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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기아 롯데와의 DH 1승1무 보다 중요했던 것은 바로 살아난 승부 근성이었다

by 스포토리 2012.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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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보기 힘든 더블헤드 경기가 열렸습니다. 올 시즌 롯데에 열세였던 기아로서는 비로 순연되기 전까지 중요한 경기에서 4연패를 하면서 4강행이 멀어져버렸습니다. 물론 마지막 순간까지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했고, 오랜만에 기아가 근성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 듯한 경기였습니다.

 

기아, 더블헤더에서 보여준 근성이 절실 했었다

 

 

 

 

 

더블헤더는 모두에게 힘든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선수나 그들의 경기를 보러 온 관중들이나 모두에게 피곤한 일이니 말입니다. 화룡정점을 찍듯 광주구장에는 비까지 흩뿌리며 최악의 조건이 주어졌습니다. 롯데는 주말 삼성과의 빅 매치를 앞두고 벌어지는 기아와의 경기를 모두 잡고 가겠다는 생각했고, 기아로서는 4연패에 빠진 자신들이 더 이상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공존하며 싸운 대혈투였습니다.

 

좀처럼 치러지기 어려운 3시 경기로 인해 선수들이 정상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두 팀의 모습은 그 자체로 흥미롭기만 했습니다. 송승준과 김진우의 맞대결은 흥미로운 선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초반 타자들이 좀처럼 공격을 펼치지 못하던 그들은 4회 폭발하듯 기아의 타선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선발 손승준을 상대로 4안타, 2사사구를 묶으며 4득점을 하며 기선 제압에 완벽하게 성공했습니다. 선두 타자인 나지완이 안타로 포문을 열고 안치홍의 적시 2루타로 선취점을 뽑는 과정이 무척 매끄러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아의 공격은 매끄러웠지만, 롯데의 수비는 아쉬웠습니다. 외야수 둘이 연속해서 실책을 범하며 안 줘도 좋은 점수를 내주며 무너졌다는 사실이 아쉬웠을 듯합니다.

 

한 번 무너진 둑은 거침없이 쓰러지고 말았습니다.5회 김진우가 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6회 기아는 다시 대량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1사후 최훈락의 안타를 시작으로 이용규, 김선빈, 김원섭의 적시 2루타로 인해 점수는 7-1까지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3루 땅볼과 적시 2루타로 점수가 9-1까지 벌어지며 더블헤더 첫 경기는 완벽한 기아의 승리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하던 기아로서는 비록 소총 부대이지만 적시타들을 적절하게 이어가며 대량 득점으로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상대를 제압하는 과정은 어쩌면 현재의 기아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적의 공격 방식이었습니다. 나지완을 제외하면 홈런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기아의 현재 상황에서는 집중력 높은 연속 안타를 통한 득점이 절대적이었습니다.   

 

롯데 선발인 송승준은 4이닝 동안 77개의 투구로 7안타, 2사사구, 1삼진, 5실점을 하며 시즌 10패째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초반 경기는 송승준의 압승으로 이어졌지만 운명의 4회 기아의 타선을 막지 못했고, 스스로 무너지며 시즌 두 자리 패배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기아의 선발 김진우는 6이닝 동안 106개의 공으로 4안타, 5사사구, 3삼진, 1실점으로 시즌 8승을 올렸습니다. 오랜 시간 방황을 하다 작년 극적인 복귀를 하며 희망을 보여주었던 김진우는 올 시즌 완벽한 선발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은 그 어느 것보다 값지고 최고의 수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진우의 오늘 투구는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사사구도 많았고 상대를 압도하는 능력도 다른 경기에 비해 떨어졌다는 점에서 분명한 한계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위기 상황을 적절하게 대처하며 최소실점으로 경기를 이끄는 능력은 김진우가 진정한 선발로서 완벽하게 적응했다는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기아는 김진우에 이어 진해수와 한승혁과 신창호를 차례로 올리며 10-1 완승을 거두며 힘겨웠던 4연패를 끊어냈습니다. 더블헤더 1차전이 큰 점수 차로 결정이 되면서 곧바로 시작된 두 번째 경기에 대한 집중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 팀의 에이스인 유먼과 윤석민이 맞대결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매력적이었으니 말입니다. 분명 두 투수들이 에이스인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윤석민이 롯데에 무척이나 약하다는 사실입니다. 사구 논란으로 깊은 트라우마가 있던 그에게 롯데는 두려움의 존재인지는 몰랐습니다. 

 

더블 헤드 첫 경기에서 대승을 거둔 기아는 기세를 이어 두 번째 경기도 압승을 거둘 것 같았던 기아는 윤석민이 무너지며 위기에 빠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1회 시작과 함께 선두 타자인 전준우가 2루타를 치고 나가고, 조성환의 번트로 만들어진 1사 3루 상황에서 손아섭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뽑은 롯데의 공격은 그게 끝은 아니었습니다. 홍성흔과 강민호가 연속 2루타를 치며 1회 마무리를 하기도 전에 2점을 뽑으며 1차전 패배를 설욕하는 듯했습니다.

 

2실점을 하고 반격에 나선 기아는 1회 1사 후 1차전에서 맹타를 휘둘렀던 김선빈이 다시 안타를 치며 기회를 잡았고, 나지완의 안타와 김원섭의 볼넷으로 2사 만루를 만들어냈지만 차일목이 외야 플라이로 물러나며 반격에 실패했다는 사실은 아쉬웠습니다. 1차전에서 거둔 대승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선취점을 먼저 내는 것이 중요했지만, 선취점을 내준 상황에서 반격에 실패한 기아로서는 아쉬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3회 선두 타자인 전준우를 볼넷으로 내준 윤석민은 조성환에게 안타를 맞고, 홍성흔에게 3점 홈런을 내주며 초반에만 5-0으로 밀리며 1차전 대승을 무색하게 하는 대패로 이어지는 듯했습니다. 5회 다시 1실점을 하며 홀로 6실점을 한 윤석민은 역시 롯데 전에 한없이 약한 징크스를 버리지 못하고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사구 트라우마로 인해 몸쪽 승부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대를 압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윤석민 스스로 이겨내지 못한다면 그는 영원히 롯데를 이겨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기아가 달라졌다는 확실한 상황은 초반 대량 실점으로 하며 무너질 듯한 순간에 반격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5-0으로 뒤지고 롯데 에이스인 유먼이 등판했다는 점에서 기아는 더블헤더 두 번째 경기는 힘들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하지만 4회 1점을 뽑은 기아는 5회 선두 타자로 나선 이용규의 시원한 2루타를 시작으로 대반격은 시작되었습니다. 김선빈의 안타와 안치홍의 볼넷을 얻어 무사 만루 상황에서 팀의 4번 타자인 나지완이 2타점 적시 2루타를 치며 6-3까지 따라 잡는 모습은 압권이었습니다.

 

유먼도 대단했던 것은 장타로 실점을 한 후 후속 타자들인 김원섭과 차일목과의 대결에서 강력한 공으로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운 점이었습니다. 더 이상의 반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유먼의 강력한 의지가 돋보이는 장면이었지만, 박기남의 적시 2루타는 유먼에게는 아쉬움이었을 듯합니다. 자신은 파울이라고 외쳐봤지만 완벽하게 선 안쪽에 떨어진 적시 2루타로 기아는 6-5까지 따라 붙으며 오늘 경기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유먼은 5이닝 동안 121개의 투구로 8안타, 4사사구, 6삼진, 5실점을 하며 시즌 6패를 당했습니다. 13승 투수답지 않게 기아를 상대로 힘겨운 투구를 했던 유먼으로서는 오늘 경기를 잊어버리고 싶었을 듯합니다. 유먼 못지않게 부진한 투구를 한 기아의 윤석민은 5이닝 동안 86개의 공을 던져 7안타, 1사사구, 5삼진, 6실점으로 하며 에이스다운 투구를 보이는데 실패했습니다.

 

팀이 힘겹게 4연패를 끊은 상황에서 에이스가 초반 대량 실점을 하며 무너지는 상황은 문제가 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 좀처럼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윤석민으로서는 극복해야만 하는 문제를 하나 더 추가한 채 내년 시즌을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후반기 롯데의 상승세를 이끄는 핵심 인물인 정대현은 오늘도 완벽했습니다. 더블헤더 전 경기에서 10점을 뽑고, 롯데의 에이스 유먼에게도 5점을 뽑은 기아의 타선을 상대로 2이닝 동안 2안타, 2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는 사실은 중요했습니다. 광주 3연전 첫 날 경기에서도 정대현에 막혀 공격의 맥이 끊기며 9회 대 역전패를 당했던 기아는 오늘 경기에서도 정대현이라는 거대한 벽에 막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1점차 불안한 리드를 하던 롯데는 8회 선두 타자로 나선 강민호가 솔로 홈런을 쳐내며 2점차로 점수를 벌리며 승리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기아에 비해 롯데의 불펜이 더욱 강하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8회 2점 차이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점수 차였으니 말입니다.

 

문제는 롯데의 마무리 김사율이었습니다. 사실 광주 3연전 첫 경기에서도 불안한 투구를 보이며 겨우 세이브를 올렸던 그는 오늘 경기에서 마무리 역할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9회 시작과 함께 김선빈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준 김사율은 안치홍에게 볼넷을 내주고, 나지완을 삼진으로 잡더니, 다시 김원섭에게 볼넷을 내주며 1사 만루 위기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김상훈의 빗맞은 안타(더블 헤더 모두에서 나온 아쉬운 수비의 연속)가 득점으로 이어지고, 박기남의 희생 플라이가 나오며 기아는 9회 말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냈습니다. 김주형이 끝내기 안타를 쳤으면 좋았겠지만 기아로서는 그 정도가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였습니다. 

두 팀의 경기는 연장 승부로 이어졌고, 마지막 이닝인 12회 롯데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1사 후 용덕한이 볼넷을 얻고 손용석과 황재균의 안타로 만든 만루 상황에서 정훈의 밀어내기 볼넷은 결승타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하지만 기아 역시 끈질긴 승부욕을 보여주었습니다.

 

8-7 한 점차로 뒤진 기아의 12회 마지막 공격은 투아웃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선두 타자인 박기남이 2루 땅볼로 물러나고, 김주형이 허무한 삼진을 당한 상황에서 오늘 경기의 영웅이 된 대타 황정립이 강영식을 상대로 극적인 동점 홈런을 때려냈습니다. 1점차로 뒤진 채 투아웃을 당한 상황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황정립의 극적인 홈런은 기아의 근성을 그대로 보여준 극적인 동점 홈런이었습니다.

 

윤완주가 다시 안타를 치며, 역전의 가능성도 보여주었지만 홍재호가 외야 플라이로 물러나며 양 팀의 12회 연장 혈투는 11시를 훌쩍 넘기며 8-8 무승부로 마무리되고 말았습니다. 3시에 시작한 경기는 11시가 넘어 마무리되었습니다. 무려 8시간이 넘는 혈투를 벌인 두 팀은 모두 승자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롯데는 삼성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뼈아픈 1무 1패를 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듯합니다. 기아로서는 비록 2연승은 아니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승부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며 무승부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기였습니다.

 

그동안 타이거즈 특유의 근성을 보여주지 못했던 그들이 더블헤더를 통해 강한 정신력과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은 1승 1무라는 좋은 성적보다 더욱 값진 성과였습니다. 현재의 기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승부 근성이라는 점에서 기아의 남은 경기가 이런 강한 근성의 야구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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