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토트넘이 이런 성적을 올릴 것이라 추측한 이들은 없었을 겁니다. 잘하면 챔스 리그 진출이 가능할 것이란 생각은 했지만, 리그 우승을 다투는 수준일 것이란 생각은 할 수 없었으니 말입니다. 현재 토트넘은 모든 이들의 전망을 무색하게 하며 10경기 무패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중입니다.
크리스탈 팰리스와 경기는 만만할 수 없습니다. 런던을 거점으로 한 또 다른 의미의 런던 더비라는 점과 쉽지 않은 전력의 팀이기 때문이죠. 실제 토트넘 전반은 슛 한번 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압박에 이렇다 할 공격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바꾼 것은 후반전이었습니다. 토트넘이 지난 시즌과 전혀 다른 팀이 되었다는 것은 후반전을 보면 잘 드러납니다. 전반에 나왔던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상대를 이길 수 있는지 충분히 학습이 되어 경기에 나선다는 겁니다.
아무리 전략을 잘 짜와도 상대가 효과적으로 막으면 이는 무의미해집니다. 수없이 다양한 방식을 찾아 시도하고 이를 통해 승리를 가져가는 것이 축구입니다. 그런 점에서 토트넘의 오늘 경기는 그들이 왜 올 시즌 1위 자리를 차지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전반 벤 데이비스가 좋지 못하자 바로 에메르송 로얄을 투입했습니다. 그렇게 문제점을 직시하고 바로 변화를 꾀하는 순발력은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후반 7분 우측에서 포로가 사르에게 전달하자 크로스를 올렸지만 수비 맞고 굴절 되었습니다.
이 공을 메디슨이 잡아 다시 크로스를 올렸는데 이게 팰리스 워드에 맞으며 자책골이 되고 말았습니다. 답답하던 경기는 상대팀의 자책골 하나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책골은 그만큼 압박을 당하고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잘 보시면 메디슨의 크로스라고 볼 수 있는 빠른 공을 손흥민이 살짝 피하는 듯한 모습이 나옵니다.
의도적인 모습인데, 후방 수비수가 있음을 알고 피했다면 이는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메디슨의 크로스는 모호한 부분이 있었는데, 골대 옆에 있던 워드에게 재앙이 되는 상황들은 단순하게 만들어지는 일은 아닙니다.
추가 득점 상황은 토트넘이 정말 잘한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후반 21분 공격의 시작은 다시 사르였습니다. 사르가 교체되어 들어온 존슨에게 크로스 패스를 해줬고, 존슨은 헤더로 메디슨에게 연결했습니다. 메디슨은 박스 안으로 파고들었고, 존슨도 박스로 들어섰습니다.
존슨이 박스로 들어오자 메디슨은 바로 패스를 했죠. 이 지점에서 존슨은 손흥민이 안으로 파고드는 것을 봤고 완벽한 패스를 해줬습니다. 그 패스를 받자마자 손흥민은 논스톱으로 가볍게 차넣으며 2-0으로 경기를 벌렸습니다.
컷백은 이제 토트넘의 전형적인 전술처럼 여겨질 정도입니다. 이번에도 크로스 패스를 존슨이 살려내 메디슨에 연결하고 라인까치 타고 들어가 안으로 들어온 존슨에게 연결하는 과정이 너무 매끄러웠습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던 손흥민은 이 흐름을 그대로 확인하며 자신이 골을 넣을 수 있는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냈습니다.
손흥민이 넣는 골은 기묘하거나 어렵지 않습니다. 단순하고 명료하죠. 그렇다고 그의 골을 흉내내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 말은 어려운 상황을 쉽게 풀어 골을 넣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남들에게는 어려운 일이지만 손흥민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올 시즌 나온 골들을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드는 골은 없습니다. 서커스를 하는 듯한 모습도 없고, 말도 안 되는 외계인의 슛을 쏘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찬사를 보내는 것은 그 과정을 쉽게 만들어 편안하게 골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과거보다 파괴적인 스피드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문전에서 손흥민이 보여주는 스피드는 여전히 강력합니다. 그리고 경기 흐름을 파악하고 읽는 눈이 뛰어나다는 것은 그가 손쉽게 골을 넣는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두 번째 골 상황도 그렇습니다.
팰리스는 거칠게 토트넘을 압박했습니다. 수비가 강한 팀에 맞서 공간을 만들고 골로 연결하는 그 전 과정은 절대 쉬울 수 없습니다. 토트넘의 슛 자체가 팰리스보다 적다는 점에서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있게 합니다. 그만큼 오늘 경기는 골이 나오기 쉽지 않았다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손흥민은 공이 어디로 가는지 그 흐름을 파악하고 읽고 있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자신이 어디로 가야만 동료가 손쉽게 자신에게 볼을 전달해 줄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존슨이 메디슨의 공을 받아 손흥민에게 연결하는 과정이 매끄러운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존슨이 잘한 부분도 있지만 손쉽게 패스할 수 있는 공간으로 손흥민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료가 손쉽게 패스를 할 수 있는 길목을 찾고 그곳에 위치한다는 것이 쉬워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상대 수비수들의 압박도 있고, 어디로 향할지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면 그 짧은 찰나의 순간을 잃을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손흥민은 손쉽게 골을 넣었지만, 그 과정은 절대 쉽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 모든 것을 머릿속에 담고 예측까지 완벽하게 마친 후 상대 수비수들이 미처 손쓸 수도 없는 그 찰나의 순간 골을 넣어버리는 손흥민은 완벽에 가까운 공격수입니다.
오늘 경기에서는 벤탄쿠르가 후반 44분 경기장을 밟으며 팬들을 환호하게 했습니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수술과 회복하는 과정을 8개월 동안 겪어야 했던 벤탄쿠르가 예상보다 빨리 복귀했다는 것은 모두가 행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벤탄쿠르가 복귀하는 시점이 절묘합니다. 비수마와 사르가 예상을 뛰어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아프리카 대회에 나서야 합니다. 한 달가량을 비워야 한다는 점에서 이를 채워야 할 인물들이 필요합니다.
이런 공백기만이 아니라 중앙이 중요한 축구에서 한 선수가 붙박이로 모든 경기를 소화할 수는 없습니다. 다양한 자원들이 서로 호흡을 맞추며 체력 안배까지 해야만 강팀이 될 수 있습니다. 벤탄쿠르와 호이비에르는 지난 시즌에도 좋은 모습을 보인 미드필더 자원입니다.
새롭게 존재감을 보인 비수마와 사르와 벤탄쿠르, 호이비에르가 자유롭게 조화를 이루며 경기에 나서게 되면 토트넘의 전력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팀에 따라 실력이 비슷한 네 선수가 다양하게 나설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경기가 끝난 후 벤탄쿠르는 원정팬들에게 인사하며 자신의 복귀를 알렸고, 팬들 역시 환호와 박수로 그를 반겼습니다. 그리고 손흥민 역시 벤탄쿠르의 복귀를 누구보다 환영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직후 벤탄쿠르를 안고 환호하는 모습은 그가 결승골을 넣은 주인공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손흥민과 벤탄쿠르가 서로를 안고 환호하자 선수들도 모두 그곳으로 모여, 복귀한 그를 축하해 주는 모습에서 토트넘의 현재를 잘 볼 수 있게 해 줬습니다. 이런 선수들 간의 끈끈함이 토트넘이라는 팀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손흥민이 있음은 분명합니다.
첼시와 경기에서도 강했던 손흥민이라는 점에서 다음 경기 상대인 첼시마저 꺾고 연승 행진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11월 토트넘은 맨시티와 맞대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손흥민이 강점을 보이는 맨시티라는 점에서 기대됩니다.
맨시티가 여러 부분에서 월등히 앞서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의 토트넘이라면 결코 쉬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욱 강팀 킬러인 손흥민이 올시즌 완벽하게 깨어났다는 점에서도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토트넘이 1위를 이어갈 가능성 역시 높아졌습니다. 1월 아시안컵에 나가야 하는 손흥민의 부재를 과연 토트넘은 어떻게 채워낼지 그것이 유일한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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