다.

 

모태범과 이규혁, 김준호와 이강석 모두 최선을 다했습니다. 한국의 쇼트트랙 선수들 역시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후회는 없었을 것입니다. 국적까지 바꿔서 출전하고 싶었던 올림픽에서 안현수, 빅토르 안은 그렇게 자신의 4번째 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메달 획득 후 가진 복잡한 심경은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이었을 것입니다. 소치올림픽이 낳은 이 아이러니는 곧 우리 사회의 지독하고 아픈 편견과 아집이 낳은 결과라는 사실이 더욱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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