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전에서 아쉬운 패배를 당한 넥센은 4차전이 힘들 것으로 보였습니다. 초반 득점에 성공하지 못하면 삼성에 끌려갈 수도 있는 분위기였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넥센도 그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고, 그들은 시즌 중에도 자신들이 강했던 마틴을 상대로 초반 공략에 성공했습니다.
위기의 넥센, 4개의 홈런으로 삼성을 흔들었다
마틴과 밴헤켄의 4차전 선발은 당연히 넥센으로 기울어 있었습니다. 전날 극적인 9회 역전 홈런으로 기세를 올린 삼성이기는 하지만, 밴헤켄을 쉽게 공략할 수 없다는 점에서 넥센이 좀 더 유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기대처럼 넥센은 1회부터 강력하게 삼성 마운드 마틴을 흔들었습니다.
넥센 타선의 시작인 서건창의 안타로 시작한 1회는 마틴에게는 참혹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서건창은 안타에 이어 도루까지 성공하며 마틴을 흔들었습니다. 2루를 훔치는 것도 부담인데 3루까지 루를 하나 더 훔친 서건창은 역시 넥센의 공격을 이끄는 첨병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중책을 맡고 마운드에 올라 부담이 되는 첫 이닝을 서건창은 방망이와 빠른 발로 흔들었으니 말입니다.
서건창의 빠른 발과 유한준의 희생플라이로 쉽게 첫 득점에 성공한 넥센에게 운도 함께 했습니다. 박병호의 2루타는 외야 수비가 뛰어났다면 단타로 막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좌익수가 최형우라는 사실이 삼성에게는 아쉬움을 만든 이유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3루 땅볼을 잡은 박석민이 말도 안 되는 악송구로 인해 추가실점을 하고 말았습니다.
평범한 타구라는 점과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낮은 송구는 결국 타자만이 아니라 2루 주자까지 홈으로 들어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시즌 중 넥센 전에 유독 약했던 마틴은 서건창의 발야구에도 힘들었지만, 1실점으로 막을 수 있는 경기를 수비의 어처구니없는 실책으로 인해 추가실점까지 한 것은 문제였습니다.
마틴은 올 시즌 넥센과의 대결에서 선발 두 경기 포함해 총 3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2패만 기록했습니다. 패배보다 더욱 참혹했던 것은 평균자책점이 무려 24.30(6.2이닝 22피안타 5피홈런 3볼넷 4탈삼진 18자책점)이나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더욱 4차전 선발로 나선 목동에서 치른 2경기 역시 1패 평균자책점 18.56(5.1이닝 15피안타 3피홈런 1볼넷 2탈삼진 11자책점)를 기록할 정도로 극단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1회를 힘들게 넘긴 마틴은 2회 급격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선두타자 로티노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기는 했지만, 그 타구 역시 잘 맞았습니다. 이후 박동원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더니, 서건창마저 볼넷으로 내보내며 마운드를 배영수로 넘겨야 했습니다.
선발로 나서 2이닝도 막지 못한 마틴으로 인해 삼성은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충분히 대비하고 준비하던 배용수를 급하게 마운드에 올리기는 했지만, 말 그래도 예상보다 빠른 교체는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이택근을 삼진으로 잡아내기는 했지만, 오늘 경기의 영웅이 된 유한준에게 결정적인 3점 홈런을 내주며 경기는 완전히 넥센으로 기울었습니다.
4회에도 넥센은 이택근이 굳히기 투런 홈런을 쳐내며 완벽하게 분위기를 압도해갔습니다. 4회 이미 7득점을 한 넥센은 침묵하던 장타가 폭발한 것은 큰 수확이었습니다. 여기에 3일을 쉬고 나선 에이스 밴헤켄이 6회까지 퍼펙트 경기를 이끌며 삼성을 완벽하게 묶어버렸습니다.
7회 선두 타자인 나바로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기 전까지 18타자를 완벽하게 묶었던 밴헤켄은 역시 에이스였습니다. 선발 밴헤켄은 7이닝 동안 80개의 투구수로 2안타, 무사사구, 1홈런, 4삼진, 1실점으로 귀중한 승리를 팀에게 안겼습니다. 만약 에이스인 밴헤켄마저 무너졌다면 이 승부는 삼성이 빠르게 끝낼 수도 있는 경기였기 때문입니다.
에이스 밴헤켄의 호투는 결과적으로 승부가 7차전까지 간다면 다시 한 번 등판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했습니다. 효과적인 투구수로 다음 경기도 기대하게 한다는 점에서 오늘 밴헤켄의 호투는 팀 승리에 이어 귀중한 보험까지 들게 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가 되었습니다.
밴헤켄의 호투도 중요했지만 넥센이 오늘 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터트렸다는 사실입니다. 승부를 책임진 유한준이 두 개의 홈런으로 홀로 5타점을 기록한 것도 대단했고, 이택근과 박헌도까지 홈런을 쳐내며 중심타자만이 아니라 다양한 타자들이 홈런을 기록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은 이후 경기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듯합니다.
모든 게 좋았던 넥센이지만 하나 아쉬웠던 것은 한현희였습니다. 3차전 경기에서도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하고 패전 투수가 되었던 그는 감독의 배려로 다시 마운드에 올랐지만 어제의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8회 마운드에 올라 1안타, 2사사구, 2실점을 하면서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 한현희로 인해 넥센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타선에 비해 마운드가 약한 넥센은 가을야구에서 선발 3인방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습니다. 불펜 마운드를 조상우, 한현희, 손승락이라는 시즌 중 최고의 활약을 보인 이들은 중책을 맡았습니다. 선발 3인방의 뒤를 이들 철벽 3인방이 마무리하는 방식은 넥센의 승리공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시즌 31개의 홀드를 기록했던 한현희의 부진은 이후 경기에서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문성현이 한국시리즈에 나서기는 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많은 상황에서 결국 넥센이 쉽게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한현희가 살아나야 한다는 점입니다. 밴헤켄은 두 경기를 통해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조상우와 손승락은 여전히 강하다는 사실도 증명해주었습니다.
삼성에 약한 소사가 5차전 선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문제는 소사가 삼성의 벽을 넘을 수 있느냐와 삼성이 2차전과 마찬가지로 소사를 초반부터 무너트릴 수 있느냐의 승부로 귀결되게 되었습니다. 5차전의 패는 결과적으로 소사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류중일 감독의 마틴 선발이라는 패착이 과연 1차전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던 헐크를 새롭게 다잡게 할지도 궁금합니다. 소사와 헐크의 강속구 대결에서 홈런포가 터지기 시작한 넥센과 가을야구의 전설을 쓰고 있는 삼성이 과연 어떤 승부를 보여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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