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은 올스타전이 한 달 정도 남은 시점, 회의를 통해 다시 한 번 출전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들이 내세운 조건은 KBO가 10구단 창단에 대한 유보적인 입장을 철회하고, 10구단 창단에 동의하는 것입니다. 선수협이 10구단 창단에 이토록 간절함을 드러내는 것은 현재의 대한민국 프로야구 시장에서 선수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 구단 확대라는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10구단 거부 이유인 야구 인프라 문제는 창단이 가장 빠른 해결 방법이다
10구단을 설립하면 선수수급에 문제가 생겨 기존 구단들도 위험하다? 여전히 적자를 보고 있는 구단들 사정을 감안해보면 재벌이 아닌 기업이 구단 운영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경제 논리로 따져보면 대한민국이라는 시장은 6개 재벌 구단이 적당하다?
고교 팀 확대를 위한 지원 사업을 통해 10년 후에나 10구단을 받아들이겠다는 구단주 모임의 결과는 실망스럽기만 합니다. 그들이 내세운 경제 논리나 시장 논리 모두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강변하고 있지만 9구단 창단 논의가 있던 시점 그들은 이미 10구단 창단을 위해 9구단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일을 진행해왔습니다.
스스로 9구단 창단은 곧 10구단을 위함이라고 이야기하던 이들이 왜 갑자기 생각을 바꿔야만 했는지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무너져가는 대구구장은 여전히 신축이 요원한 상황입니다. 건설사 선정이 되지 않아 신축이 늦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들이 의지만 있었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당혹스럽기까지 합니다.
강력하게 반대를 하는 롯데가 제시한 고교 팀 육성 정책의 경우 그 동안은 왜 고교 야구 육성에 대한 의지가 없다 10구단을 반대하기 위한 조건으로 내세운 것일까요? 고교야구가 현재 53개가 존재하지만, 과거 고교야구 전성기와 달리, 고교야구 수가 이렇게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선수들의 졸업 후 진로가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2009년 WBC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을 때 국내 언론들은 너나없이 야구 인프라 확대를 외치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KBO나 프로야구 구단에서 한 것은 무엇인가요? 국제대회의 성과에 대해 열매는 가져갔지만 농사를 위한 기본적인 노력은 기울이지 않은 채 10구단 창단을 무마시키기 위한 조건으로 야구 저변 확대를 들고 나오는 것은 황당하게 다가올 뿐입니다.
그들이 주장한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 역시 과연 그들이 성의껏 할 수 있을까? 의심하는 이들이 더 많은 게 현실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지역 야구와 학교 야구를 위해 그들이 기울인 노력이 전무 하다시피 했기에(지역 연고제 시절 선수 수급을 위한 지원은 존재했지만) 10구단 창단을 무산시키며 내놓은 대안은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 주장으로 다가올 뿐입니다.
고교 야구 한 해 운영비가 대략 2억 정도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KBO에 소속된 현재의 구단들이 자금을 출원해 고교야구 확대 안을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한다면 10구단 창단과 상관없이 의미 있는 인프라 구축은 가능할 것입니다. "선수층이 얇은데 구단이 하나 더 늘면 기존 구단들의 선수 수급도 어려워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이는 대한민국 프로야구의 질적인 하락을 의미할 뿐이다."라고 롯데를 중심으로 한 반대파들의 주장은 이해하기 힘든 이기주의적 발언일 뿐입니다.
일본이 4200여 학생 야구가 존재하며 이런 거대한 인력풀을 중심으로 탄탄한 시장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엘리트 교육을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 체육이 일상화된 일본과 동일하게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뚜렷한 목적을 가진 53개와 야구 자체를 즐거움의 대상으로 보는 4200개를 동일한 조건으로 바라보는 것은 기본적으로 잘못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체육 역시 엘리트 체육을 버리고 사회 체육으로 변모해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경제 성장과 맞물려 가능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쉽게 변하기 어려운 측면들이 많습니다. 더욱 큰 그림을 짜야 하는 지도부가 부실한 대한민국의 체육 정책의 경우 소수의 재벌 구단이나 특정 권력에 의해 모든 것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발전 안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는 점도 문제입니다.
기존 구단들은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10구단 창단을 막았다고 밖에는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내놓는 질적 하락 문제과 인프라 구축 문제는 그저 형식적으로 내놓는 당연한 이야기의 연장일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지배력을 높여야 한다는 근시안적 사고에 사로잡힌 몇몇 재벌 구단들의 이기심이 수많은 팬들의 염원이자 야구선수들의 염원이기도 한 10구단 창단을 막았다는 점은 중요하게 언급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선수협은 지난 25일 임시 총회를 열어 KBO의 결정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NC까지 포함된 9개 구단 이사와 선수대표, 주장 등 40여명이 참석한 임시 총회에서 그들은 다시 한 번 자신들의 입장을 확실하게 정리해서 발표했습니다. 10구단 창단에 대한 재논의가 되지 않으면 오는 7월 21일 대전구장에서 개최되는 올스타전 보이콧을 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WBC 참여문제는 당장 시급한 게 아니라 논의의 대상은 아니었지만 이미 밝힌 것처럼 이 역시 참여를 보이콧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선수협의 결정에 대해 KBO는 10구단 창단과 관련된 중요한 논의가 "올스타전 보이콧까지 할 사안인지 모르겠다"는 말로 폄하될 정도로 그들에게 10구단 창단은 큰 의미가 아니었던 듯합니다. 그들이 올스타전은 팬들과 약속이라고 강요하듯 10구단 창단 역시 팬들과의 약속이었습니다.
9구단과 10구단 창단 논의는 많은 야구팬들이 오랜 숙원처럼 이야기되어왔던 것이고, KBO 역시 프로야구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구단 확대를 구체적으로 논의해서 나온 것이 10구단 창단을 위한 9구단 창단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팬들의 바람을 무참히 꺾어버리고 재벌 구단의 이익만을 위해 야구 부흥을 위한 구단 창단을 막은 행위는 뭐란 말인가요?
30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는 허름한 구장의 문제는 앞으로도 요원해 보이기만 합니다. 기아 구단이 2014년을 목표로 열심히 공사를 하고 있는 것과 달리, 대구 구장은 최악의 조건에서 선수들이 경기를 하고 관객들이 관람을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신축 구장은 요원해 보이기만 합니다.
대전 구장 역시 리모델링을 했다고는 하지만 팬들에게 원성만 높아진 상황에서 특별히 변할 것은 없어 보일 뿐입니다. 잠실구장 역시 이제 노후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흙 교체 등으로 인해 구장이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도 구단들의 성의 있는 방안 등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기존 구단들이 구장에 대한 발전이나 건립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과 달리, 9구단도 그렇지만 10구단 역시 신축 구장 건립을 내세운 조건이 있었다는 점에서 아쉽기만 합니다. 10구단 창단을 위해 지자체에서 신축 구장을 건립해주겠다는 전북이나 완벽한 리모델링을 통해 안락한 구장을 만들겠다는 수원의 의지를 꺽은 채 오직 기존 구단들의 이익에만 눈이 어두운 그들의 행동은 이해하기가 힘들 뿐입니다.
고교야구(학생 야구전체) 육성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은 그들이 야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6개 구단으로 운영되며 실업팀이 몰락한 시장에서 고교야구 팀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은 당연했습니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난 속에서 야구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했으니 말입니다. 결국 현재의 학생 야구 확대를 위해서는 10구단 창단 같은 현실적인 방안이 중요하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취업할 수 있는 문이 넓어진다면 자연스럽게 학생 야구의 수는 늘어날 수밖에는 없고 그들의 목표 역시 명확해진다는 점에서 질적 하락이 아닌 상승을 기대해볼만 합니다. 프로야구단 10구단 창단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단순한 시장논리를 위해서라도 자연스러운 수순일 뿐입니다.
시장이 커지면 그에 걸 맞는 수요와 공급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특히 국민 스포츠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야구의 경우 이런 현상은 더욱 자연스러울 테니 말입니다. 프로야구 천만 관중 역시 10구단 창단이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구단주 결정은 한심한 결정일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극단적인 이기심으로 투자한 것 이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시점이 되었는데, 구단 추가로 자신들의 이익이 줄어들까 겁이 난 못난 구단들의 이기심은 결국 대한민국 야구 전체를 위축시킬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선수협이 '올스타전 보이콧'을 결의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구단의 일방적인 횡포에 맞서 선수들의 권익신장을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그들로서는 10구단 창단은 염원에 가까웠습니다. 보다 많은 선수들이 프로야구에 입문할 수 있는 조건이 넓어지면 자연스럽게 야구 인프라가 확대되는 것은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구단이 늘어나면 현재의 불합리한 조건들이 더욱 성숙된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선수들 차원에서는 10구단 창단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팬들도, 선수들과 야구 전문가들도 이해시키지 못한 KBO의 10구단 창단 무기한 유보는 누구를 위한 결정이었을까요? 이미 이후 반응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위한 반대인지는 명확하기만 합니다. 많은 이들의 염원이자 9구단 창단과 함께 자연스럽게 이어져온 약속이었음에도 일부 구단의 숫자 놀이에 의해 약속을 저버린 그들의 행동은 비판 받아 마땅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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