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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Soccer/유럽리그

맨체스터 더비 승패를 가른 세 번의 결정적 순간들

by 스포토리 2011.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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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팬들이 기대하던 맨체스터 더비가 웸블리구장에서 펼쳐졌습니다. 양 팀의 에이스들인 루니와 테베즈가 빠진 상황에서 과연 그들의 승패를 결정지을 선수는 누구일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의외의 선수였건 야야 투레가 캐릭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시키며 맨시티가 FA컵 결승에 오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맨유 잡은 맨시티 세 번의 결정적인 순간들




01. 베르바토프, 우아한 백조가 아닌 털빠진 오리였다

전반전 베르바토프가 그 완벽한 찬스에서 골로 연결했다면 결과는 완전히 달랐을 수도 있습니다. 박스 안에 촘촘하게 배치된 맨시티 수비진들을 무력화시킨 스콜스와 박지성의 월 패스는 베르바토프에게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베르바토프는 슛도 해보지 못하고 볼을 빼앗기며 아쉬움을 토해야만 했습니다.

곧바로 이어진 나니의 패스는 그저 발만 대고 있어도 골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베르바토프는 골포스트를 넘기며 절호의 찬스를 날려버리고 말았습니다. 방송직전 발표된 두 팀의 포메이션이 모두 4-3-3이었지만 원 톱을 두고 중원을 다섯 명을 두는 4-5-1로 대결하며 중원 싸움에 모든 것을 걸고 경기를 진행했습니다.

초반 결정적인 찬스에서 베르바토프가 골을 넣었다면 경기는 무척이나 쉽게 풀어갈 수 있었습니다. 흐름이 중요한 경기에서 초반 결정적으로 찾아왔던 득점 기회를 놓치면서 전반전 우세한 경기를 이끌어 갔음에도 불구하고 기선 제압에는 실패한 맨유였습니다.

지나간 일에 만약이란 무의미하지만 초반 기회에서 베르바토프가 골로 연결했다면 경기는 맨유의 일방적인 페이스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았음을 봤을 때 그의 결정적인 순간은 아쉽기만 합니다.

02. 캐릭의 실수, 야야 투레의 결승골

전반전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었던 맨유가 골을 넣지 못하고 맞이한 후반은 야야 투레의 결정적 한 방으로 완전하게 기울게 되었습니다. 맨유 골 에어리어 근처에서 공격으로 방향을 잡아가던 상황에서 캐릭의 패스를 위한 킥이 야야 투레의 발에 걸렸고 이는 곧 결승골로 이어졌습니다.

캐릭의 부주의와 야야 투레의 집중력이 만들어낸 이 골은 전반 아쉬움을 줬던 베르바토프의 동작들과 비교가 되기도 했습니다. 수비진들과의 대결에서 번번이 밀리며 우는 소리만 하는 베르바토프는 단 한 차례도 결정적인 상황을 만들어내지 못한 반면 리베로 역할을 하는 야야 투레가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고 이런 상황을 놓치지 않고 안정되게 골로 연결하는 모습은 인상적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캐릭의 경우 좀 더 집중력을 보여주어야만 했습니다. 자기편 골대 부근에서 주변에 상대팀이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어떤 일을 하려는 지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3, 4m 떨어져 있던 야야 투레를 보지 못했다는 것은 실수 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려 노력은 했지만 좀처럼 맨시티에게서 기회를 얻을 수 없었던 맨유는 아쉬움을 곱씹으며 트레블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만 했습니다.

03. 스콜스의 퇴장, 무력해진 맨유

귀중한 골로 앞서가는 맨시티는 자연스럽게 그라운드를 넓게 사용하며 패싱 게임을 통해 점유율을 넓히는 경기를 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지배하는 위치가 되어버린 맨시티와 절치부심 동점을 노리는 맨유의 움직임은 달라질 수밖에는 없었고 이런 상황 변화는 최악의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도록 유도했습니다.

공을 경합하는 과정에서 스콜스가 맨시티의 자바레타의 허벅지를 스파이크로 가격하는 스포츠맨십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며 퇴장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작기는 하지만 살이 일부 뜯겨 나갈 정도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던 위험한 행동은 아쉽기만 했습니다.

실점을 당한 후 공수 연결을 조율하는 스콜스가 퇴장 당한 후 맨유의 경기력은 눈에 띄게 후퇴하기 시작했습니다. 잔 실수들이 늘어나고 이런 상황에서 패스도 원할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공격 기회는 더욱 소원한 일이 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활약이 미미했던 발렌시아를 해결사 치차리토로, 베르바토프를 안드레송으로, 그리고 지친 오셔를 대신해 파비우를 투입하며 반전을 꾀했지만 이미 기울어버린 경기력을 뒤집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치차리토가 마법을 부리기에는 시간도 상황도 그에게는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04. 괜찮았던 박지성, 아쉬웠던 퍼거슨의 선택

중앙 미드필드로서 공수의 조율과 함께 활발한 활동력을 보인 박지성은 지난 첼시와의 챔스 8강 2차전에서 보여준 활약만큼이나 왕성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리베로에서 포워드까지 공수를 넘나들며 보여준 박지성의 존재감은 여전히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다양한 활동력만큼이나 공간을 창조하고 볼을 배급하는 과정에서 박지성 특유의 움직임들은 팀에게 활약을 부여했지만 그의 노력만으로 경기를 뒤바꿀 수는 없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전반 초반 맨시티의 골 에어리어 근처에서 수비진들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는 상황에서 스콜스와 보여준 월 패스는 환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 선수인 베르바토프까지 물 흐르듯 연결된 이 상황에서 피니쉬까지 완벽했었다면 이 장면은 대단히 훌륭한 명장면으로 남았을 듯합니다. 스콜스가 퇴장되고 차치리토가 투입된 이후 윙어로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런 움직임도 팀을 승리로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결과론이지만 베르바토프 원 톱 전술은 완벽한 실패로 끝나버렸습니다. 날카로운 창의 모습이 아니라 무딘 칼날을 스스로 탓하며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하는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답답함으로 다가올 뿐이었습니다. 경기에 자주 나오지 않아서 생기는 경기력 감퇴도 일부 작용한 듯도 하지만 이기적인 몸놀림을 보이던 그는 자신의 실수에 스스로 자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듯해서 아쉽기만 했습니다. 

베르바토프보다는 차치리토의 선발 투입 혹은 투톱으로 공격력을 배가할 것으로 보였던 전략은 무기력한 베르바토프로 인해 퍼거슨의 선택을 민망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후반 교체 타이밍도 너무 늦은 시간대에 투입되며 차치리토의 능력을 극대화하는데 실패하면서 퍼거슨의 선수 운용에 대해 비난을 받을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오늘 경기를 통해 많은 이들이 느낀 것은 루니의 공백에 대한 아쉬움이었을 듯합니다. 루니가 있고 없고 에 따라 너무 다른 공격력은 맨유의 장점이면서도 단점으로 다가오며 퍼거슨의 고민만 깊게 만들었습니다. 배부른 백조 베르바토프는 다시 한 번 그 존재감에 의문부호를 남겼고 이로 인해 루니의 공백 시 이를 메울 수 있는 특급 공격수의 영입이 절실하다는 사실만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중원을 책임지며 볼 배급 자와 공간 창출자를 넘어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골을 넣으려 노력하는 박지성의 모습은 무척이나 고무적이었습니다. 국가대표까지 은퇴하며 소속팀 경기에 집중하려는 그의 모습은 왜 그가 맨유에 가장 필요한 선수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팀은 패배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박지성의 존재감은 그만큼 더 크게 자리한 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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