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면제를 받은 이강인의 마음이 편해진 듯합니다. 대한민국 A매치를 시작으로 클럽팀으로 돌아가서도 챔피언스리그 첫 골에 이어, 리그 첫 도움까지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이강인이 이번에는 리그 첫 골을 넣었습니다.
많은 이들은 아직 어린 이강인이 파리생제르망에서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스타급 선수들이 많다는 점에서 선발로 나서는 것조차 힘겨울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이강인은 아직 그런 자리에 나설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이 만든 결과였습니다.
음바페를 비롯해 수많은 스타들이 즐비한 팀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메시가 있던 시절과 비교해 보면 존재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죠. 더욱 파리생제르망이 노선을 바꾸며 젊고 유망한 선수로 팀 체질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강인이 참여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아쉽게도 초반 부상으로 이탈하며 자칫 자리를 못잡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회복과 동시에 아시안게임과 A매치로 긴 시간 팀에서 이탈한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강인이 빠진 사이 파리생제르망의 경기력은 좋지 못했습니다. 그게 오히려 이강인에게는 이롭게 작용한 부분도 있습니다.
부상 이후 한국 대표팀으로 이강인이 보인 존재감은 파리 현지에서도 화제였습니다. 그리고 파리생제르망 팬들 역시 그의 복귀를 기다리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일정을 마치고 금메달을 걸고 금의환향한 이강인은 많은 이들의 기대에 부응했죠.
18살에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한 이강인은 22살이 되어 다시 출전했고, 첫 골까지 기록했습니다. 이강인의 역사를 그렇게 새롭게 쓰였습니다. 여기에 리그에서 첫 도움까지 기록하면서 이강인의 공격 기여도는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리그 첫 도움 장면은 파리생제르망 홈구장에서 수많은 팬들이 보는 앞에서 등장해서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이 도움이 얼마나 기술적으로 완벽한지 경기를 보신 분들이라면 동의할 수밖에 없죠. 음바페를 향해 완벽한 타이밍으로 아웃사이드 킥으로 휘어가며 상대 선수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이 도움은 이강인이 최고의 선수라는 확신을 가지게 했습니다.
게임에서나 볼법한 이 환상적인 패스를 받은 음바페는 골로 연결했고, 환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패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이강인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홈구장에서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이강인은 이번 몽펠리에와 경기에서 기다리던 리그 첫 골까지 넣었습니다.
몽펠리에와 경기에서 승리한 파리생제르망은 리그 4연승을 질주하며 한 경기를 덜 치른 니스를 승점 2점 차로 밀어내며 리그 1위로 올라섰습니다. 당연한 1위를 지켜야 하는 파리생제르망이라는 점에서 이런 기록이 더 신기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팀 색깔을 바꾸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최근 경기력은 중요합니다.
오늘 경기의 포문을 연 이는 이강인이었습니다. 전반 10분 하키미의 크로스를 받은 뒤 왼발 슈팅으로 리그 첫 골을 기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인 파리생제르망의 팀워크와 천재성은 이제 이들의 진짜 모습들이 드러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했습니다.
뎀벨레가 밑으로 내려가 공을 잡자 하키미가 올라갔고, 그렇게 공을 받은 그는 중앙에 있는 음바페를 봤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4-2-4 전술로 나섰습니다. 변형된 전술로 음바페와 무아니가 최전방 투톱으로 나선 상태였습니다.
골 결정력이 좋은 음바페에 연결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이 상황에서 음바페가 만약 잡고 슛을 했다면 골이 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이미 수비가 가깝게 있었고, 뒤에도 수비가 있다는 점에서 음바페가 노룩 패스하듯 공을 건드리지 않고 뒤로 흘려준 것이 신의 한 수였습니다.
음바페는 자신의 뒤로 이강인이 빠져 들어가는 것을 보고 흘려준 것이죠. 이는 이강인이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확신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행동입니다. 그렇게 흘려준 볼로 인해 이강인은 단독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뒤늦게 수비수가 몸으로 막기 위해 나섰지만 이강인에게는 무의미한 일이었죠. 한번 터치로 공을 몸 가까이 붙인 후 골키퍼가 가장 잡기 어려운 구역으로 골을 넣었습니다. 프랑스 현지 매체에서도 이강인의 이 골에 극찬을 가하는 모습은 당연했습니다.
골을 넣은 후 즉각적으로 음바페는 이강인을 찾았고, 그렇게 포옹하며 환호하는 이들의 모습은 많은 이들이 보고 싶었던 장면이었습니다. 이강인이 패스하고 음바페가 골을 넣는 모습에서, 감각적으로 흘려보낸 음바페에 이어 이강인의 멋진 골로 마무리된 이 모든 과정이 완벽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이강인은 40개가 넘는 패스가 모두 성공하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그리고 공수 양방면에서 최고의 활약을 해줬습니다. 이강인의 공수의 완벽한 예를 보여주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강력한 태클로 공을 빼앗고, 그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일어나 라인으로 향하는 공을 잡고 질주해 바로 무아니에게 완벽한 패스를 전달하는 과정은 왜 이강인을 파리생제르망이 선택했는지 그 이유를 보여줬습니다.
최악의 활약을 한 무아니가 제대로 헤더만 했다면 골로도 연결될 수 있는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이강인의 선취골에 이어 후반 프랑스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는 에머리가 추가골을 넣었고, 교체된 비티냐가 하키미의 컷백을 골로 연결하며 3-0 완승을 거뒀습니다.
이강인과 뎀벨레 조합이 가지는 효과도 좋았습니다. 이강인은 좌우 윙어로서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왼쪽에서 많이 활약을 해왔지만, 왼발잡이라는 점에서 오른쪽에서 보다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히트맵을 보면 왼쪽 윙어 자리만이 아니라 수비 라인에서도 활발하게 움직였습니다. 프리롤에 가깝게 움직이며 최전방 공격수를 보조하는 역할을 충실하게 해 줬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이강인의 활약은 결국 최전방 공격수들을 편하게 해 줄 수밖에 없습니다.
왼쪽 윙어이지만 보다 중앙에 활약이 집중된 것은 음바페의 활동 영역을 보장해 주기 위한 전술이었습니다. 뎀벨레 역시 윙어 자리만 고집하지 않고 많이 내려와 경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반가웠습니다. 뎀벨레와 공존은 더는 무의미한 일이 되었습니다.
뎀벨레보다는 비티냐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어떤 공존법을 찾을지는 감독의 몫이지만, 현재로서는 이강인이 뎀벨레 자리와 비티냐 자리에 선발로 나서며 경기를 치르는 과정은 그의 존재감이 어떤지 잘 보여줍니다.
"이강인은 작지만, 공격·중원·수비·득점을 할 수 있다. 그는 완벽한 선수다. 우리가 그와 계약했을 때, 그의 잠재력을 알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성장할 수 있고, 열심히 하고 있다"
"이강인은 최선을 다하고, 공을 뺏기지 않으며 탈압박에 능하다. 득점하고, 어시스트도 한다. 그는 경기에 대한 갈망이 있다. 이런 갈망은 성장에 중요한 요소다, 이강인은 스페인에서 활약할 때부터 알고 있던 선수다. (이강인 영입에는) 루이스 캄포스 단장의 역할이 컸다"
경기가 끝난 후 엔리케 감독의 인터뷰는 현재 이강인의 존재감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이강인은 공격과 수비, 중원과 득점 모두 가능한 완벽한 선수라고 했습니다. 계약 당시 이강인의 잠재력을 알고 있었다는 엔리케 감독은 스페인 사람이란 것을 생각해 보면 당연하기도 합니다.
스페인에서 이강인의 활약상을 충분히 확인했었기 때문입니다. 탈압박 능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고, 득점과 어시스트 모두 뛰어나다는 점에서 감독 입장에서는 참 고마운 선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경기에 대한 갈망이 뛰어나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이는 선수가 성장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엔리케 감독이 주중 열리는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감안해 경기가 기울자 빠르게 이강인을 빼준 것은 좋은 신호입니다. 챔스리그 경기에 이강인이 다시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이강인이라면 그를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 것이 손해입니다. 이강인의 성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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