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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김희걸 4년 만의 선발승, 위기 속에 빛난 기아의 응집력이 돋보였다

by 스포토리 2011.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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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을 걷는 듯한 기아가 위기 속에서도 단단한 팀 결속으로 두산을 잡고 위닝 시리즈를 가져갔습니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두산은 김선우가 2실점 완투를 하면서 사력을 다했지만 기아의 벽을 넘지 못하고 홈에서 위닝 시리즈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4년 만의 선발승 김희걸, 7년 만의 유격수 수비 이범호



주전 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주전 2루수인 안치홍이 허리 부상으로 이현곤 역시 김선빈 이후 강행군으로 인해 잔부상에 시달려 경기에 나서지 못하자 조범현 감독은 시험전 연습 중 이범호에게 유격수를 부탁했고 이범호는 7년 만의 유격수 출전이었지만 멋지게 해내며 역시 이범호라는 찬스를 받았습니다.


한 서린 김희걸의 5이닝 호투, 9이닝 호투한 김선우를 압도했다

김희걸은 올 시즌 전부터 선발 전력으로 분류되어 시즌 시작과 함께 선발로 나서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효과적인 투구를 하지 못하며 불펜으로 자리를 옮기는 그는 들쑥날쑥한 등판으로 정상적인 컨디션 찾기에 실패하며 기아에게 민폐 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로페즈가 부상으로 마운드를 비운 것은 김희걸에게는 다시 한 번 기회로 다가왔습니다. 부상 부위로 인해 언제 완치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선발 한 축을 담당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기아 벤치는 1순위로 김희걸을 선택했습니다.

잠실에서 벌어진 두산과의 경기에서 1승 1패를 거둔 상황에서 3차전에 나서는 투수는 양 팀 모두 부담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자신의 어깨에 팀의 승패가 달려있기에 심리적 압박감은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하지요. 하지만 오늘 경기는 2-1이라는 스코어가 말해주듯 흥미로운 투수전으로 이어지며 야구의 또 다른 재미를 전해주었습니다.

두산으로서는 꼭 이겨야만 하는 투수들인 리퍼트와 김선우. 어제 리퍼트가 한 점차로 겨우 승리한 그들로서는 내심 연승까지도 기대했을 듯합니다. 선발 전력에서 김희걸을 압도하는 김선우가 기아를 잡아줄 것으로 굳게 믿었기 때문이지요. 더욱 핵심 전력인 안치홍이 부상으로 빠지고 이범호가 유격수를 맡을 정도로 기아의 팀 사정은 최악이었으니 말입니다.

기회는 기아가 먼저 잡았습니다. 1회 시작과 함께 이용규와 김원섭이 연속 볼넷을 얻어나가며 기회를 잡았지만 어제까지 맹타를 휘두르던 이종범이 3루 땅볼로 물러나고 이범호는 2루 땅볼로 더블 플레이를 당하며 흔들린 김선우를 무너트릴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위기를 넘긴 두산의 1회 공격역시 기아와 비슷하게 흘러갔습니다. 1사 후 정수빈이 몸에 맞는 볼로 나가고 김현수가 안타를 쳐 1사 1, 3루의 절호의 기회를 만들고 4번 김동주가 타석에 들어서며 두산이 선취점을 뽑으며 쉽게 경기를 풀어갈 것으로 기대 되었습니다. 하지만 김동주는 이범호 앞에 공을 치고 병살을 당하며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두 팀 모두 1회 시작과 함께 기회를 잡고도 4번 타자들이 병살로 물러나며 득점에 실패하며 투수전 양상은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2회 최준석을 삼진으로 잡은 김희걸은 양의지에게 안타를 맞으며 위기를 맞는 듯했지만 손시헌이 다시 유격수 앞 병살로 물러나며 매 이닝 병살로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실점 없이 김희걸이 두산 타선을 막아내자 3회 기아는 선두 타자 차일목이 안타를 치고 홍재호가 번트를 대며 기회를 만들고 이용규가 안타를 치며 1사 1, 3루의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어제 빈타로 중간에 교체되기까지 했던 김원섭은 완벽한 희생 플라이로 선취점을 뽑으며 호투하던 김희걸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습니다.

투수전으로 흐를 경우 선취점이 중요한 상황에서 먼저 선취점을 내준 두산으로서는 불안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더욱 김선우가 선발 등판한 경기는 이겨야만 하는 상황에서 뒤진 채 경기를 풀어가야 한다는 것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1점을 앞선 상황에서 5회 공격에 들어선 두산은 선두 타자인 양의지가 안타를 치며 기회를 잡았고 두산 벤치는 곧바로 희생 번트 지시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작전 수행 능력이 탁월했던 손시헌이 어처구니없는 번트를 플라이로 만들어 병살로 이어지는 과정은 절망스러웠습니다. 위기에서 벗어나자 김희걸은 이원석을 삼진으로 잡으며 자신의 힘으로 승리투수 요건을 만들어냈습니다.


마지막 타자인 이원석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포효하던 김희걸의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오랜 시간 이 순간을 기다려왔는지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김희걸은 5이닝 동안 58개의 효과적인 투구를 하며 3안타, 2사사구, 2삼진, 무실점으로 4년 만에 선발승을 거두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더 던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두산과의 경기에서 꼭 승리를 해야만 했던 기아 벤치는 과감하게 필승 조를 투입해 두산의 타선을 봉쇄해나갔습니다. 심동섭과 손영민, 그리고 한기주로 이어지는 기아의 필승 카드는 1실점을 하며 귀중한 승리를 따낼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불안정하기는 하지만 믿을 수 있는 유일한 마무리인 한기주는 1과 1/3이닝을 던지며 1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마지막 타자인 이성열을 3구 삼진으로 잡으며 짜릿한 1점 승부에서 승리를 거두게 되었습니다. 트레비스로 시작해 불안감을 심어주던 기아는 안치홍의 부상으로 정점을 찍더니 위기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팀원들로 인해 중요했던 두산과의 목요일 경기를 승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김선우는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9이닝을 완투하며 올 시즌 최다 피칭인 121개의 공을 던져 5안타, 2사사구, 5삼진, 2실점의 호투를 보였습니다. 두산 타자들이 기아 마운드에 완벽하게 막히며 호투를 하고도 승리를 얻지 못한 김선우로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내려왔다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 듯합니다.  


병살 3개 만든 유격수 이범호와 승리 타점이 된 홈런 친 김주형

꽃범호가 3루수가 아닌 유격수로 출전한다는 사실은 재미있었습니다. 유격수로 시작하기는 했지만 3루수로 전향하며 선수로서 만개한 실력을 보여주었던 이범호로서는 7년 만에 유격수 수비에 나서는 부담을 안아야만 했습니다. 김선빈의 부상이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선발 출장했던 이현곤이 등에 담이 와서 출전이 힘들었기 때문이지요.

초반 김선빈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공수에서 맹활약했지만 이현곤은 여름이 깊어지며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내며 공격에서 아쉬운 부분들을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강행군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누구나 빠질 수 있는 체력적인 문제는 이현곤을 힘들게 만들었고, 안치홍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담으로 자신도 선발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은 이현곤 본인이 가장 부담스러웠을 듯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걱정들은 단순한 우려였습니다. 이범호가 유격수를 7년 만에 맡았다는 사실을 알기라도 하듯 4번의 병살타 중 3개를 이범호의 손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1회 자신이 병살을 치며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던 이범호는 1회 수비에서 김동주의 타구를 부드럽게 잡아내 6-4-3으로 이어지는 매끄러운 병살로 연결하며 우려를 종식시켰습니다.

2회 이어진 손시헌의 2루 베이스 쪽 타구도 자연스러운 포구와 함께 병살로 이어가며 두산의 공격을 막아내는 모습은 완벽했습니다. 6회 심동섭이 김희걸을 대신 해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오재원을 사구로 1루에 내보내 위기를 자초했지만 1번 타자 이종욱의 잘 맞은 타구가 유격수 이범호에게 라인드라이브로 잡히며 1루에서 마저 병살 당하자 두산은 동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수비에서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공격에서 이범호는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아쉬움을 주었습니다. 더욱 김선우에 강한 이범호로서는 중요한 순간 기아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적시타를 기대하기도 했지만 부상 이후 완벽하지 않은 타격은 팀 공격을 이끌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기아가 오늘 다섯 개의 안타밖에는 쳐내지 못할 정도로 김선우의 역투에 막혀 있는 상황이었기에 어느 선수가 못했다기 보다는 어떤 선수가 수훈갑이었는지를 살펴보는 게 더 현명하겠지요. 오늘 기아가 승리하기 위해 타선에서의 일등공신은 바로 김주형이었습니다.

그동안 미완의 대기로 아쉬움을 곱씹게 하던 김주형이 두산과의 경기를 통해 새로운 커트맨이 되어 타격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더니 오늘 극적인 솔로 홈런으로 호투하던 김선우를 패전투수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1-0으로 겨우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7회 1사 후 초구를 노려 만들어낸 솔로 홈런은 두산의 추격의지를 흔들어 놓고 말았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역투를 한 김선우는 김주형의 홈런 한 방으로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고 9회 1점을 쫓아간 두산으로서는 더더욱 김주형의 7회 솔로 홈런이 아쉽기만 했습니다. 만약이란 의미가 없지만 김주형이 홈런을 치지 못하고 추가 점수를 뽑지 못했다면 경기의 승패는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이용규가 한 경기에서 다섯 안타를 치던 때를 생각해보면 9이닝 동아 아홉 명의 타자들이 5안타만 친 것은 아쉽기만 합니다. 구심점인 이범호가 아직 정상적인 타격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다가왔고, 이용규가 작은 슬럼프에 빠진 것은 아닌가 우려가 될 정도로 최근 경기에서 타격감이 좋지 않은 것도 기아로서는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기아로서는 SK와의 주말 경기를 앞두고 꼭 잡아야만 했던 경기를 잡을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김희걸의 호투와 함께 필승 조가 완벽하게 두산의 타선을 막으며 올린 승리는 그래서 달콤하기만 합니다. 주말 호우가 예상되고 있기에 기아로서는 조금 이르게 윤석민을 금요일 경기에 내보냅니다.

기아가 완벽한 승리를 예상할 수 있는 필승 카드인 윤석민은 토요일 경기가 아닌 금요일 경기에 내보내는 것은 SK와의 승부에서 결코 밀려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3게임차로 앞서고 있기는 하지만 맞대결 승패에 따라서는 2, 3위 순위가 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선두 맞대결에서 삼성에게 의외로 3연패를 하며 위기를 맞았던 기아로서는, 다시 한 번 피 말리는 승부를 벌어야만 하는 SK전을 앞두고 팀 선수들이 단합할 수 있는 끈끈한 경기를 보여주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힘겹게 일궈낸 승리는 위기에 빠진 기아를 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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