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희 동메달 그 어떤 메달보다 값진 이유

결승전에서 두 번이나 넘어지고도 메달을 딴 선수가 있습니다. 그것도 단거리로 정의되는 쇼트트랙 500m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습니다. 영국 선수에 의해 1위로 달리다 넘어진 박승희는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달렸고 그렇게 그녀는 올림픽에서만 세 번째 동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습니다.

 

포기를 모르는 투혼, 그녀의 열정이 소치올림픽을 밝혔다

 

 

 

 

한국의 쇼트트랙이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빅토르 안의 선전과 비교가 되며 더욱 안절부절 못하게 하는 쇼트트랙은 박승희 선수의 동메달로 그나마 체면을 차릴 수 있는 수준일 뿐입니다. 메달밭으로 여겨져 왔던 쇼트트랙에서 남자 선수들의 몰락과 불운은 여자 선수들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크게 하고 있습니다.

 

 

여자 500m는 쇼트트랙 강국인 대한민국에서도 힘겨운 종목이었습니다. 16년 동안 메달이 없었던 대한민국에 박승희는 귀중한 동메달을 선사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경기를 보신 분들이라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안타까움이었을 듯합니다. 준결승에서도 압도적인 실력으로 1위를 차지했던 박승희는 결승에서도 가장 안쪽 코스를 배정받으며 순탄하게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뒤쫓아 오던 선수로 인해 황당하게 넘어지고 말았고, 어부지리로 중국 선수가 1위가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쇼트트랙의 특성상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넘어지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더욱 이번 소치올림픽의 경우 빙질이 부드러워 많은 실수와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다른 유력한 우승 후보 역시 말도 안 되게 탈락하는 경우들도 있었습니다. 박승희 선수가 더욱 아쉬운 것은 자신의 잘못도 빙질의 문제도 아닌 뒤쫓아 오던 선수의 잘못으로 금메달이 무산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한 번 넘어져 펜스까지 밀린 상황에서도 급하게 일어나 레이스에 참가하려는 그녀의 모습은 대단했습니다. 서두르다 다시 넘어지는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했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동메달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만약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지만 않았다면 그녀는 대한민국 쇼트트랙 사상 처음으로 500m에서 금메달을 딴 최초의 선수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전이경 선수가 어부지리로 동메달을 딴 것이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거둔 첫 메달이었다는 점에서 박승희 선수의 이번 메달은 값진 것이었습니다. 어부지리로 얻은 메달이 아닌 자신의 노력을 통해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값지게 다가옵니다.

 

박승희 선수는 경기가 끝난 후 자신의 SNS에 소감을 밝혔습니다. "나에게 제일 소중한 메달이 될듯하다. 모든 게 운명일 것이고, 나는 괜찮다. 대한민국 파이팅"라며 활짝 웃으며 동메달을 들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는 아쉬움보다는 값진 성과에 대한 만족이 가득했습니다. 금메달을 딸 수도 있는 경기였지만 안타깝게 동메달에 머물렀지만 그녀에게는 메달 색깔이 중요하지는 않았습니다.  

 

"충돌이 있었다. 뒤에서 살짝 건드렸다. 이미 끝난 거니까 후회는 없다. 안타깝지만, 단거리에서 메달을 딴 것은 큰 수확이다. 이제 시작이다. 좋게 생각하고 만족한다"

경기 후 방송사 인터뷰에서도 박승희 선수는 충돌 상황을 설명하면서도 후회 없다고 했습니다. 안타깝지만 이미 끝난 경기에 대한 후회는 의미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그것보다는 단거리에서 메달을 딴 것에 만족해하는 그녀는 진짜 대인배였습니다.

 

금메달이 아니면 신경도 쓰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그녀의 성과는 초라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오직 금메달이 아니면 무의미한 스포츠 경쟁에서 그녀의 성과는 크게 다가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녀의 성과의 성숙한 모습에 박수를 보내는 것은 이제는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고의 대회에서 금메달을 거부하는 이들은 없을 것입니다. 이는 자신의 노력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서 누구나 가지고 싶은 성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금메달이 아니면 자신의 노력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시대도 지나갔습니다. 비록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노력에 스스로 박수를 쳐주는 성숙한 선수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입니다.

 

국가의 명예를 강요받던 시절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던 선수들과 달리,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에 열정을 바치고 최선을 다하며 결과에 상관없이 환하게 웃는 그들의 모습은 그래서 아름답기만 했습니다. 0.01초로 승패가 갈리는 싸움에서도 뒤에서 오던 이들로 인해 밀려 넘어진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박승희 선수의 투혼은 우리에게 그 어떤 메달보다 값지게 다가왔습니다. 힘겨운 현실에서도 좌절하지 말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준 박승희 선수의 투혼은 스포츠가 전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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