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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메이저리그

류현진 무실점보다 중요한 것은 위기관리 능력이었다

by 스포토리 2013.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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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LA 다저스로 이적한 후 첫 실전 피칭을 했습니다. 그리고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류현진에 대해 호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1이닝 무실점이 무슨 커다란 뉴스가 될 수 있느냐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류현진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높아서라는 사실이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류현진, 무실점 기록보다 중요했던 것은 위기 관리 능력이었다

 

 

 

 

한국형 괴물 류현진이 과연 메이저리그에서도 괴물로 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국내 팬들의 대부분은 그의 성공을 이야기하지만, 일부에서는 그가 결코 미국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현재로서는 그런 기대와 현실적 질책 사이에서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류현진은 LA 다저스와의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한 차례 홍역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러닝을 하는 과정에서 류현진이 어렵게 훈련을 마쳤다는 소식과 함께, 현지에서는 그가 흡연을 하고 있어서라며 그의 사생활을 문제 삼는 기사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기사들에도 불구하고 쿨하게 상황을 넘기는 류현진에 대해 일부는 비난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흡연은 결국 류현진이 미국에서 성공할 수 없는 나쁜 습관일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았으니 말입니다. 물론 금주 금연을 통해 완벽한 몸을 만들어 롱런하는 것이 프로 선수로서는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개인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왈가왈부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몸무게를 줄여야 하는 류현진에게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흡연 문제가 아닌 체중이었습니다. 현재도 체중을 줄이고 있는 그에게 가장 힘들고 중요한 문제는 가장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는 체중을 만드는 문제일 것입니다. 체중조절이 힘들기는 했지만 현재 류현진은 현지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합니다.

 

류현진은 그간 한화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며 도를 닦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존재입니다. 등장과 함께 프로야구를 평정한 괴물이었지만, 최약체인 한화에서 정상적으로 승수를 올릴 수 없었던 류현진은 고통을 인내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무실점으로 막지 않으면 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익수해질 정도로 단단해졌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화를 내지 않는 방법을 배운 류현진에게 한화는 어쩌면 고마운 스승과도 같은 공간이었는지 모릅니다. 한화 입장에서는 씁쓸한 이야기겠지만, 만약 한화가 1위를 고수하는 강팀이었다면 현재의 류현진이 가지고 있는 강한 멘탈을 가질 수는 없었을 테니 말입니다.

 

이기는 것보다 지는 것이 익숙한 류현진. 하지만 그런 류현진이 뛰어난 투수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류현진은 그저 단순히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는 아니었습니다. 콧대 높은 미국 시장에서도 엄청난 금액을 들여 모셔갈 정도로 그는 세계에서 인정하는 괴물이었습니다.

 

그런 괴물이 과연 국내 리그보다 높은 실력을 가진 세계 최고라는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일본의 특급 선수들 이상의 실력을 보여줄 수도 있고, 한계를 느끼며 무기력하게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그 결과는 올 시즌을 마친 이후에나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서둘러 류현진을 평가하기는 무리일 것입니다.

 

하지만 류현진이 올 시즌 의외의 성적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것은 화이트삭스와 가진 연습경기였습니다. 최고가로 영입된 에이스 잭 그레인키에 이어 등판한 류현진은 4타자를 맞아 흥미로운 투구를 보였습니다.

 

첫 타자인 블레이크 데코트를 상대로 초구를 높은 볼을 던졌지만 이내 투수 앞 땅볼로 잡아내며 실전 첫 타자를 손쉽게 잡아냈습니다. 두 번째 타자였던 고든 베컴을 상대로는 삼진으로 잡아내며 류현진의 가치를 조금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투아웃을 잡은 상황에서 세 번째 타자인 드웨인 와이즈에게 던진 커브가 높게 형성되며 우측 라인을 따라가는 3루타를 맞고 말았습니다. 펌블이 이어지며 만들어진 결과이지만 첫 실전 피칭을 하는 류현진에게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해 가진 첫 연습 경기에서 2사를 잡기는 했지만, 3루타를 맞은 상황은 부담스러웠으니 말입니다. 실점까지 하게 된다면 그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불안까지 동반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류현진은 강했습니다. 네 번째 타자인 제프 케핑어를 간단하게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하는 모습은 괴물 류현진다웠습니다.

 

실전 피칭 전부터 너무 매끄러운 ML 공인구로 인해 커브가 정상적으로 들어가지 않아 고민이었던 류현진에게 커브는 여전히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2S2B 상황에서 던진 커브가 밋밋하게 들어가며 장타가 되는 상황은 이후에도 꾸준하게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삼진 잡는 과정에서 보여준 오른손 타자 바깥쪽으로 흐르는 브레이킹 볼은 강력했습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움찔할 정도로 완벽하게 들어가는 브레이킹 볼은 명품으로 다가올 듯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피칭이었지만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메이저 타자들을 상대하는 류현진은 역시 대단한 선수였습니다. 직구과 체인지업은 국내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투수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 피칭이었으니 말입니다. 

 

류현진이 무실점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이닝을 소화해서 잘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쳐도 과정이 좋지 않으면 문제가 될 테니 말입니다. 류현진이 강력하다고 생각된 것은 바로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연습과정에서 문제가 되었던 커브를 실전에 실험하는 대범함을 보였습니다. 투아웃 상황에서 홈런만 맞지 않는다면 상관없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실험은 결국 주자를 3루까지 내보내는 위기 상황을 만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후속 타자를 가볍게 처리하는 모습에서 류현진의 진가는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부담을 가지지 않고 경기를 즐기는 듯한 류현진의 투구 내용은 만족스러웠습니다. 그가 보여준 이 대담함은 리그가 시작되면 더욱 강력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국내에서 익숙해진 위기상황관리 능력은 미국에서도 자연스럽게 강점으로 다가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류현진에게 남은 과제는 서로 다른 공으로 인해 아직 익숙해지지 않는 커브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던질 수 있느냐는 문제일 것입니다. 남은 기간 동안 공인구와 익숙해진 괴물을 기다리는 팬들에게는 벌써부터 메이저리그 개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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