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1위, 반더벤 골과 수적 열세마저 기회로 만든 손흥민 리더십

아직 맨시티와 아스날의 경기가 시작되지 않았기에 완전한 1위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토트넘이 올 시즌 처음으로 1위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그게 하루 천하가 될지, A매치 기간까지 이어질지는 이제 오늘 열리는 맨시티와 아스날 승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승격팀인 루튼과 경기에서 토트넘이 완승을 거둘 것이라는 예측은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준 차가 큰 경기일 경우 골은 나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인 약체팀은 골을 먹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수비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미키 반더벤 첫 골, 토트넘 루튼 1-0 승

모두가 예상한 것처럼 루튼은 전 선수가 하프 라인 아래에서 수비를 하는 전술로 나섰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공격 자체를 포기한 전술은 아니죠. 통상 이런 식의 방어 후 후방을 노린 역습이 유일한 공격 방식이기도 합니다. 그런 루튼을 상대로 토트넘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초반 빠르게 선취골을 넣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실체 초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면 최소 3골 이상 앞서 나가는 경기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히샬리송은 이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조포인 손흥민에 대한 압박 수비는 강했고, 이를 적절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수비수를 끌고 다니며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리더 손흥민의 몫이었습니다.

 

손흥민은 자신에게 겹겹이 쌓은 수비수를 뚫고 직접 골을 넣기 보다는 이 공간들을 활용하는데 집중했습니다. 그건 손흥민이 가장 잘하는 일이고, 항상 그래왔습니다. 그렇게 공간이 만들어진 상황을 토트넘 선수들은 잘 이용했습니다.

 

이런 전술은 히샬리송에게 많은 기회가 제공되었습니다. 손흥민이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며 공간을 만들고, 그런 공간에 히샬리송이 침투하고 선수들이 공을 연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전술은 유효했고, 실제 경기 시작과 함께 기회들이 찾아왔습니다.

 

문제는 여전히 히샬리송의 결정력이 문제였습니다. 초반 두 번의 완벽한 기회에서 히샬리송은 결정짓지 못했습니다. 만약 초반 공격에 이 전술이 맞아 골로 연결되었다면 경기는 쉽게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는 비수마 퇴장도 없었을 것이란 의미입니다.

 

손흥민은 초반 이 전술을 어떻게 완성해나가는지 직접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박스 밖으로 나와 공을 전달받자 바로 만들어진 공간으로 볼을 넣어줬습니다. 옆에서 뛰는 포로를 보고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죠. 이 상황에서 골을 넣지 못한 것이 더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완벽하게 골키퍼와 1:1 기회가 주어졌지만 여전히 골결정력이 문제였습니다. 만약 이런 기회가 손흥민에게 왔다면 당연히 골로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기회를 놓쳐본 적이 없는 손흥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포로는 이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런 상황들은 결국 비수마의 퇴장으로 이어지는 이유로 작동합니다. 이미 엘로우카드를 받은 비수마는 전반 끝나기 전 할리우드 액션으로 퇴장당하고 말았습니다. 굳이 할 필요 없는 행동이 나온 것은 그만큼 승리하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비수마 퇴장으로 인해 더욱 힘든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비수마의 이런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행동은 초반 무수한 기회를 놓치며 골이 나오지 않은 탓이 큽니다. 골을 넣어야 한다는 강박이 결국 비수마를 엉뚱하고 한심한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고 보입니다.

 

이 상황에서도 손흥민의 리더십은 선수들을 일깨웠습니다. 라커룸에서 손흥민은 퇴장당한 비수마에게 괜찮다며 선수 모두에게 독려하며 더 많이 뛰자고 했다고 알려져 있죠. 이런 리더의 말은 결국 선수들에게 더 큰 힘을 내게 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후반 결국 기회는 왔고 이를 골로 성공시킨 것은 올 시즌 영입된 센터백 미키 반더벤이었습니다. 코너킥을 짧게 메디슨에게 연결되었고, 라인까지 끌고 가며 수비수를 제친 그는 중앙으로 컷백 했습니다. 이 전술은 올 시즌 토트넘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반더벤 역시 메디슨이 컷백을 할 것을 알고 수비수들 사이에서 조금 벗어나며 공을 받을 준비를 했습니다. 코너킥 찬스를 살리기 위해 키가 큰 반더벤이 들어와 있었는데, 그는 머리가 아닌 발로 골을 넣었습니다. 스스로 공간을 만들어 메디슨에게 도움 1위를 만들어주며, 중요한 골을 넣었습니다. 

반더벤 결승골로 토트넘 무패 행진 이어갔다

골을 넣은 반더벤은 오늘 경기 MVP를 받았고, 인터뷰를 하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줬죠. 루튼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손흥민이 오늘 골을 넣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고 했습니다. 놀랐지만 그저 그럴 수도 있겠지라는 말을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하죠.

 

버스에서 선수들 역시 손흥민의 반더벤 골 예측을 말이 안 된다는 식으러 받아들였다고 하죠. 하지만 놀랍게도 주장의 이 예측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손흥민은 경기 후 패널들과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반더벤 이야기를 그저 촉이 좋았다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언급했죠.

 

승격팀이고 옆자리에 앉았다는 의미에서 반더벤에게 힘을 주기 위한 덕담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논리정연하게 정리하기 힘든 수많은 경험과 변수들이 만들어낸 손흥민의 일명 '촉'이 정말 작동했을 수도 있습니다. 경기를 승리하니 이런 에피소드들도 화제가 되는 것이겠죠.

 

이 컷백은 토트넘의 골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루트로 완성되어가는 모습입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골을 넣지는 못합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손흥민이 공을 몰고 전방으로 치고 올라가며 만들어진 공간에 메디슨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컷백을 해줬지만, 아쉽게 골대를 벗어나며 골로 기록되지 못했습니다. 

 

오늘 경기로 토트넘은 가장 먼저 승점 20점을 기록하며 리그 1위에 올랐습니다.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졌던 아스날과 리버풀 경기는 1승 1 무로 만들며, 토트넘은 초반 위기를 잘 넘겼습니다. 물론 A매치 후 첼시와 맨시티 경기가 준비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위기는 찾아올 겁니다.

 

하지만 오늘 1명이 적은 상황에서도 토트넘은 수비 위주가 아닌 기존에 하던 방식으로 공격 축구를 했습니다. 이는 아무리 약팀과 상대한다고 해도 쉬운 경기일 수가 없습니다. 1부 리그 팀들과 경기라는 점에서 조금의 방심은 패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손흥민 리더십 토트넘 리그 1위로 올렸다

반더벤은 자신이 골을 넣은 것보다 클린시트로 경기를 마무리해서 더 기쁘다고 했습니다. 수비수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엔제 감독 체제에서 영입된 선수들은 모두 팀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그 선수들이 보여주는 경쟁력은 이미 EPL 내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비록 올시즌 우승을 노리는 경쟁력있는 스쿼드는 아니지만, 분명한 사실은 어린 선수들 위주의 토트넘은 지금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팀이라는 의미입니다.

 

이타적인 선수인 손흥민은 리더가 되어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고 있습니다. 마치 플레잉 코치처럼 훈련에서도 경기 과정에서도 선수들을 지도하며 힘을 내도록 독려하는 손흥민이 있다는 사실은 토트넘이 더욱 좋은 경기를 펼치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손흥민 리더십은 오늘 경기에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엔제 감독은 선수들에게 무한 자유를 주고 있지만, 게겐 프레싱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전술로 선수들이 달라지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어린 선수들을 단단하게 묶어주는 손흥민의 리더십은 토트넘의 현재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