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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기아 패배를 잊게 한 최희섭의 9회 말 투아웃 만루 홈런

by 스포토리 2011.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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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연승을 달리던 기아가 트레비스가 2회 무너지며 9연승의 꿈은 깨지고 말았습니다. 절대 강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 팀이 8연승을 이어간다는 것이 무리였던 상황이기에 기아의 패배는 새로운 시작이라 생각해야 합니다. 패배를 당했음에도 즐거울 수 있는 것은 마지막 순간 터진 한 방이었습니다.  

9회 말 투아웃 만루 상황에서 터진 최희섭의 한 방




트레비스가 이렇게 무너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기아에 약했던 리즈와 대결을 벌였기에 박빙이나 연승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던 팬들에게 오늘 경기는 의외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1회 초 박경수에게 큼지막한 솔로 홈런을 맞았을 때만 해도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2회 타자일순으로 무너진 트레비스

기아의 상승세는 1회 말 공격에서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0-1로 뒤진 상황에서 이용규가 투 볼 낫싱 임에도 안타를 만들어 내고, 김선빈이 보내기 번트를 대서 스코어링 포지션에 놓는 작전은 잘 진행되었습니다. 이범호와의 대결을 두려워한 리즈는 그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최희섭을 선택했지만 동점타로 자신을 선택한 리즈에게 팀의 4번 타자임을 증명해주었습니다.

문제는 2회 초였습니다. 전체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트레비스의 공은 LG 타자들에게는 치기 좋았습니다. 과거 등판에서도 낮게 제구가 되는 날에는 트레비스 특유의 경기가 펼쳐지지만 높게 형성되는 날에는 통타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바로 오늘이 통타를 당하는 전형적인 날의 제구력이었습니다.

2회 선두타자로 나선 정성훈의 중견수 쪽 플라이 볼이 신종길의 어색한 포구로 안타가 되면서 타자일순은 시작되었습니다. 조인성이 인정 2루타를 치고 나갔지만 후속타자들인 정의윤과 박병호를 잡고 이닝을 마무리하는 듯 했지만 9번 타자인 김태완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를 만들어주고 오늘의 히어로인 이택근에게 싹쓸이 2루타를 맞으며 완전히 무너져버렸습니다.

이후 연속해서 타자들에게 안타를 맞으며 점수가 1-6까지 벌어지며 마운드에서 화를 내고 후속 플레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트레비스는 실력이나 인성에서 모두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1위 탈환을 위한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허무하게 무너지며 팀 밸런스마저 흔들리며 기아는 철저하게 LG에 끌려가는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대 선발이 무너지자 리즈는 더욱 손쉽게 기아 타자들과 승부를 벌일 수 있었습니다. 유인구가 스트라이크 존에서 형성되며 손쉽게 배트가 나오도록 유도하고 범타와 스트라이크 아웃을 잡아내며 9연승을 꿈꾸던 기아로 잡고 리즈는 승리 투수가 되었습니다.

리즈는 5와 1/3이닝 동안 97개의 공을 던져 7안타, 4사사구, 2실점으로 시즌 5승을 올렸습니다. 리즈와 함께 시즌 5승을 노렸던 트레비스는 2이닝 동안 52개의 투구로 6안타, 2사사구, 6실점으로 시즌 4패를 하게 되었습니다. 단 2이닝만 던지고 마운드에 내려와야 했던 트레비스로서는 이미 한 차례 보크 판정으로 벤치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다음 경기가 중요해졌습니다.


패배를 잊게 한 최희섭의 9회 말 투아웃 만루 홈런

연승을 하면서 가장 중요했던 것이 선발 투수의 힘이었음을 오늘 경기에서 기아는 잘 보여주었습니다. 연승을 이어가면서도 팀 타격이 점차 하향세를 그리며 득점 생산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투수의 힘으로 승리를 하던 기아로서는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더욱 중심 타선들이 장기 침묵에 들어서며 상대 팀들이 클린업 트리오를 쉽게 잡고 다른 타자들에게 집중하며 타선이 전체적으로 무너지도록 만들었습니다. 강력한 중심 타선이 존재하지 않으면 득점을 통한 승리를 바라보기는 무척 힘듭니다.

기아가 연승을 하는 과정을 자세히 보면 중심 타자들이 결승타를 뽑거나 승리의 견인이 된 사례는 거의 없고, 모두 하위나 상위 타선이 극적인 상황을 만들며 승리를 얻은 경우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노장 이종범이 극적인 홈런을 치거나 적시타들을 만들어내며 타선을 독려하고 테이블 세터인 이용규와 김선빈의 지능적이며 탁월한 경기 감각으로 경기를 이기는 경우가 한 시즌 내내 이어질 수는 없습니다.

어느 한 쪽에 과부하가 걸리면 자연스럽게 문제는 터져 나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8연승을 하면서도 두드러졌었던 타격 하락은 연승이 끝이 났음을 알리는 징조로 다가오고는 했습니다. 8연승을 달성했던 두산과의 마지막 3차전에서도 무력해진 타선은 기회를 자주 놓치며 손쉬운 승리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2회 초 LG가 타자일순하며 6득점을 한 이후 2회 말 기아는 곧바로 반격을 가했습니다. 차일목이 볼넷을 얻고 신종길이 안타를 치며 추가 득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후속타 불발로 추격은 무산되었습니다. 3회 이범호가 선두 타자 안타를 치고 나가 4, 5번 타선에서 득점이 터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최희섭이 병살타를 치며 득점 기회를 날려버렸습니다.

중심타선이 다시 힘을 쓰지 못하자 5회 말 이용규는 선발 리즈와의 대결에서 13개의 공을 뿌리 게 하는 악착같은 공격으로 그를 흔들어 놓았습니다. 김선빈이 볼넷으로 나가 도루를 하고, 조인성의 2루 송구가 잘못되어 3루까지 가게 된 그는 리즈의 폭투로 홈을 밟으며 기아 테이블 세터의 위용을 보여주었습니다.  
최희섭의 2루타와 김상현의 볼넷으로 1사 1, 2루 찬스에서 안치홍의 허무한 타격은 추격 의지를 꺾게 만들었고 곧바로 이현곤과 교체되는 수모를 당하기까지 했습니다. 기아로서는 LG와 비슷한 안타를 치면서도 점수 차가 확연한 차이를 보였던 것은 집중력의 차이였습니다.

LG가 2회 타자일순하며 대량 득점을 했던 것과는 달리, 기아는 매 회 주자를 내보내면서도 연속 안타가 터지지 않아 루상에 주자만 내보낸 채 거둬들이지 못하며 어려운 승부를 해야만 했습니다. 시즌 초반 기아가 최악의 상황이었을 때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잔루만 많은 팀 공격은 변비 타선을 양산하고 득점이 없는 공격은 무의미해지며 자연스럽게 패배로 갈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최악의 상황에서 터진 최희섭의 한 방은 주말 경기에 희망을 가지게 해주었습니다. 영화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9회 말 투아웃 주자 만루 상황에서 팀의 4번 타자인 최희섭이 타석에 들어서 극적인 만루 홈런을 치는 장면은 기아의 패배를 잊게 해주는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김상진 추모일을 허무하게 보내지 않게 한 그의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모두가 포기하고 있는 순간 멋진 홈런 한 방으로 6-7까지 쫓아간 기아의 저력은 역전도 가능하게 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길을 찾지 못하는 김상현은 루킹 삼진을 당하며 기아의 역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습니다. 부진했던 이범호가 오늘 경기에서 볼넷 2개와 안타를 쳤고, 최희섭이 5타수 3안타, 5타점으로 살아나는 모습을 보인 것은 기아로서는 고무적인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5번 타자인 김상현은 볼넷 하나와 삼진 두개를 당하며 4타수 무안타로 침묵을 지키며 부진이 상당히 오래 갈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짧게 맞추는 타격을 하지 않고 풀스윙으로 한 방만 노리는 김상현의 타격으로는 현재의 부진을 이겨낼 수는 없습니다. 연승을 하며 안타들을 자주 만들어내며 타격감이 올라올 것이라 믿었던 김상현은 다시 부진의 늪에 빠져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우려를 사고 있습니다.

기아의 연승이 언젠가는 끝이 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 시점이 LG와의 3연전 첫 경기였다면 주말 경기에서 위닝 시리즈를 가져갈 수 있도록 팀을 재정비하면 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9회말 만루 홈런이 터지며 쉽게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고무적이었습니다.

승리를 간절하게 바라는 심수창과 올 시즌 첫 선발 등판을 하는 차정민의 토요일 경기는 타격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윤석민이 아니라 의외로 차정민을 내보내며 선발 로테이션에 변화를 준 기아가 연패를 탈출할 수 있는지의 관건은 오직 타자들의 몫으로 남겨졌습니다.

최강의 테이블 세터에 이어 이름값을 하지 못했던 클린업 트리오가 제몫을 해준다면 연패 탈출은 가능할 것입니다. 연승보다 중요한 것이 연패를 당하지 않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지게 된다면 의외로 연승 후유증이 깊어져 연패로 빠질 수도 있기에 기아로서는 토요일 경기를 무조건 이겨 연패를 당하지 않도록 노력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력한 김상현이 팀 타격이라도 할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최희섭의 홈런을 잡기 위해 펜스 플레이를 하다 병원에 긴급 후송된 정의윤이 큰 부상 없이 경기에 출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넘어가는 공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이 마지막 순간 LG의 흐트러진 경기력을 되살릴 수 있었음을 알기에 팀을 떠나 그가 보여준 허슬 플레이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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