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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엘지vs기아, 서동욱과 이용규의 호수비가 12회 혈투 끝 무승부를 만들었다

by 스포토리 2012.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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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 11명의 투수들이 등장해 12회 연장 혈투를 펼친 엘지와 기아의 경기는 선수들이나 관객들이나 모두를 지치게 만든 경기였습니다. 1위를 차지하기 위한 엘지의 투혼과 더 이상 쳐져서는 안 된다는 기아의 간절함이 모두 투영된 이 경기는 승자를 내지 못하고 12회 3-3 무승부로 경기를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11명의 투수와 83번의 타석, 15개의 안타로 3-3 무승부를 만들었다

 

 

 

 

김광삼과 김진우의 선발 맞대결은 흥미로웠습니다. 두 투수 모두 3승을 올리고 있었기에 누군가에게는 4승이 주어질 이 경기에서 먼저 웃었던 것은 김진우였습니다. 승리 투수 여건을 갖추고 마운드에 내려갔지만 믿었던 박지훈이 점수를 내주며 시즌 4승을 올리지 못한 김진우에게는 무척이나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초반 0-0으로 팽팽하던 경기는 3회 기아의 공격에서 균형은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1사후 이용규가 안타를 치고 김선빈의 3루 땅볼 상황에서 실책까지 이어지며 분위기는 기아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김원섭의 볼넷으로 두 명이 채워진 상황에서 4번 이범호의 싹쓸이 2루타는 왜 이범호 앞에 주자들이 나가야 하는지를 잘 설명해주었습니다. 이어진 최희섭의 우전 안타에 전력 질주해 홈으로 들어온 이범호로 인해 3-0까지 앞선 기아는 어제 경기의 승리에 이어 오늘 경기를 잡으며 연승으로 가는 듯했습니다.

 

마운드에 있는 김진우는 엘지를 상대로 강력한 속구 위주의 피칭으로 호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4회 이병규에게 2루타를 내준 것이 오늘 경기의 첫 안타일 정도로, 상대를 압박하는 피칭은 지난 경기에 이어 연속 호투에 이은 승수 쌓기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물론 이 안타 역시 유격수인 김선빈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는데 안타로 내주며 만들어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김진우는 볼넷이 문제였을 뿐 상대를 압도하는 피칭은 매력적이었습니다.

 

5회에도 선두 타자인 서동욱을 볼넷으로 내주며 불안한 상황은 이어졌습니다. 오지환의 유격수 땅볼을 병살로 만들지 못하는 아쉬운 수비를 한 김선빈은 정성훈의 타구마저 놓치며 교체되는 수모까지 겪게 되었습니다. 앞선 타석에서 김태군이 안타를 치고 주자가 둘이나 나간 상황에서 대타 정성훈을 올려 승부수를 던진 엘지를 상대로 김진우가 멋진 병살 타구를 만들어냈지만 김선빈이 평범한 타구를 더듬으며 병살은 고사하고 타자마저 살리는 상황을 만드는 장면은 답답했습니다.

 

김선빈이 군산 트라우마로 군산으로 향하는 것조차 꺼려했다고 했지만, 이 정도로 크게 문제가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작년 얼굴에 타구를 맞아 병원으로 실려 가야 했던 그 악몽이 여전히 김선빈을 옥죄고 있다는 사실은 아쉽기만 합니다. 이를 떨쳐내지 못하면 평생 안고 가야 할 상처이니 말이지요. 오늘 연속된 수비 실책은 군산 트라우마와 함께 김선빈의 최근 경기력이 많이 쳐져 있었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작용했었던 듯했습니다.

 

1사 만루의 상황을 맞은 엘지로서는 5회 공격이 무척이나 아쉬웠습니다. 정성훈까지 대타로 쓰며 경기 흐름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지만 박용택이 3루 땅볼로 득점에 실패하고 손인호를 상대로 김진우가 9구까지 가는 승부에서 빠른 직구로 삼진을 잡아내는 장면은 최고였습니다. 만약 만루 상황에서 점수를 내줬다면 의외로 급격하게 무너지며 대량 실점도 가능했다는 점에서 위기 상황에서 무실점으로 내려온 김진우의 호투는 대단했습니다.

 

큰 위기를 넘긴 기아로서는 6회 공격이 아쉬웠습니다. 선두 타자인 김주형이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안치홍과 한성구가 모두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며 이닝이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김상훈이 안타를 치고 이준호가 볼넷을 얻어내며 2사 만루에 이용규가 타선이 들어서는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냈습니다. 앞선 타선에서 3타수 2안타로 타격감이 좋았던 이용규가 만루 상황에 나선다는 점만으로도 상대에게는 강력한 압박을 기아로서는 3-0에서 추가점을 뽑아 안전한 승리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다가왔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용규의 타선에서 나온 안타성 타구를 2루수 서동욱이 멋지게 잡고 글러브로 2루 토스해 아웃을 만드는 장면은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가운데를 가르며 안타가 될 수밖에 없는 타구였지만 신기에 가까운 수비를 보인 서동욱에 의해 잡히고 토스까지 완벽하게 이뤄진 상황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서동욱의 환상적인 수비가 없었다면 최소한 2득점은 충분했던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서동욱의 수비 하나가 엘지의 패배를 막았습니다.

 

이런 호수비가 나오면서 엘지는 7회 대반격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선두 타자로 나선 서동욱과 오지환을 연속 볼넷으로 내준 김진우로서는 이 볼넷 두 개가 결국 자신의 4승을 무산시킨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아쉬웠을 듯합니다. 이 상황에서 기아는 김진우의 승리를 지켜내기 위해 가장 믿을 수 있는 불펜인 박지훈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정성훈에게 통한의 2루타를 맞으며 경기는 3-2까지 쫓기는 상황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턱밑까지 추격을 당한 기아는 8회 엘지 공격에서 다시 선두 타자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이대형을 대주자로 교체하며 도루를 감행한 엘지의 뛰는 야구는 결국 정의윤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드는 상황까지 만들고 말았습니다. 믿었던 박지훈은 엘지의 3점 모두에 관여하며 기아의 승리를 지켜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최근 경기에서 터프한 상황에서 실점이 잦아지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제구도 들쑥날쑥 하는 모습이 나오며 벌써 신인의 한계가 드러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하는 박지훈의 투구였습니다.

 

김진우는 6이닝동안 102개의 투구로 2안타, 4사사구, 4삼진, 2실점으로 승패 없이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단 2안타만 내주며 완벽하게 엘지를 막기는 했지만 통한의 볼넷 4개는 그의 발목을 잡고 말았습니다. 7회 두 타자 연속 볼넷을 내주지만 않았다면 혹은, 조금 이른 투수 교체(7회부터 다른 투수로)가 있었다면 오늘 경기의 승패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만 남았습니다.

 

동점인 상황에서 8회 기아는 선두타자인 안치홍이 볼넷을 얻어 나가고 한성구가 번트를 대며 스코어링 포지션에 내보냈지만 김상훈의 잘 맞은 타구를 서동욱이 다시 한 번 호수비로 막아내며 기아의 역전을 막아냈습니다. 이 수비 하나는 연장으로 두 팀을 이끌었습니다.

 

11회 1사후 기아는 마지막 남은 히든카드인 나지완을 대타로 내보내며 분위기는 급격하게 뜨거워졌습니다. 초구부터 모두를 환호하게 만든 큼지막한 파울 홈런을 날린 나지완은 유사한 홈런 성 파울을 다시 만들어낸 후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상황은 아쉬웠습니다. 만약 두 번의 파울 홈런 중 하나만 정상적인 코스로 들어섰다면 긴 혈투는 마무리될 수 있었을 테니 말입니다.

 

아쉽게 기회를 놓친 기아는 12회 마지막 엘지 공격에서 위기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1사 후 이대형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한 상황을 만들었지만 성급한 이대형의 초구 도루 시도는 엘지로서는 아쉬운 선택이었습니다. 불안한 마무리 한기주를 상대로 좀 더 힘든 투구를 이끌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대형은 도루를 대비하고 있는 기아 배터리에게 성급한 도루 시도로 2루에서 아웃되는 상황은 엘지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도루사 이후 이병규가 좌중간 2루타를 때렸다는 점에서 이대형의 성급한 판단은 아쉽기만 했습니다. 2사 2루 상황에서 윤요섭을 볼넷으로 거르고 루를 채운 상황에서 서동욱을 맞이한 한기주는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고 중견수 큼지막한 플라이 볼을 만들어주고 말았습니다. 이 상황이 위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실점을 막기 위해 외야 수비수들이 극단적으로 전진 수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상대를 압박해서 내야 땅볼이나 낮은 플라이로 마무리되기를 바랐던 것과 달리, 좀처럼 상대를 압박하지 못하는 한기주의 공은 서동욱에게 걸리며 오늘 경기의 결승타가 될 수도 있는 큼지막한 플라이로 다가왔습니다. 타격과 함께 주저 없이 펜스를 향해 달린 이용규의 호수비가 없었다면 경기는 엘지의 몫으로 넘어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6회 대량 득점이 될 수 있었던 이용규의 안타성 타구를 잡아낸 서동욱은 12회 결승타가 될 수 있는 타구를 이용규가 멋지게 잡아내며 장군 멍군을 외치고 말았습니다. 둘 중의 하나가 실수를 하거나 정상적으로 안타가 되었다면 경기의 승패가 갈릴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서동욱과 이용규의 수비는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두 팀 모두 12회 마무리 투수인 한기주와 봉중근을 올릴 정도로 승리에 대한 강렬한 열정을 보인 경기였습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마무리하지 못한 기아의 모습은 아쉽기만 했습니다. 중심타자들인 이범호와 최희섭이 이른 시간 교체되고 김선빈까지 나가며 공격력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경기였습니다. 그나마 1군으로 다시 복귀한 박경태가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는 점은 희망으로 다가왔습니다.

 

엘지는 처음 예고되었던 8승 에이스 주키치가 아닌 우규민을 선발로 예고했습니다. 기아는 2군으로 내려간 에이스 윤석민을 대신해 양현종이 다시 한 번 선발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과연 이런 변화들이 양 팀에 어떤 영향으로 다가올지 궁금해집니다. 비록 무승부 경기를 벌이기는 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경기에 대한 강렬한 집착을 보인 두 팀의 주말 2연전은 그래서 더욱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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