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5 시즌을 맞은 토트넘의 첫 경기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아니 오히려 예상된 결과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프리미어로 다시 올라온 레스터는 철저하게 첫 경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준비를 하고 나섰습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설도 충분하게 숙지하고 이를 이겨내는 방법도 강구한 상태였습니다.
엔제 감독의 전술은 긍정적입니다. 다만 변화를 주면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전략 전술이 필요한데 모두가 아는 전술로만 맞서는 상황은 문제로 다가옵니다. 유연성이 부족하면 결국 꺾일 수밖에 없습니다. 토트넘이 절대 강자라면 이런 전방 압박으로 시작한 공격 일변도 전술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시즌 초반 엔제볼은 효과적이었지만, 이후 PL 팀들이 이 전략에 대응하기 시작하며 위기는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강력한 공격 축구는 흥미롭고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선수들이 90분 내내 그런 축구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토트넘과 레스터는 모두 4-2-3-1 전형을 내세웠습니다. 비카리오를 시작으로, 우도기, 판더펜, 로메로, 포로가 백 4를 구성했습니다. 토트넘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라인이었습니다. 허리는 사르와 벤탄쿠르가 선발로 나섰습니다.
벤탄쿠르는 출전이 불가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지만, 현재 토트넘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고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원톱 자리에 솔랑케가 자리하고, 바로 아래에는 손흥민, 매디슨, 존슨이 배치되었습니다. 클루셉스키가 선발로 나서지 못한 것은 윙어로서 매력이 적기 때문이었습니다.
전반은 말 그대로 토트넘의 압도적인 공격이었습니다. 전반 7분 토트넘은 첫 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벤탄쿠르의 헤더는 골키퍼를 제치고 골대를 향해 들어가고 있었는데, 은디디가 라인을 통과하기 전 걷어내며 실점을 막았습니다.
만약 이 골이 들어갔다면 토트넘은 대략 득점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후 흘러나온 공을 존슨이 슈팅을 하기는 했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는 날카로운 슛보다는 골키퍼를 향한 슈팅이 많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습니다.
영입되자마자 시즌 첫 경기에 나선 솔랑케를 활용하는 방법이 등장했습니다. 손흥민이 롱패스를 박스 안에 있던 솔랑케에게 전달했고 헤더까지 이어지기는 했지만, 이번에도 골키퍼를 향했습니다. 물론 이 상황은 오프사이드였기는 했지만, 타깃맨 역할을 해줄 솔랑케 활용법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솔랑케를 타깃으로 하는 패스는 전반 14분에도 나왔습니다. 오른쪽 측면에서 포로가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솔랑케는 다시 머리에 맞추기는 했지만 다시 골키퍼 정면이었습니다. 솔랑케의 높이 축구를 활용하기는 했지만 헤더 정확도는 많이 떨어졌습니다.
전반 29분 토트넘은 첫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왼쪽에 있던 손흥민이 박스 인근에 있던 매디슨에게 패스를 했고, 매디슨은 바로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올렸습니다. 과정의 끝은 솔랑케였지만, 포로는 앞서 치고 나가며 헤더골을 넣으며 24/25 시즌 토트넘 첫 골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전반 33분에는 매디슨이 오른쪽 페널티 박스로 크로스를 올렸고, 존슨이 치고 올라오며 슈팅을 하기는 했지만 골과는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들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반복되었습니다. 기회는 많았지만, 결국 골로 연결하는 결정력 부재가 심각했다는 의미입니다.
후반 10분에는 솔랑케의 힘이 잘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사르의 패스를 받아 박스 안에서 슈팅을 했지만 이번에도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골로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후반 11분에는 벤탄쿠르가 포로와 2:1 패스를 주고받아 골대 앞에서 슈팅을 했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골은 무산되었습니다.
많은 기회들을 놓친 토트넘은 일격을 당했습니다. 후반 13분 오른쪽 측면에서 파타우가 올린 크로스를 바디가 헤더골로 연결하며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토트넘 수비의 문제점이 다시 한번 드러났습니다.
크로스가 나오기 전 왼쪽 측면에서 존슨의 수비 가담은 아쉽기만 했습니다. 존슨이 보다 적극적으로 수비 가담을 했다면, 동점 상황이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습니다. 존슨이 가담하지 않자, 로메로가 왼쪽 수비에 가담하게 되었죠.
이 상황에서 공은 다시 오른쪽으로 넘어갔고, 이 상황에서 로메로는 다시 그 방향으로 옮겨가며 정작 중요한 바디를 마크하는 이가 하나도 없는 황당한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포로가 뛰어오며 바디를 마크하라고 소리치지만 늦었습니다.
레스터의 가장 강력한 득점원인 바디가 완벽하게 자유로운 상황에서 골대 바로 앞에 있었습니다. 이건 토트넘 수비의 절대적인 실수였습니다. 우왕좌왕하다 바디를 맨마크하는 것도 잊어버린 상황은 결과적으로 동점을 만들어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점골이 나온 이후 레스터는 토트넘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강력한 슈팅들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후반 25분 바디가 멀티골을 만들 수도 있었지만, 비카리오 골키퍼의 선방으로 막아냈습니다. 오늘 경기 후반은 레스터의 압박이 핵심이었습니다. 이 상황에서도 역전되지 않은 것은 비카리오 선방 때문이었습니다.
후반 26분에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벤탄쿠르가 점프해 경합하는 과정에서 레스터 윙어 파아투와 머리를 부딪히며 쓰러졌습니다. 긴 시간 움직이지 못하는 벤탄쿠르를 산소호흡기까지 착용하고 경기장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벤탄쿠르 곁을 마지막까지 지킨 것은 주장 손흥민이었습니다.
벤탄쿠르가 부상으로 나가며 그 자리에 아치 그레이가 나왔습니다. 여기에 사르, 존슨, 매디슨을 빼고 베리발과 베르너, 쿨루셉스키를 투입했습니다. 아치 그레이를 빼고 세 명이 모두 공격에 방점을 찍은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엔제 감독의 의지가 잘 드러났습니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토트넘이 자칫 질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베리발이 위험 지역에서 레스터 선수 두 명의 압박을 받으며 공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이어 은디디의 헤더 슛까지 이어졌지만 비카리오가 환상적인 선방을 하며 패배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베리발이 대단한 잠재력을 가진 선수이지만, 아직 EPL의 강력한 힘과 스피드에 적응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치 그레이 역시 오늘 경기에서 아직 부족함이 많음을 드러냈습니다. 이후 토트넘은 손흥민과 포로를 빼고 히샬리송과 스펜스까지 투입했습니다.
이후 히샬리송이 헤더 공격을 하기는 했지만 골과는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경기는 동점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손흥민은 유효 슈팅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왼쪽 측면에서 손흥민과 매디슨과 호흡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호흡이 맞지 않자 공격 과정에서 부정확한 상황들이 많아졌습니다. 타깃맨인 솔랑케를 활용하는 방법들이 어떻게 될지는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솔랑케에게도 여러 기회들이 있었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할 뿐 골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습니다.
레스터시티의 진정한 레전드인 바디는 교체되어 나가며 토트넘을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자신들은 우승을 했지만, 너희는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조롱이었죠. 그런 바디에 맞서는 로메로의 모습은 이날 경기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게 했습니다.
손흥민은 오늘 경기에서 유효 슈팅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주춤 거리는 장면들도 자주 보였고, 드리블이 투박스럽기도 했습니다. 첫 경기에 대한 부담일 수도 있겠지만, 뭔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한 모습은 아쉽기만 했습니다. 팀을 위한 이타적인 플레이도 좋지만 보다 이기적으로 골 욕심을 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손흥민이기 때문에 다음 경기는 달라질 것이라 보입니다.
전반과 후반의 경기력 차이는 토트넘이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엔제볼 자체는 즐겁지만 보다 다채로운 전략을 통해 강약 조절을 하며 상대를 압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닥공 축구를 하기에 토트넘의 현 전력은 힘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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