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양궁에 걸린 다섯 개의 금메달을 한국이 모두 차지했습니다. 여성 단체전이 생긴 이래 금메달은 모두 대한민국이었습니다. 남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외국팀과 선수들에게 밀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여성들은 달랐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남녀 단체전은 모두 금메달을 차지하며 새로운 역사들을 만들었습니다. 혼성팀까지 메달을 따냈지만 개인전은 의외로 다른 국가 선수들의 경쟁력이 더욱 큰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이 정도면 세계 1위는 모두 한국 선수들이어야 하지만 그렇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여자 양궁 임시현이 단체, 혼성에 이어 개인전까지 금메달을 따며 3관왕에 올라섰습니다.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양궁 3관왕을 차지한 안산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여자 양궁에서 대한민국은 3관왕 선수가 나왔습니다. 위대한 기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자 양궁의 위대함은 단체전이 생긴 이래 단 한 번도 대한민국 이외의 국가가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듯합니다. 김우진은 세 개 대회 연속으로 올림픽 국가대표로 나서 이미 두 개의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리우와 도쿄에서 김우진은 남자 단체전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습니다. 하지만 개인전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런만큼 이번 파리 올림픽은 김우진에게도 중요하고 간절했을 듯합니다. 남자 단체에 이어 혼성에서도 금메달을 연거푸 따낸 김우진에게는 이제 마지막 개인전이 남겨졌습니다.
김제덕과 이우석이 예선 경기에서 안정적으로 승리한 것과 달리, 김우진은 첫 세트를 내주고 어렵게 올라가는 불안함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많이 긴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격 당시 심박수는 안정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긴장하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세 명의 한국 선수들이 모두 준결승에 진출하며 누군가는 결승에 올라가지 못하는 경우들이 만들어지는 상황입니다. 여자 개인전도 그랬듯 말이죠. 김우진과 이우석이 준결승에서 만났고, 멋진 대결 끝에 10점 사수로 각인된 이우석을 꺾고 김우진은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올림픽 출전 세 번째만에 개인전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김우진을 맞이한 것은 미국 베테랑 양궁 선수인 엘리슨이었습니다. 준결승에서 가장 어린 김제덕을 제압하고 결승에 오른 엘리슨은 강자였습니다. 거의 흔들림이 없는 실력은 김우진도 긴장하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첫 세트는 엘리슨의 승리였습니다. 흔들린 김우진과 달리 엘리슨은 안정적이었습니다. 브래디 앨리슨은 첫 세트에서 29점을 쏘며, 27점에 그친 김우진은 압도했습니다. 두번째 세트에서는 김우진이 앨리슨을 4점 차로 이기며 가볍게 균형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김우진과 엘리슨은 3, 4차 세트에서 서로 2점차로 승리를 나눠가지며 4:4 동점을 이뤘습니다. 마지막 세트에서 승패가 가려진다는 점에서 모두가 주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첫 발부터 10점을 쏜 김우진에 맞서 엘리슨도 10점으로 응수했습니다.
금메달 결정이 걸린 마지막 세트에서 두 선수는 모두 10점을 쏘며 30:30으로 동점을 이뤘습니다. 금메달이 걸린 결승전 마지막 승부에서 모두 10점을 쏴서 동점이 되는 경우는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누구 하나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은 극강의 긴장감을 부여했습니다.
10점을 쏴서 승부를 볼 수 없었던 두 선수는 결국 단 한 발로 승부를 보는 슛오프에 들어갔습니다. 단 한 발로 인제 금과 은의 색깔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먼저 화살을 쏜 김우진의 활은 10점 안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엑스텐이 아니라는 점에서 불안했습니다.
김우진보다 중심에 더 가깝게 10점을 쏘면 엘리슨이 금메달을 따게 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화살을 쏜 엘리슨. 그 화살은 10점을 향해갔고, 라인 밖에 꽂혔습니다. 10점 라인을 사이에 두고 김우진은 안쪽에 들어왔고, 엘리슨은 바깥쪽에 위치하며 메달 색깔이 가려졌습니다.
4.9mm 차이로 금메달이 결정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누가 이렇게 만들려고 해도 힘들 정도로 숨막히는 승부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세 번째 올림픽에서 김우진은 결국 개인전에서 첫 금메달을 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김우진은 임시현에 이어 양궁 3관왕에 올랐습니다.
김우진은 대한민국 스포츠 사상 가장 많은 금메달 다섯 개를 딴 선수가 되었습니다. 이 상황에서도 그는 은퇴와 상관없이 여전히 신인의 자세로 다음 올림픽을 준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김우진 선수의 자세가 현재를 만들었고, 미래에 대한 기대치를 높입니다.
숨 막히는 슛오프가 끝나고 결과가 나오자마자 패자가 된 미국의 브래디 엘리슨은 승자인 김우진의 손을 번쩍 들어줬습니다. 그의 표정에는 가식이 전혀 없었습니다. 진정한 승자에 대한 예우를 보인 엘리슨은 진짜 프로였습니다.
자신 역시 최선을 다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두 선수 모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최고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 결과 겨우 4.9mm 차이로 승자가 결정되었습니다. 이는 신도 만들 수 없는 결과였기 때문에 엘리슨에게는 억울함보다는 존경이란 가치가 더 크게 다가왔을 듯합니다.
두 선수는 올림픽만이 아닌 다양한 대회에서 항상 대결했던 사이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서로의 실력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서로를 인정하는 두 선수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결승에서 보여줬고, 그 결과에 대해 바로 승복하고 승자와 패자 모두가 서로를 인정하고 손을 맞잡아 올리는 순간은 올림픽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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