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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강동우의 만루 홈런과 야왕의 승부수, 막강 기아를 잡아낸 원동력

by 스포토리 2011.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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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와 독수리가 만나 겨룬 광주에서의 올 시즌 13번째 대결은 한화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끝이 보이지 않았던 그들의 대결은 응집력이 더욱 돋보였던 한화가 막판 뒤집기를 하며 어제의 패배를 설욕했습니다. 한화의 승리에는 야왕이 구사한 과감한 작전들이 모두 들어맞으며 기아를 궁지로 몰았기에 가능한 승리였습니다.

장성호의 최연소 1,000득점과 야왕의 승부수가 빛났다
 



오늘 경기는 선발진이 불안하며 불펜 싸움으로 진행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지난 삼성과의 경기에서 안 좋은 투구를 보였던 장민제나 어깨 뭉침으로 등판을 쉬었던 양현종으로서는 오늘 경기가 중요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은 경기였습니다.

한화에는 마일영이 있었지만 기아에는 없었다

영현종을 상대로 한화는 1회부터 장성호의 2루타와 최진행의 적시타로 득점을 하면서 경기를 이끌어나갔습니다. 볼 스피드는 좋았지만 여전히 제구력에 문제를 드러낸 양현종은 자신의 페이스를 찾으려 노력을 하기는 했지만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를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그의 제구력을 볼 수 있었던 3회 이대수에게 볼넷을 내주고 장성호에게 사구를 내준 그는 최진행에게 다시 적시타를 내주며 0-2로 점수 차가 났습니다. 문제는 가르시아에게도 볼넷을 내주며 한 이닝에는 사구 하나 포함해 볼넷을 두 개나 내주는 상황은 정상적인 선발투수의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한화가 차분하게 점수를 따내던 것과 달리, 기아는 3회 말 이범호가 장민제의 초구를 노려 쳐 동점 투런 홈런을 기록하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았습니다. 기아의 강타선을 맞아 호투를 하던 장민제로서는 철저하게 분석하고 노림수를 가지고 나오는 이범호의 타격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경기를 다시 뒤집은 5회에서는 가르시아가 내야 땅볼을 치고 1루로 힘껏 달리며 머리부터 들어가는 슬라이딩을 감행하며 세이프가 되는 장면을 연출하며 한화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비록 오늘 경기에서 화끈한 타격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외국인 선수로서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으로 선수들을 독려하는 그의 모습은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두 팀의 경기 승패는 선발 투수들이 내려선 5회부터였습니다. 기아는 장민제를 몰아붙이며 5회에만 4점을 올리며 역전시키며 어제에 이어 오늘 경기에서도 승리를 할 것으로 보여 졌습니다. 5회까지 3실점을 한 양현종을 대신해 기아 마운드에서 가장 믿을 만한 손영민을 조기 투입시키며 승리에 욕심을 냈던 기아는 의외의 상황으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화는 위기 상황에서 최근 좋은 투구를 보이고 있는 마일영이 나와 기아 타선을 제압한 것과 달리, 믿을 맨 손영민이 등장해 두 개의 안타와 사구 하나에 만루 홈런까지 내주며 완벽하게 무너지며 기아를 힘겹게 만들었습니다. 사이드 암인 손영민에 맞선 야왕의 대타 작전은 고동진과 전현태가 모두 안타를 치며 완벽하게 들어맞았습니다.


기아 타선이 다시 반격을 하며 곧바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마운드를 이어받은 김진우가 다시 무너지며 한화에 대량 실점을 하며 경기는 완벽한 한화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속구가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2이닝 연속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었습니다.

140km 중 후반을 던질 수 있었음에도 속구 승부를 하지 못했던 이유가 제구력의 문제였다면 벤치에서는 김진우에게 미련을 두지 말고 바로 후속 투수들로 한화를 막아야만 했습니다. 과연 김진우가 타이트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 능력을 보여줄까에 대한 궁금증 실험은 안 해도 좋았을 텐데 막연한 믿음은 기아를 더 이상 쫓아갈 수도 없는 한계로 몰아넣었습니다.

기아가 여전히 마무리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화의 박정진은 8회부터 등판해 기아 타선을 완벽하게 잠재우며 한화의 수호신임을 명확하게 했습니다. 1999년 입단해 쫓겨날 위기까지 당해야만 했었던 그가 늦은 나이에 이런 대단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 놀랄 따름입니다. 30대 중반에 찾아온 전성기가 한화의 상승세와 함게 하는 듯해 박정진으로서는 올 시즌이 자신의 야구 인생 최고의 한 해로 기억될 듯합니다.


강동우의 만루 홈런은 이범호와 나지완의 투런 홈런보다 효과적이었다

두 팀의 경기 흐름을 바꿔 놓은 것은 6회였습니다. 선발 투수가 내려오고 손영민이 마운드에 올라온 상황에서 한화의 한대화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두 타자 연속 대타를 사용하며 사이드 암인 손영민을 압박했습니다. 단순히 타선에서만 아니라 전현태가 과감한 도루를 감행해 기아 배터리를 당혹케 했고 이는 한상훈에게 사구를 맞히며 무사 만루 상황까지 이르게 만들었습니다.

마운드에 올라오자마자 정신없이 흔들리며 만루 위기까지 맞은 손영민은 이대수를 3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내며 안정을 찾는 듯 했지만 다시 왼손 타자인 강동우를 맞아 실투에 가까운 가운데 볼을 던져 만루 홈런을 맞고 말았습니다. 5회 폭발적인 타격으로 6-3으로 경기를 뒤집은 상황에서 다시 역전 만루 홈런을 내준 상황은 기아로서는 치명적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가장 믿을 만한 구원 투수였던 손영민이 한화 타선을 맞아 최소 2이닝 무실점으로 막아줄 것으로 믿었던 기아 벤치로서는 힘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손영민이 한대화 감독의 왼손 타자 작전에 완벽하게 무너지며 위기에 처하자 곧바로 김진우를 마운드에 올리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이 역시 길게 가져간 것이 패인이었습니다. 

아직 마운드에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김진우를 박빙의 상황에서 2이닝을 던지게 했다는 것은 모험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좋은 변화구를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이 역시 충분히 대비가 가능한 상황에서 무리한 투구는 결국 한화에게 결정적인 승리를 가져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8회 이여상이 역전 2루타를 치는 모습에서 한화 벤치에서 김진우에 대한 분석이 어떤 식으로 완료되었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김진우가 실투를 하지 않았음에도 변화구가 들어올 것을 알고 대비해서 쳐낸 이여상의 한 방은 김진우를 더 이상 마운드에 있을 수없게 했습니다.  

기아에게 안타까웠던 것은 리딩 히터인 이용규가 오늘 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로 침묵을 지켰다는 점입니다. 경기의 흐름을 주도하고 팀 승리의 원동력이 되어왔던 이용규가 침묵하자 결정적인 기회를 중요한 시점에서 잡을 수 없었던 기아로서는 승부수를 던지기 힘들었습니다.

김선빈 역시 최근 타격 페이스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이용규가 무안타 경기를 펼치자 중심타선으로 이어지는 무게감은 현격하게 줄어들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오늘 경기를 봐도 1번타자 이용규의 존재감이 기아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는 명확해진 듯합니다.

이범호가 동점 투런 홈런을 치고 나지완이 역전 투런 홈런을 치며 여전히 매서운 타격감을 보여준 기아였지만 중요한 승부처에서 과감한 승부수를 던진 한화의 한대화 감독에 의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상대 전적에서도 올 시즌 7승 6패로 한화가 앞서는 상황은 2위를 하고 있는 기아로서는 무거운 짐처럼 다가옵니다.

안타와 볼넷, 사구를 합해 양 팀 모두 20개씩의 진루를 만들어낸 두 팀의 경기는 경기 후반 양 팀 감독의 승부수와 선수들의 승부욕에서 차이를 보인 경기였습니다. 11-7이라는 경기 스코어가 말해주듯 마운드는 초토화가 되었고 상대 타선들은 불을 뿜은 경기에서 승패를 가른 선택은 팬들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6회 손영민을 대비한 과감한 한대화 감독의 승부수와 8회 이른 등판으로 기아의 역전을 막아낸 박정진의 등판 등 야왕의 작전은 모두 성공했지만, 조범현의 승부수는 모두 실패하며 역전의 빌미가 되었다는 점에서 오늘 경기는 야왕의 완승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합니다.  

기아가 한화를 잡았다면 반 게임차로 삼성을 압박할 수 있었는데 아쉬웠습니다. 한화로서는 중위권 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기아에 맞서 승리를 거듬으로서 중위권 도약에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둘 수는 경기였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무척이나 흥미로운 경기였지만 기아 팬들로서는 한없이 아쉬웠던 오늘 경기는 많은 것들을 고민하게 합니다. 여전한 문제로 거론되는 불펜은 기아가 우승을 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로 남겨졌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최연소 1,000 타점을 올린 장성호의 모습을 보면서 조범현 감독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궁금해집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최희섭의 연이은 부상과 김주형의 부진은 장성호의 맹활약과 비교되며 기아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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