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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홈런 세 방으로 무너진 로페즈, 기아 연패 탈출이 쉽지 않다

by 스포토리 2011.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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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가 롯데와의 3연전에서 마지막 보루로 내세웠던 로페즈마저 무너지며 연패를 막을 방법이 사라진 듯합니다. 로페즈가 스토퍼로서 역할을 하고 분위기 반전을 통해 위닝 시리즈를 노리려던 기아의 작전은 그대로 무너지며 광주에 이어 사직에서도 스윕 당할 처지에 놓이고 말았습니다. 

답이 없는 기아, 선수들의 정신력이 문제다




기아의 현재 가장 큰 문제는 팀의 구심점이 될 만한 존재가 부재 한다는 것입니다. 올 시즌 주전들의 잔부상이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흔들림 없이 팀을 이끌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범호의 존재 때문이었습니다. 이범호의 존재 여부에 따라 완벽하게 갈라진 기아의 현재를 보면 그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로페즈마저 무너진 기아,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기아로서는 이번 주 롯데, SK와의 6연전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3, 4위 싸움을 하는 롯데와의 주중 3연전과 2, 3위 경쟁을 펼치는 SK와의 주말 3연전은 누가 승부에서 앞서느냐에 따라 순위가 바로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기아 뿐 아니라 상대 팀들 역시 올 시즌 어떤 모습으로 마칠 수 있을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일전들이었습니다. 

로페즈를 내세운 기아의 바람은 단 하나였습니다. 최소 실점으로 많은 이닝을 막아 승리하는 것입니다. 목요일 선발진마저 누구를 내세워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로페즈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이지요. 5회까지 솔로 홈런 세 개를 내주기는 했지만 로페즈는 롯데 타선을 잘 막아주었습니다. 

로페즈가 비록 홈런으로 3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선발투수가 5이닝 동안 이 정도 투구를 보이면 타선에서 어느 정도 흐름을 만들며 추격을 해주는 것이 투수에게 큰 힘이 될 텐데 기아 타선은 고원준에게 완벽하게 막히며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4회 김선빈이 볼넷을 얻어 나간 후 아직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도루를 2개나 하며 3루까지 진출하며 투혼을 보여주는 장면은 눈물겹기까지 했습니다. 나지완까지 볼넷을 얻어나가며 1사 1, 3루의 득점 기회에서 나온 차일목의 병살은 기아의 공격이 무슨 문제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완벽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롯데 타선이 루상에 주자가 나가면 악착같은 공격으로 홈으로 불러들이는 것과 달리, 기아의 공격은 루상의 주자만을 내보낼 뿐 홈으로 불러들이는 공격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문제입니다. 잔루가 그 어느 팀보다 높은 기아. 그만큼 점수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음에도 점수를 연결하지 못하는 타선의 문제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다가옵니다.

강민호, 홍성흔, 황재균에게 각각 솔로 홈런을 맞은 로페즈의 위기는 기아가 1점을 뽑은 직후인 6회 말이었습니다. 앞선 세 타자가 철저한 노림수 공격으로 홈런을 뽑아내기는 했지만 로페즈는 충분히 롯데를 제압할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6회 선두 타자인 김주찬에게 2루타를 맞고(신종길의 환상적인 펜스 플레이가 있었지만) 손아섭에게 사구를 내주며 완벽하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이대호에게 적시타를 맞고, 홍성흔, 강민호에게도 연속 안타를 맞으며 아웃 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허무하게 무너진 로페즈로 인해 기아의 추격전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끝난 경기에 만약이란 무의미하지만 3-1까지 쫓아간 상황에서 로페즈가 이닝을 잘 막아주었다면 분위기는 기아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힘이 빠지기 시작하는 고원준과 꼭 이겨야만 하는 기아 타자들의 대결에서 기아가 우세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오늘 경기는 6회 로페즈가 무너지며 끝이 났습니다. 다섯 타자를 맞아 사구 하나 안타 다섯 개를 맞으며 추가 2실점을 하며 롯데에게 연승을 헌납하고 말았습니다. 더욱 답답한 것은 구원하러 나선 기아의 불펜 투수들의 하염없는 무력함이었습니다. 

유동훈은 나오자마자 2타점 2루타를 맞고 차정민은 외야수들의 호수비로 겨우 위기를 벗어나기는 했지만 박경태의 이해할 수 없는 투구는 기아의 연패가 상당히 오래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불안함을 안겨주었습니다. 박기남이 7회 투런 홈런을 때리며 4-8까지 롯데를 쫓아가던 상황에서 곧바로 터진 이대호의 솔로 홈런이 기아를 절망에 빠트린 것은 사실이지만 희망마저 꺾어버린 것은 박경태의 투구였습니다. 

8회 마운드에 올라 1안타, 3볼넷을 허용하며 3실점을 하는 모습은 최악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혀 제구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오늘 경기에서도 백그라운드 그물을 그대로 맞추는 어이없는 투구를 보인 박경태는 무슨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절망이었습니다.

어제 경기에 이어 롯데는 오늘 경기에서도 완벽한 타선과 선발 투수의 호투가 잘 어울리며 중요한 기아와의 사직 3연전에서 위닝 시리즈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2연승으로 인해 3위 기아와 경기차가 1게임 밖에 나지 않으며 순위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현재 롯데의 상승세를 보면 1위를 독주하고 있는 삼성보다 더욱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김성근 감독의 퇴출로 인해 엉망이 되어버린 SK와 부상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최악의 경기를 보여주고 있는 기아를 밀어내고 삼성과 1위 싸움을 할 유일한 팀으로 급부상했습니다.

기아가 전반 1위를 차지할 때 보여주었던 투타의 조화가 롯데에서 그대로 재현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입니다. 올 시즌 후반기 들어 경부라인이 보여주는 막강한 힘은 많은 팀들에게 경외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승부처인 하반기에 투타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팀을 상대로 이기는 것은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삼성을 2연패로 몰아넣은 한화의 모습에 찬사를 보내는 이유도 그곳에 있습니다. 

절망에 빠진 기아의 가장 큰 문제는 팀의 구심점이 되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앞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기아의 올 시즌 구심점은 이범호입니다. 물론 기아에는 영원한 4번 타자로 불리는 최희섭과 노장 투혼을 보여주는 이종범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들은 그 역할을 명확하게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전 날 경기에서 홈런을 치며 오늘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 기대했던 최희섭은 허리 통증으로 경기에 출장하지 않았고 노장 이종점은 체력적 한계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이범호가 대단하다는 이유는 전반기에도 나지완과 최희섭, 이용규의 부상과 김상현의 부진 속에서도 팀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준 존재가 그였다는 점입니다. 

위기 상황에서도 그의 타점 능력은 팀에게 승리로 돌아갔고 그렇게 만들어진 믿음은 이범호를 중심으로 팀이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중심 타자들이 부상으로 빠져 나가는 상황에서도 연패에 빠지지 않고 팀을 지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이범호의 존재였습니다. 

물론 선발 투수들의 역투도 중요한 승리의 요인이었지만 투타의 조화를 이끌도록 만들어준 이범호의 존재감은 그가 부재한 상황에서 보이는 기아의 전력으로 인해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임시방편으로 한두 번 그의 역할을 대신하는 존재가 나오기도 하지만, 꾸준하게 그의 몫을 대신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는 사실이 기아의 부진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서 안타깝기만 합니다.  

2군 경기에 이제 막 출전한 김상현을 급하게 찾을 만큼 기아는 총체적 난국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한 방을 갖춘 선수들인 최희섭은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제 역할을 전혀 못해주고, 김주형마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나지완 혼자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김상현이라도 급하게 불러야 하는 기아 벤치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가장 중요한 승부처를 김성근 감독의 퇴출로 흔들리는 SK와의 주말 3연전으로 잡고 있는 기아로서는 롯데에 스윕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SK와의 주말 3연전에 모든 전력을 쏟아 부어 연승을 가져가겠다는 전략이 어느 정도 현실이 되느냐는, 기아가 마지막까지 순위 싸움에서 살아남느냐 완전히 몰락하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전이 되고 말았습니다.
 
'서재응-트레비스-윤석민'이라는 현 시점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선발 라인업을 SK에 집중시킨 상황에서 목요일 경기 선발이 박성호라는 사실만으로도 기아가 어떤 전략을 구사하는지 알 수 있게 합니다. 의외의 호투로 위기에 빠진 기아에게 희망이라는 단어를 써줄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기아는 롯데에 스윕 당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후반기 들어 중요한 경기들이었던 삼성과 롯데 전에서 무기력하게 완패를 당하는 기아는 당장 정규 시즌 경기의 승패도 중요하지만 가을 야구에서 맞대결을 해야만 하는 상대들에게 이렇게 무력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큰 문제로 다가옵니다.

이범호라는 구심점의 부재가 아쉬움으로 다가오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패배의시기에 젖어버린 듯한 기아 선수들의 정신력입니다. 김선빈이 완벽하지 않은 몸을 이끌고도 과감한 도루로 기회를 만들려 노력하는 모습처럼 선수 개개인의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시작하는 방법 밖에는 답이 없습니다. 어떤 작전도 무의미한 상황에서 위기를 돌파하는 방법은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져야만 합니다.

이미 상대팀들은 후반기 '기아를 맞이해서는 지지는 않는다'라는 자신감을 무기로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 자신감은 당연히 대단한 결과들로 드러나고 있고 역설적으로 기아로서는 연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아로서는 심기일전해 선수 개개인이 가장 좋았던 모습들로 무장한 채 상대와의 맞서는 것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멘탈이 지배하는 경기인 야구에서 경기도 하기 전에 정신적으로 나약해진 팀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탁월해도 상대를 제압할 수는 없습니다. 위기에 빠진 기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 개개인의 정신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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