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 경기를 무승부로 마친 토트넘으로서는 애버튼과 홈경기에서 반전을 이끌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요한 순간 토트넘에는 팀 역사상 가장 높은 이적료를 주고 데려온 공격수 솔랑키도 부상으로 빠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히샬리송은 부상 이후 경기 감각이 떨어져 선발로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선택은 당연하게도 단 하나만 존재합니다. 손흥민이 원톱으로 나서는 것은 자연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손흥민은 자신이 왜 레전드일 수밖에 없음을 깔끔하게 증명했습니다. 4-3-3 혹은 4-1-4-1로 분류할 수 있는 토트넘 전술의 핵심은 손흥민이었습니다.
오늘 전술은 의외로 다가왔습니다. 엔제 감독의 전술이 단순하다는 비판을 의식했는지 변화를 주는 모습이었습니다. 프리시즌에서 원톱으로 나섰던 클루셉스키를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로 내려서 매디슨과 함께 중앙에 서게 만들었습니다.
약물 논란으로 개막전 경기에서 나서지 못했던 비수마를 볼란치로 내세웠습니다. 비수마가 이 자리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라는 점에서 자연스러웠습니다. 비수마는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오늘 잘 수행해 냈습니다.
손흥민이 중앙으로 가면서 왼쪽 윙어 자리에 베르너가 아닌 새롭게 영입된 오도베르를 선발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존슨이 나오며, 최전방 공격수들이 모두 빠른 드리블이 가능한 선수들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은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선수는 손흥민이었습니다. 뛰어난 전방압박을 보여주는 선수인데, 최전방에서 공만 지키지 않고 중앙선까지 내려와 압박을 이어가는 상황들은 대단했습니다. 90분 내내 이런 압박은 결국 토트넘의 완승을 이끄는 힘이었습니다.
오늘 첫 골은 전반 13분에 나왔습니다.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비수마가 돌아와 참회의 골을 터트렸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비수마가 공을 넣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손흥민의 움직임은 중요하게 작동했습니다.
손흥민이 수비수들을 달고 다니며 위아래로 움직이며 흔들었고, 이 과정에서 존슨과 클루셉스키의 좁은 지역에서 패스가 효과적으로 이어졌습니다. 매디슨에 공이 연결되자 클루셉스키에게 공간이 드러났고, 그렇게 연결된 공을 슛하지 않고 중앙으로 내주며 비수마의 골로 이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축구 선수들이 항상 하는 패스게임이 애버턴의 밀집수비를 뚫는 효과적인 공격으로 연결되었다는 사실이 재미있게 다가왔습니다. 오늘 애버턴은 공격수를 제외하고 모두 수비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자수비로 6명이 밀집해 수비를 하는 상황은 공격이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전방 공격수들과 함께 비수마가 볼란테로 중앙을 지키는 상황에서 매디슨과 클루셉스키, 여기에 인버터 풀백들인 포로와 우도기까지 공격에 가담하며 애버튼 페널티 박스 근처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가득한 경기였습니다.
그동안 밀집수비에서 제대로 공격을 펼치지 못한 토트넘의 모습과 달리, 오늘 경기는 비수마의 골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어떤 식으로 밀집을 풀어낼지 방법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그 선방에 손흥민이 존재했습니다. 손흥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수비수들을 흔들며 공간을 만들어 내는 전술은 효과적이었습니다.
24분에는 손흥민이 왜 위대한 선수인지 잘 보여줬습니다. 중앙선 부근에서 상대 수비를 압박하기 시작하자, 당황한 애버튼 선수들은 골키퍼인 픽포드에게 연결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빠른 패스를 해줘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느린 패스는 손흥민의 갑작스러운 스프린트는 픽포드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롱볼 축구를 하는 애버튼의 모든 시작은 픽포드입니다. 그리고 픽포드는 롱볼을 하기 위해 왼발로 차기 위해 볼을 옆으로 빼는 습관이 있습니다. 이를 알고 있던 손흥민은 비로 인해 그라운드가 미끄러운 상황에서 조금 루즈해진 이 습관을 파고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스프린트로 픽포드를 향해 달려갔고, 공을 빼앗자 픽포드는 당황해 발로 걸어 넘어트리려는 행동까지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넘어졌다면 PK를 얻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픽포드가 최악의 상황에서는 바로 퇴장도 당할 수 있었습니다.
픽포드의 태클로 흔들린 상황에서도 손흥민은 오뚝이처럼 균형을 잡으며 빈골문에 공을 넣으며 올시즌 첫 골을 기록했습니다. 이 골은 완벽하게 손흥민 홀로 만들어낸 골이었습니다. 최전방 공격수라면 손흥민처럼 집중력을 잃지 않고 압박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습니다.
손흥민은 오늘 경기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경기에서 미친 듯 전방 압박을 합니다. 그리고 골키퍼 압박도 마다하지 않고 항상 빠르게 움직이는 손흥민의 이 행동들이 결국 토트넘에게 득점 가능성을 크게 만든다는 점은 오늘 경기에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전반을 2-0으로 앞선 토트넘의 후반도 압박 축구는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골은 70분 세트피스로 만들어졌습니다. 매디슨의 코너킥을 로메로가 헤더골로 연결하며 자신의 100번째 출전을 자축했습니다. 오늘 로메로는 공수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수비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클린시트를 기록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여기에 전반 3분 손흥민의 기가 막힌 킬패스를 받아 슛을 했는데 아쉽게도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골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손흥민으로서는 다시 한번 도움을 놓치기는 했지만, 수비수 로메로의 전방위적 활약이 잘 드러난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로메로가 골을 넣은 후 6분 후인 76분 멋진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애버튼 공격을 끊어낸 수비수 판더펜이 공을 몰며 뛰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시즌 가장 빠른 사나이로 뽑힌 판더펜은 공격수에게 전달하기보다 드리블을 했습니다.
마치 손흥민의 푸스카스 상을 받게 한 원더골 과정을 보는 듯한 판더펜의 무한 질주에 손흥민은 옆에서 함께 뛰었습니다. 빠른 드리블은 애버튼 선수들을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판더펜은 공격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패스를 해야만 했습니다.
교체되어 들어온 히샬리송이나 왼쪽의 손흥민에게 공을 내줘야 하는데 그 순간이 늦었습니다. 상대 패널티박스 앞까지 와서야 손흥민에게 패스한 것은 골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의미였습니다. 이는 수비수들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골키퍼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손흥민이 판더펜의 패스를 받은 상황은 최악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슛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적었습니다. 각이 없는 상황에서 영국 대표팀 골키퍼인 픽포드가 앞으로 전진하며 손흥민을 압박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짧은 순간 손흥민이 선택한 것은 골키퍼 머리 위를 넘기는 슛이 아닌, 아주 짧은 순간 생긴 다리 사이였습니다.
앞으로 압박해 나오면서 벌어질 수밖에 없는 다리 사이를 절묘하게 선택해 골로 연결한 손흥민의 이 기술은 압도적이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너무 자연스러웠고 쉬웠습니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 그 어떤 스트라이커도 이렇게 쉽게 골로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게 바로 클래스 차이입니다.
보기에는 쉽지만 직접 해보면 절대 쉬울 수 없는 플레이를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바로 월드클래스 선수들의 능력입니다. 캡틴이 가장 많이 뛰면서 상대를 압박하는 상황은 다른 선수들에게 자연스럽게 전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언제나처럼 오늘 경기에서도 비카리오는 좋은 선방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센터백 듀오인 로메로와 판더펜 역시 단단했습니다. 인버티드 풀백들이 오늘 경기력이 아쉽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토트넘 선수들은 시즌 첫 경기 무승부에 대한 아쉬움을 씻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손흥민은 필드에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내리고, 행동들을 조율합니다. 수시로 선수들과 대화를 하며 어떤 방식으로 움직여 공격을 할 것인지 지시하는 모습은 그가 왜 뛰어난 선수인지 알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새롭게 영입된 선수들이나 어린 선수들에게는 일일이 다가가 격려와 응원, 그리고 지적을 마다하지 않는 손흥민은 진정한 캡틴이기도 합니다.
손흥민은 오늘 멀티골을 기록하며 EPL 122골을 기록하며 단독 21위 자리에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전설 제라드를 넘어서고, 루카쿠도 밀어낸 손흥민은 이제 20위 권 안으로 빠르게 들어서게 될 겁니다. 토트넘은 어떤 선수가 와도 손흥민을 넘어설 수 없음을 이번 경기도 잘 보여줬습니다. 그럼에도 선수들을 모두 하나로 묶어내는 손흥민은 자신만이 아닌 모두를 위한 팀을 만드는 그의 토트넘이 어떤 질주를 할지 기대됩니다.
'축구 Soccer > 유럽리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흥민 이제는 토트넘과 이별할 때이다 (2) | 2024.09.19 |
---|---|
음바페 지워버린 18살 신성 엔드릭, 갈락티코 저주를 풀었다 (0) | 2024.08.26 |
토트넘 레스터와 1:1 무승부, 사라진 손흥민 포스테코글루 전술의 한계 (0) | 2024.08.20 |
토트넘 솔랑케 영입, 손톱 전술 변화 진격의 스퍼스 될 수 있을까? (3) | 2024.08.10 |
리틀 손 양민혁 토트넘과 계약, 레비 손흥민 효과 이어갈 최고의 선택 (37) | 2024.07.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