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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Soccer/유럽리그

엘 클라시코 레알 승리 주역은 호날두가 아니라 페페였다

by 스포토리 2011.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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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동안 네 번의 엘 클라시코의 첫 번째 승자가 가려졌습니다. 스페인 국왕 컵 결승에서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승부를 벌인 바르샤와 레알의 대결은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치열한 승부를 벌여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습니다.

결승골 호날두보다 페페 전략의 승리였다




과르디올라 체제에서 단 한 번도 레알과의 엘 클라시코에서 패배를 하지 않았던 바르샤는 여섯 번의 대결 만에 첫 패배를 기록했습니다. 바르샤 입장에서는 9부 능선을 넘어선 라리가 우승과 국왕 컵, 챔스 우승 등 다시 한 번 트레블을 달성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를 놓치면서 챔스 리그까지 위협을 받게 되었습니다.

지난 라리가 32 라운드에서 맞붙은 그들은 2010/2011 엘 클라시코 1차전에서 당한 5-0의 설욕전이었습니다. 무리뉴 감독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결과였을 겁니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에게 5-0이라는 일방적인 패배는 그를 흔들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승부욕 강한 그에게는 다시 돌아올 엘 클라시코 2차전을 학수고대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맞이한 그들의 2차전은 철저하게 바르샤를 이기기 위한 맞춤 전략이 구사되었습니다. 수비수인 페페를 미드필드 라인까지 올리는 변칙적인 전술은 강력한 패싱 게임을 하는 바르샤를 압박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1-1로 비기기는 했지만 한 명이 퇴장당한 상황에서 동점을 만든 레알의 저력은 대단했습니다. 

무리뉴의 '페페 전략'으로 부를 수 있는 이 변칙 전술은 다시 한 번 화려하게 꽃을 피웠습니다. 전형적인 공격수인 벤제마 등을 제외하고 외칠을 미드필드 진에 배치하고 호날두를 원 톱으로 내세우며 강력한 미드필드 진을 구축했습니다. 

케디라-페페-알론소로 이어지는 중앙 미드필드에 디 마리오와 외칠의 양 날개에 최전방 호날두는 그 위력이 대단했습니다. 중원싸움을 펼치는 양 팀 간의 대결에서 레알의 강력한 압박 전술은 전반전을 레알이 완벽하게 장악하며 위용을 드러냈습니다. 

바르샤 역시 32 라운드에서 힘들게 싸워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메시가 중원 깊숙이 내려와 스스로 볼을 배급하고 끌고 나가는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차비는 수비 라인 깊숙이에서 볼을 받아 중원을 통해 최전방으로 볼을 배급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강력한 압박 수비를 펼친 레알에 의해 그들의 전술은 효과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전반전 가장 중요했던 하이라이트는 중원을 장악했던 페페가 날카로운 헤딩슛으로 왼쪽 골대를 맞추는 장면이었습니다. 상대 수비인 알베스보다 높이 뛰어 올라 완벽한 헤딩을 한 공은 핀토 골키퍼도 그저 지켜봐야만 할 정도였습니다. 강력한 중원 압박으로 바르샤의 예봉을 철저하게 차단하며 빠르고 명석한 디 마리오와 외칠을 통한 공격 루트 개척들은 레알을 전반전 승자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후반전은 강력한 압박을 펼치던 레알이 지치며 압박 범위를 중원에서 수비라인으로 내리자 자연스럽게 바르샤에게는 다양한 공격 기회를 주어졌습니다. 중원을 장악하고 차비와 이니에스타, 메시 등을 묶으며 효과적인 수비를 하던 레알은 전반 너무 강력한 압박으로 인한 체력 저하로 전반전과 같은 효과적인 전략은 펼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 변화는 당연히 바르샤에게 공격의 기회들을 주게 되었습니다. 후반 24분 메시가 레알 수비수 3명을 제치는 멋진 스루 패스를 페드로에게 연결하고 차분하게 상대 골 망을 흔들며 바르샤가 앞서가는 듯 했지만, 아쉽게도 이 골은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고 말았습니다.

이후 메시와 이니에스타 등 파상 공세가 이어지며 결정적인 골 찬스를 만들기도 했지만 전설이 되어가는 카시야스의 선방에 막히며 분루를 삼켜야 했습니다. 후반 종료를 앞두고 교체된 아데바요르의 결정적인 패스를 받은 호날두가 골 찬스를 맞이하기도 했지만 알베스의 육탄 방어로 무의에 그치며 그들의 대결은 연장전으로 넘어갔습니다.

추가적인 선수 교체 없이 연장전을 맞이한 두 팀은 연장 전반 12분경 왼쪽에서 마르셀로와 디 마리아의 멋진 패싱에 이은 디 마리아의 크로스는 골문 앞에서 비상했던 호날두의 머리에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들어가며 오늘의 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월등한 신장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바르샤의 문전을 장악한 호날두는 디 마리아의 환상적인 크로스를 놓치지 않고 멋진 헤딩슛으로 마무리하며 바르샤에게 당했던 엘 클라시코의 굴욕을 되갚아 주며 레알이 18년 만에 코파 델 레이 컵을 들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분명 호날두의 멋진 골이 승패를 가른 결정적인 한 방이 되었지만 바르샤를 맞이해 새로운 전략으로 맞선 무리뉴가 과르디올라보다 한 수위였음을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터프한 페페를 중원으로 올려 '중원 장악력'이 좋은 바르샤를 압박한 무리뉴의 맞춤식 전략은 막강한 패싱 게임의 달인인 바르샤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무리뉴가 만들어낸 '페페 전략'은 바르샤를 무너트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임이 두 번의 엘 클라시코를 통해 증명이 되었습니다. 강력한 중원 압박은 섬세한 축구를 하는 바르샤를 위기로 몰아넣었고,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필승 전략이 되었다는 것은 과르디올라에게는 커다란 숙제로 남겨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다음 주 진행되는 챔스리그 4강전에서 다시 엘 클라시코는 진행됩니다. 무리뉴가 성공한 전략을 그대로 들고 나올지 아니면 새로운 전략으로 과르디올라를 궁지로 몰아넣을지는 알 수 없지만 패장이 된 과르디올라는 무리뉴의 새로운 전략을 파괴할 비책을 마련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1-0으로 지고 나서 분통해 하는 메시의 모습은 다가오는 엘 클라시코 3차전을 기대하게 합니다. 엘 클라시코 1, 2차전에서 메시는 분명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게 사실입니다. 환상적인 몸놀림으로 상대 팀을 유린하던 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이는 곧 팀의 패배로 이어졌기에 그에게는 다가오는 3차전이 기대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메시를 강력하게 해줄 '이니에스타, 차비, 비아, 페드로'가 제 몫을 못해주면 바르샤에게 승리는 힘든 일이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이들의 부진은 레알의 수비가 메시에게 집중될 수밖에는 없고 이런 상황은 바르샤의 승리를 더욱 힘들게 만들 수밖에 없으니 말이지요.  

이미 상대팀들의 전략은 완벽하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 팀들을 더욱 압박해 승리로 이끌 수 있는 필승 전략을 누가 잘 만들어 내느냐가 일주일 후에 있을 챔스 4강전 첫 경기이자 엘 클라시코 3차전의 승패를 좌우할 것입니다. '무리뉴의 호날두vs과르디올라의 메시'의 진검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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